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버블·여과기까지 와 있는데, 강은 '녹색빛'

[현장] 녹조 밀어내기 경연장으로 변한 백제보, 각종 시설물로 신음

등록 2017.09.27 18:05수정 2017.09.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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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녹조 제거선. ⓒ 김종술


'녹조와의 전쟁'을 벌이는 한국수자원공사 때문에 금강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현존하는 녹조 제거 장비들이 금강에 다 설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4대강 보 상시개방' 이야기가 나온 뒤부터 수자원공사는 녹조를 줄이기 위해 '열일' 중이다.

소나기가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강바람도 매섭게 분다. 27일 이른 아침부터 공주보가 분주하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복합형 어도(漁道)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용역을 맡은 부경대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은 어도 입구에 생태계 조사용 사각 틀로 만든 대형 어망을 설치하여 잡힌 물고기 종류를 분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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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연구용역을 맡았다는 부경대학교 연구팀이 공주보 ‘복합형 어도’에서 조사를 펼치고 있다. ⓒ 김종술


어도는 말 그대로 물고기가 다니는 길이다. 공주보엔 '아이스하버식' 어도와 복합형 어도가 있다. 아이스하버식 어도는 계단식으로 돼 있어 회귀성 어류는 넘어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공주보에 설치된 아이스하버식 어도는 늘 메마른 상태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물고기 중 국가대표가 아니면 어도를 뛰어넘기가 불가능하다'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물고기와 수생 생명들이 어도를 통해 산란과 번식을 되풀이할 수 있지만, 잘못된 어도는 생태계 교란으로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생태계마저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고기 이동이 불가능해지면 플랑크톤과 AI, 구제역 등의 바이러스가 강가 수변 위의 대기권에 떠다니며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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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제거를 위해 수자원공사와 기술협약을 맺은 중소기업에서 설치했다는 시설물. ⓒ 김종술


금강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와의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폭 300m 정도의 수면에는 최첨단 장비들이 들어왔다. 물고기 양식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수차, 인공 수초섬, 볏짚, 물속에 공기 방울을 쏘는 폭기시설과 마이크로버블기, 수류확산장치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더욱이 녹조제거선을 이용하여 직접 제거하는 방식부터 보트로 강물을 휘젓는 방법까지 기상 첨예한 공법들이 즐비하다.  

기자가 찾아간 백제보엔 낯선 장비가 추가로 설치되어 있었다. 태양열을 이용하여 프로펠러를 돌리는 장비부터 수중모터로 강물을 빨라 올려 여과기를 통과시키는 장비와 조립식 사각 틀에 동전 크기의 세라믹 볼을 코팅하여 띄우는 공법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그 많은 장비가 설치된 백제보에서 넘치는 강물은 녹색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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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에서 녹조 제거를 위한 연구로 설치했다는 세라믹 볼. ⓒ 김종술


한국수자원공사 백제보 담당자는 "대전대학교 교수님이 연구과제로 조류제거용 세라믹 공법을 설치했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조류억제 (한국수자원공사) 기술개발을 하기 위해 시험 설치한 것이다. 조사가 끝나면 추석 전에 철수할 예정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녹조가 피지 않아서 녹조 제거 등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녹조가 피지 않는데, 녹조 제거를 위한 장비들이 설치되고, 녹조 제거를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말에 전화를 끊고 웃음이 터졌다. 특히 이런 장비들은 강의 흐름을 막는다. 큰비가 내린다면 떠내려갈 위험이 있다. 실제로 2016년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주보 상류에 설치한 '수질 자동측정망' 장치가 올여름 장맛비에 떠내려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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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가 바라다보이는 곳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 저감을 위해 설치한 볏짚 사이로 저수지에서나 서식하는 ‘마름’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 김종술


백제보 우안은 최근 조선 대표 교육기관인종학당 연못에서 봤던 '마름'이 뒤덮고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이곳에도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차단 펜스와 함께 볏짚을 띄워 놓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녹조 제거 기술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강변을 걸어 나오다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다. 반가웠다. 가까이 다가가자 뭔가를 줍고 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4대강 조경수로 심어놓은 상수리나무 아래서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산에서나 도토리를 줍는다고 생각했는데 강에서 도토리를 줍고 있으니 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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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강에서도 도토리를 주울 수 있다고 좋아하시는 인근 주민. ⓒ 김종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끔 주우러 온다. 보통은 산에서 줍는데 강에 심어 놓으니 편하게 줍는다."

서천군 화양면 와초리 연꽃단지 입구에서 낚시꾼도 만났다. 녹조가 심해서 낚시를 못 하다가 비가 와서 모처럼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옛날에는 녹조가 이렇게 심하지 않았어, (상류) 위에서 똥물을 밤낮으로 내려보내니까 이런 거지, 이 물이 다 어디로 가겠어, 다 바다로 흘러가는데, 앞으론 바닷고기도 먹기 힘들지 몰라, 이명박이가 다 망쳐 놨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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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빛처럼 탁한 강물이 백제보를 통과하면서 녹색 빛이 선명하다. ⓒ 김종술


한편,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 발생한 문제는 비단 어도뿐이 아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6일 '금강의 녹조 문제 여전히 심각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금강 수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산성 앞을 비롯해 공주 쌍신공원, 논산 황산대교, 익산 용두취수장, 부여 웅포대교 등 금강 곳곳에서 녹조를 발견됐다"면서 "삽으로 강바닥을 파보면 환경부 지정 4급수 오염 지표종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을 통해 올해 금강 세 개 보 지점의 남조류 세포수 측정 자료를 분석했다. 6월부터 9월 최근까지 세종보는 15일, 공주보는 17일, 백제보는 16일이 측정됐다. 이 중 4대강 사업 이후 완화된 수질 관리 기준인 조류경보제를 기준으로 관심단계(1,000cell/ml 이상)에 달하는 날이 세종보 6일, 공주보 9일, 백제보 8일로 나타났고, 경계단계(10,000cell/ml)는 공주보 1일, 백제보 2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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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가 보이는 좌안 후미진 곳에는 물고기 양식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수차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수문개방의 발목을 잡았던 농번기는 끝났다.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최악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득시글한 금강을 정부는 여전히 2급수라 말한다. 수문개방과 함께 이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4대강 사업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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