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물기에 익숙한 한국인 운전자는 조심해야 할 표지판-STOP All Way

캐나다에서 도전받는 우리의 운전 습관들

등록 2017.10.10 10:14수정 2017.10.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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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ALL WAY 표지판 ⓒ 김태완


지금은 많이 익숙해 졌지만, 캐나다에서 부딪치는 문화적 충격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되나 적응이 쉽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운전습관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좌측에 운전석이 있고 우측통행이므로 운전자체는 매우 순조롭게 적응 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체는 비슷한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차이는 짧은 시간 안에쉽게 바꿔지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국과 캐나다가 운전 면허에 관한 특별한 협약을 체결하여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을가지고 면허시험장에 가면 간단한 시력과 청력 반응도 테스트(우리나라에서 경치 좋은 높은 전망대 같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 비슷한 기계에얼굴을 대면 숫자가 크게 또는 작게 표시될 때 그것을 읽어 내는 테스트와 같은 기계에서 소리 또는 빛의 자극을 주고 어느 쪽인지 반응케 하는 테스트)만으로도 바로 캐나다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이 제도가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19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캐나다에 온 분들은 별도의 면허시험이나 운전연수를 받았다고 하니 최근이민 오는 한인들에겐 매우 편리해진 제도 변경인 셈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특이한 운전습관의 차이는 "비보호 좌회전"이다. 좀 크고 복잡한 교차로에는 좌회전을 표시하는 별도의 신호가 있기도 한데, 이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는 곳에서도 좌회전은 언제나(?) 가능하다. 운전자가 보는 신호가 직진 신호일 때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가없거나 좌회전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오고 있으면 언제든 좌회전을 하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교통소통에는 대단히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산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도 하니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차를 몰고 좌회전 표시 없는 사거리에서 서서 좌회전 할 기회를 보고 있는데뒤에서 빨리 좌회전을 하지 않는다고 빵빵거리며 난리를 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우리 운전 습관으로는 일단 파란 불에서 좌회전을 하는 것 자체가꺼려지는 마음이 있는데다가 캐나다식으로 파란 불에서 좌회전하겠다고 마음먹은 경우에도 반대편에서 오는 차의 속도 때문에 얼른 좌회전을 못하고 쭈뼛대다가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경우 여기 사람들은 마치 초보 운전자가 교통흐름을 방해하는것 쯤으로 인식하고 거의 예외 없이 클랙슨으로 경고를 보내는 듯하다.

초보이민자에게 보여지는 캐나다인들의 좌회전실력은 그야말로 틈만 나면 들이댄다고할 정도로 한편으론 전광석화와 같이 빼어나고 한편으론 화를 자초하는 무리수처럼 보여 가끔씩은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여기가 한국이 아니고 캐나다인 것을...


운전과 관련된 두 번째 문화적 차이는 큰 도로가 아닌 이면도로나 주택가의 교차로또는 삼거리 같은 데에 설치되어 있는 "STOP" 사인이다. 큰 글씨로 STOP이라고만 써 있는 것도 있고 큰 글씨 밑에 "All Way"라고 작게 쓰여 있는 것도 있는데 신경을 많이 써도 자꾸 룰을어기게 되는 것은 후자 즉, "STOP All Way"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이 있으면 교차로 다른 쪽에 차가 있든 없든 그 표지판 앞에 완전히 멈춘 후2-3초 가량이 지나고 진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차가 있는 경우에는 교차로에 도착한 순서대로 한 대씩 자기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좁은 골목길 같은 데서 차량이나 사람이 없으면 비록 속도는 늦추지만 천천히라도진행하는 습관을 가진 우리에겐 이 STOP사인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일단정지를 하지 않고 규칙을 어기는경우가 허다 하다. 그래도 차량이나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큰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문제는 교차로에 차량이 몇 대 진입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앞차가 진행을 하면 슬슬 그 차를 따라 진행하는 아주 슬기로운(?)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우리의 운전 습관은 이러한 경우에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됨은 물론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모두 져야 하는 난감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내가 STOP ALL Way 표지판이 있는 교차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앞차를 따라 가다가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은 캐나다인들이 교차로에 도착한 차의 순서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자기 차례에 정확히 교차로를 지나는것뿐 아니라 이 규칙을 무시하는 무뢰한(?)에게 보여 주는 그들의 제스처가 어찌 그리도 똑같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순서를 어기고, 아니! 자기가 순서를 어겼는지도 모르고 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을 자동차 핸들에서 떼어 어깨 위까지 높이 들면서 입으로 뭔가 아름답지 못한 말을 내뱉는다. 캐나다인들의 이 동작은 너무도 비슷해서 마치 캐나다 정부가 국민체조나 뭐 이런 것처럼 기본동작을 만들어서 반상회같은데 모여 단체로 연습을 시키기라도 한 듯 기계적으로 일사불란해서 놀랄 정도다.

