학생부 종합전형 전성시대 학교의 대처방안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김재훈의 교육이야기

등록 2017.09.26 11:42수정 2017.09.26 11:42
0
원고료로 응원
이제 어떤 학생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는 고등학교의 교육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전 수능시대에는 그냥 뭉뚱그려서 몇몇 학생이 좋은 입시성적을 내면 우리 학교의 교육력이 그나마 선방했다고 자위하곤 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다르다. 학생들에게 어떤 활동을 하도록 하고 그 활동들을 학생부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육력이 천차만별인 시대이다. 모든 교육활동이 일련의 로드맵에 따라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연간교육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이제 연간 학교교육계획이 미리 잡혀 있지 않으면 상도 함부로 만들어서 줄 수 없다. 2017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방안에 따른 학교의 대처를 생각해 본다.

첫째 수상경력이다. 수상은 원래 교외상을 원천적으로 기재하지 못하도록 해 왔지만 대회 사실 참가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고 하여, 교내 교외로 나뉘어 있는 칸 자체를 없애고 수상은 교내상만을 기록하되 수상경력 이외에 그 어떤 것도 기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학교에서는 새 학기 시작 전에 각종 협의회를 통해 교내대회 실시계획을 미리 짜고 그에 따라 연중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학교교육계획에 들어가 있는 대회만을 개최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할지라도 다음해에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각 교과별 대회뿐만이 아니라 70명의 선생님이 계신다면 모든 선생님이 하나씩 대회를 개최한다는 신념으로 70개의 특화된 대회를 여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

두 번째는 진로희망 란이다. 학부모 진로희망 란을 삭제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특기와 흥미는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삭제했다. 이제 학생의 진로희망과 희망사유만 적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위해 보다 역동적이고 다층적인 진로상담이 되어야 한다. 개별화 맞춤형 상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담임교사와 진로진학 상담교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 학생의 진로희망에 따라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과 같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연계되어 이루어져야 하므로 학기 초에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파악하기 위한 담임교사와 진로진학 담당 교사의 발빠른 상담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세 번째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창체는 일반적 포괄적 기재를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활동의 결과보다는 활동의 과정을 기재하라는 주문이다. 전체 학생의 어떠어떠한 활동보다는 학생 하나하나의 참여도, 협력도, 행동특성 등을 관찰하여 적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전체 단위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지양해야 한다. 완벽한 소그룹별 활동을 장려해야 하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기획하고 시행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학생 스스로 계획을 짜고 예산을 쓰고 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마치고 우리 아이들은 자기 머리만큼 쑥쑥 자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다. 아마도 작금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수업이 바뀌고 그 바뀐 수업 속에서 아이들이 어떠한 과정으로 학습하는 가에 대한 기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제 학교에서는 형식적인 교과협의회가 아니라 진지하게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학기별 로드맵을 짜야 한다. 또한 유사 교과 간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생산하는 수업 시간의 산출물에 대한 공유를 통해 교과 간 수업의 교류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학교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수업시간 중 학생들의 발표시기가 겹친다는 것이다. 학교행사라는 것이 대충 비슷하기 때문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 전까지 전 교과의 모든 발표가 집중되므로 이로 인해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연초에 전 교과가 협의해야 할 것이다. 교과 세특에서 방과 후 활동은 강좌명과 이수시간만 적도록 해서 학교별로 기록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다섯 번째는 독서활동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선생님들이 가장 불만이 많았던 것이 독서성향의 기록이었다. 아이들의 독서성향을 알 길이 없으니 아이들이 적어낸 것을 토대로 기록할 수밖에 없어 '셀프 학생부'라는 비난을 피할 길 없었다. 이런 현장의 불만을 이번 개선방안에서 없앤 것이다. 독서기록을 책 제목과 저자명만 쓰도록 한 것이다.

자칫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독서 의욕을 저하시킬 수도 있으므로 학교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독서기록장이나 독서이력제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이것은 그냥 무작정 학생부에 기록만 하는 뻥튀기 독서활동에 대한 사전 방지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무엇보다도 특색있는 독서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항상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다. 가장 고민이 되면서도 중요한 기록사항이다. 이전까지는 (학습준비)~(관계지향성)~(협력)~ 등등으로 영역을 나누어 기록하였다면 이제부터는 철저한 누가기록 시스템이다. 포괄적 추상적 표현은 아예 버리고 아이들의 활동이 눈에 선하도록 기록해야 한다.

'중간고사 성적을 받고나서 한참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멘토 멘티를 해보자고 제안하여 함께 스터디를 조직해 체계적으로 공부해 감'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변화과정을 의미있게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임 선생님들은 엑셀 시트를 우리 반 아이들 숫자 만큼 만들어 항상 컴퓨터를 켜놓고 아이들을 관찰할 때마다 기록해 두었다가 의미있는 것들을 추려내어 행특에 적어주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학생부 전성시대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학생부는 아이들 입시에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의 '인생장부'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교사들의 고뇌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학생부, 학생중심의 학생부, 교육적인 학생부,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학생부를 만들기 위한 학교의 노력과 선생님들의 필살기가 요구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인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대학입시 #대힌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