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울려 퍼진 유치원 원아들의 '강강술래'

[충남의 유아교육은?⑦] 서천초 병설 유치원의 전통 놀이

등록 2017.09.26 14:36수정 2017.09.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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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오는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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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 병설 유치원(원장 나혜숙) 만 3세∼5세 반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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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전체가 형형색색 만발한 꽃밭 같다. 서천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추석을 앞두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 심규상


가을 햇살은 따가웠다. 그런데도 서천초 병설 유치원(원장 나혜숙) 만 3세∼5세 반 아이들(62명)이 두 시간째 운동장을 뛰며 놀고 있다. 지친 기색조차 없다.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는 놀이는 모두 전통놀이다. 쌍 8자 놀이, 달팽이 놀이, 줄다리기, 강강술래… 등 놀이를 모둠별로 자리를 옮겨 가며 즐기고 있다.

원아들의 옷차림도 모두 한복이다. 운동장 전체가 형형색색 만발한 꽃밭 같다. 그런데도 모두 몸놀림이 날렵하다. 한껏 멋은 살리고 활동성은 편한 생활 한복 차림이다. 웃느라, 수다를 떠느라, 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얼굴 가득 웃음이 가득하다. 한복을 입은 교사들도 신이 나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교실에서 할머니와 함께 만든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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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모둠별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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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놀이 즐기는 서천초 병설유치원 원아들 ⓒ 심규상


까르르 웃기만 하던 아이들이 다부지게 인상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있는 힘을 다해 영차영차 소리 높인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나무 그늘에는 손뼉을 치며 손을 흔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원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이들도 모두 고운 한복차림이다.

어느 순간 각자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들었다. 손에 손잡고 둥그렇게 둘러서자 제법 원이 커졌다. 음악에 맞춰 강강술래를 시작했다. 전래동요에 맞춰 대문놀이를 시작하자 웃음소리도 커졌다.


전통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섰다. 또래별 교실 탁자마다 갖가지 송편 재료가 차려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송편을 만드는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유치원은 고사리손으로 조물조물 만든 송편을 점심상에 올렸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은 전통놀이 배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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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병설유치원 원이들이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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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병설유치원 원이들이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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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병설유치원 원아들이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다. ⓒ 심규상


지난 22일. 이날 원아들은 유치원에서 송편과 민속놀이로 때 이르게 한가위를 만끽했다. 서천초 병설유치원의 이날 행사는 추석 특집으로 더욱 알차게 준비했지만, 전통놀이 수업은 매월 한 차례 이상 빠짐없이 진행된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은 이 유치원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하는 날이다. 지난 9월 두 번째 주에는 아이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멋을 뽐내는 한복 패션쇼를 즐겼다.

올해 초 이 유치원으로 부임한 주형숙 원감은 "작년에도 교사들이 중심이 돼 전통놀이 수업을 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며 "올해는 '오감과 행복 놀이로 함께하는 유아 체험 활동'으로 이름 붙여 전통문화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경험하면 대부분 흥미를 느껴요. 재미있으니까요. 사회성, 협동심도 길러져요. 뛰며 즐기다 보면 체력도 증진돼 자연스럽게 기초체력도 좋아져요.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체험을 통해 관심을 끌게 하는 게 전통문화 교육 아닐까요"

전통놀이에 흥미를 끌게 하는 이 유치원만의 비법이 있는 것일까?

"전래 동요나 건전 가요에 놀이를 결합해요. 또 교사들이 공부를 많이 합니다. 책을 찾아 읽거나 자료를 모아서 함께 연구해요. 또 신임 교사들이 올 때마다 경험 있는 교사들이 전수해 줘요."

체험학습의 또 다른 바퀴, 생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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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만드는 아이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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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초 병설유치원 주형숙 원감 ⓒ 심규상


체험학습의 또 다른 축은 생태체험이다. 매달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각종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텃밭 체험, 산책의 날을 통한 숲 체험 등이 그것이다. 체험 활동이 활발한 유치원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원장과 원장(원감)의 관심과 지원이다.

"원장께서 체험 활동에 적극적이세요. 가능한 지원을 해주세요. 유치원 학부모들과도 말씀을 많이 나누고요." (주형숙 원감)

나혜숙 원감은 이날 추석 전통놀이 때에도 수시로 나와 수업 과정을 지켜보았다.

원아들이 한참 송편을 만드는 유치원 교실 밖이 떠들썩하다. 창문 밖을 보니 초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고무줄놀이와 줄넘기 놀이, 달팽이 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원아들의 전통 놀이 모습이 이 학교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전염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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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천지역 공,사립 유치원 교사들이 무대에 올라 아동극을 선보이고 있다 ⓒ 서천초병설유치원


충남 서천에서는 매년 유치원 교사들이 아동극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서천군 내 18개 병설 유치원 교사들이 중심이 돼 유치원교사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현재 협의회 회장은 서천초병설유치원 한경희 교사(교무)다. 협의회는 친목 활동과 함께 원아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교육 내용을 연구한다.

매년 6월 서천교육지원청이 주최하는 '유아 교육 한마당' 행사때 교사들이 선보이는 '아동극'(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연극)은 협의회의 주요 연중행사로 자리 잡았다. 교사들이 만드는 아동극 무대는 90년대 중반 시작됐다가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다 3년 전부터 부활해 아이들의 시선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사들이 만나 주제를 선정하고, 시나리오를 짜고 배역을 분담한다. 땀나는 연습 끝에 교사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동극을 선보인다. 관객은 서천지역 수백여 명의 공, 사립 유치원생이다.

충남 모든 시군에서 '유아교육 한마당' 행사를 하지만 교사들이 아동극 무대에 오르는 곳은 서천이 유일하다. 주형숙 서천초 유치원 원감도 1990년대 중반 첫선을 보인 아동극 '콩쥐팥쥐전'에서 콩쥐역을 맡은 바 있단다.

"아동극을 준비하면서 동화구연 기법과 수업과정도 배워요. 교사 전문성도 키우고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는 인기 만점 연극배우도 되죠."

#한가위 #추석 #전통놀이 #서천보병설유치원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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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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