캐나다인들이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잘못된 운전에 대해 보내는 이 제스처는시내 중심도로의 비보호 좌회전지역이나 STOP All Way 표지판이 있는 동네 골목길 어귀에서뿐 아니라 보통120/Km이상을 놓고 달리는 고속도로 등 차가 다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볼 수 있는 매우 흔한 광경이다. 특히 나같이 뭐든 익숙치 않은 초보 이민자는 이런 제스처를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기 일쑤이다. 이 제스처는 보통 내가 진행하는 방향기준으로 앞이나 옆에서 날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 뒤통수를 정조준하여 날리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2차선에서 달리다 좌회전 해야 함을 깨닫고 사거리에 임박해서 1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했다. 뒤에서 1차선으로 진행하던 차가 조금 가까이 있었지만 캐나다인들이 차선 변경 시 보이는 습관(엄청나게 빨리 그야말로 슉~하며 끼어들고 아무도 그것에 나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사전에 깜박이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면 말이다)을 염두에 두고 깜박이를 몇 번 켜 보인 후 1차선으로 진입을 하곤 멈춰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전해 오는 느낌이 뭔가 달라 룸미러로 확인을 했더니 내 뒤에서 60대쯤 보이는 남자가 예의 그 두 손 든 모습으로 나를 째려보고있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내가 뭘? 당신들이 하는 대로 나도 했을 뿐인데...'하며 짐짓 떳떳한 마음과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좌회전을 하자마자 내 뒤에 있던 차가 엄청난 속도로 내 차를 추월(추월이라기 보다는 보복성 난폭운전처럼 보였다.)하곤 내가 있는 차선으로 진입해 저만치 앞서 질주해 버렸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나중에 떠오른 것이지만 그 남자 혹시 한국에서 몇 년 이상을 살다 온 사람인지도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수시로 당하던 일을 여기에 온 한국인에게?

그 때 난 저런! 하며 외마디 말만 내뱉었을 뿐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캐나다인들이 이럴 때마다 하듯 두 손을 높이 들며 기분이 상했음을 한껏 보여줄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건 아맏도 그 땐 내가 아직은 상황 상황마다 현지화된 소통방법에 익숙치않은 초보이민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쉼표가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또 하게도 된다. 질정 없이 내달리기보다는 가끔씩 멈추어 서서 지나간일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점검하기도 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을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대나무처럼 필요할 때마다 알맞은 크기의 마디를 만들어 내는 삶! 지혜로운 삶을 살아 가는데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에 휘둘리다 보면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덕목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언제가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때인지 알아 차리기도 쉽지가 않다. STOP All Way표지판처럼 우리 인생의 주요 길목마다 떡 하니 버티고 서서 멈춰야 할 때를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인생의 초보도자도 아닌 우리는 차례를 잘 지키며 멈추어 서서 나만의 '인생마디'를 멋지게 만들어 낼 텐데 말이다.
#캐나다 #자동차 운전 #STOP 표지판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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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는 김태완입니다. 이곳에 이민와서 산지 11년이 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이민자로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그때그때 메모하고 기록으로 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는 새로운 나라에서뿐만이 아니라 자기 모국에서도 이민자입니다. 그래서 풀어놓고 싶은 얘기가 누구보다 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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