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마 위에 큼지막한 매미를 새긴 이유

일본 시가현 미호뮤지엄을 찾아서

등록 2017.10.01 12:58수정 2017.10.0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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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낮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올 12월 17일까지 미호미술관 창립 2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미술품 가운데 특별히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작품 200여 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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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끝은 매미 관장식 불상이고, 왼쪽은 중국 황제도권에 나오는 관식 그림이고, 오른쪽은 525년에 만들었다고 새겨진 석조삼존입상(중국 산동성)입니다. ⓒ 박현국


미호뮤지엄이 문을 연지 20년 동안 가장 인기있었던 미술 작품은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가지 작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은 중국 북위 때 돌로 만든 매미 관장식 불상이었습니다.


매미 관장식 불상은 돌부처 이마에 큼직한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왜 부처 이마에 매미가 새겨져 있을까요?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 중국에서 만들어진 불교 미술품 가운데 지금까지 발견된 불상 중 이마에 매미가 새겨져 있는 불상이나 미술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무덤 부장품 가운데 매미 장식이 발견된 경우는 더러 있었습니다. 중국 민간습속에서 매미는 독특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땅 속에서 기어나온 매미 성충은 허물을 벗고 나무 가지에 붙어서 약 한달 동안 소리를 지르며 울다가 알을 낳고, 죽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나무 뿌리로 내려가 수액을 빨아먹고 땅속에서 2년에서 5년 동안 살다가 땅 속에서 나와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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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전시 중인 지국천왕입상과 긴 나무의자입니다. ⓒ 박현국


매미는 땅속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어서 나무에 피해를 주지만 겉으로 보기에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이것을 본 오래 전 중국 사람들은 매미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청렴결백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미 성충이 땅으로 나와서 허물을 벗고 나무 가지에 붙어서 울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매미의 변태는 새로운 재생이나 영속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중국에서 매미의 모습은 청렴결백과 재생을 상징하는 상징물로서 임금 머리장식이나 무덤 부장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매미의 상징이 돌 불상 이마 장식에도 사용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매미 장식 불상은 중국에서도 흔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는 거의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매미 관 장식 불상은 처음 중국 산동성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호 뮤지엄에서는 문을 열기 전 국제 경매를 통해서 이작품을 1억 엔을 주고 샀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도난품이라고 발표하여 미호뮤지엄에서는 중국에 반환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1억 엔에 구입한 사실을 인정하여 10년 동안 무상으로 미호뮤지엄에 빌려주었습니다. 이후 중국으로 되돌아간 이 불상는 이번 특별전을 위해서 다시 미호뮤지엄에 전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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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뮤지엄 터널에서 본 전시실 입구와 전시실 입구에서 내려다본 계단과 앞마당입니다.? ⓒ 박현국


북위 시대 불상이 지닌 독특한 선과 머리 뒤에 붙여진 후광 장식, 돌에 색을 칠한 모습 등은 비슷한 다른 작품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북위 때 불상은 백제와 교류를 통해서 전해졌으며 비슷한 작품이 일본에 남아있습니다. 이 매미 관 장식 불상을 통해서 인도에서 중국에 전해진 불교가 중국 문화와 융합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것이 다시 한반도 백제와 일본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 엠 페이((Ieoh Ming Pei, 1917-)가 도원향기를 바탕으로 설계하여 지었습니다. 입구에서는 미술관 본관이 보이지 않지만 언덕을 오르고, 터널을 지나고, 골짜기를 건너면 멀리 작은 지붕이 보입니다. 집 안에 들어오면 골짜기 위에서 멀리 산봉우리 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미호뮤지엄은 특별전과 실크로드를 주제로 상설전도 열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호러스신상을 비롯하여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 로마, 인도, 중국, 한반도의 뛰어난 미술품들도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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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뮤지엄에는 다실이 꾸며져 있고, 천목차완 차사발도 전시중입니다. ⓒ 박현국


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이시야마역에 내리면 미호뮤지엄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www.miho.or.jp/, 2017.9.30.
참고 자료> 매미 관 장식 불상의 자세한 모습이나 관련 사진을 넣어서 살펴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호뮤지엄 #매미 관 장식 불상 #시가현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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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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