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래 미술관, 그거 참 신박하네

물 아래로 들어가는 사가와 미술관 차실

등록 2017.10.04 15:14수정 2017.10.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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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시가현 사가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미술관 건물이 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실 일부와 차실은 물 아래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계단으로 내려가 물밑에서 보는 물 위 모습도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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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둘러싸인 사가와미술관과 물 위에 자리잡은 차실입니다. ⓒ 박현국


사람들은 일상적인 모습에 익숙해 있습니다. 물 위로 다리를 놓거나 물 위로 떠다니는 배를 타고 다닙니다. 물 아래로 난 터널이나 길이 있지만 일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이곳 사가와 미술관은 물 아래에 공간을 마련해서 물 밑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고, 물 아래로 난 통로를 통해서 물 위에 지어진 차실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차실을 지을 때 물이 새지 않도록 각별히 공사에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 물이 새는 날이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은 그다지 깊지 않지만 미술관 건물 전체를 감싼 물과 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물 아래로 들어가는 차실에서 차를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차실을 구경하기만 했습니다. 사가와 미술관에서는 가을철 차실을 공개합니다. 좀 귀찮아도 미리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원 제한이 있고, 안내원과 같이 들어가서 설명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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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실 입구에서 물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설치한 시설과 바깥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들은 한반도나 중국에서 들어온 차 마시는 습관을 차도로 발전시켰고, 차와 관련된 여러 시설이나 도구를 규격화시켰습니다. 집 옆에 작은 차실을 만들어 차를 즐기거나 손님을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차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께 공양으로 올리는 제물이었습니다. 어쩌면 차도는 신에게 올리는 제물을 사람이 마시면서 그 흉내를 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몸을 낮추고, 작고 좁은 통로를 통해서 차실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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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바깥에서 본 차실 모습과 차실 안에서 본 바깥 모습입니다. ⓒ 박현국


차실 안에서도 무릎을 꿇고, 조용히 몸을 움직이며 차그릇을 감상하면서, 차 맛을 음미하면서 차를 마십니다. 차를 준비하고, 차 맛을 내려준 자연과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기본입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정신과 태도, 차를 마시는 곳의 정갈함과 소박함, 이 몇 가지가 차도의 근본 정신인지도 모릅니다. 일본 사람들은 일찍이 이것들을 도로 정착시켜 전승하고 있습니다.

물밑에서 물과 더불어 마시는 차 역시 물 방울 소리의 울림으로 마음을 정결히 하고, 몸을 굽히고 들어가 물과 같은 시선에 앉아서 물과 더불어 차를 즐깁니다. 마시는 차 역시 물이고, 차실 역시 물 위에 있고, 차를 마시는 사람 역시 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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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실에 들어가기 위한 낮고 좁은 문을 나카쿠구리라고 합니다. 차실 나카쿠구리(中?)로 들어가는 모습과 사가와 미술관 차실에 마련된 나카쿠구리 모습입니다. ⓒ 박현국


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모리야마역에서 내리면 사가와미술관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누리집> 우라센케 차노유, 마음의 아름다움, http://www.omotesenke.jp/, 2017.10.3
사가와미술관, http://www.sagawa-artmuseum.or.jp/, 2017.10.3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가와미술관 #차실 #물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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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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