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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7, SK가 얻은 것과 잃은 것

17.10.10 11:29최종업데이트17.10.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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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의 첫 발은 충분히 안정적이었다. ⓒ SK와이번스


144경기의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고 얻은 포스트시즌은 또다시 단 한 경기로 끝났다. SK는 5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10으로 대패하며 2017년의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시즌 전 SK는 에이스 김광현의 이탈로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많은 전문가들은 5강 후보에서 SK를 배제했다. 실제로 SK는 개막부터 연패를 당하며 부진한 출발을 끊었다.

하지만 더 강력해진 타선이 깨어나며 시즌 중반까지 3위를 달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후반기 불펜의 부진 속에 5위까지 추락하긴 했으나 2016년보다 훨씬 좋은 75승 1무68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2016 시즌 69승 75패). 리빌딩을 천명한 프런트와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는 충분히 고무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해의 SK와 올해의 SK가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SK와이번스 ⓒ SK와이번스


얻은 것 - 확고한 선발 로테이션, 더 강력해진 장타력, 줄어든 주루사, 젊은 투수들의 성장
2016년 SK의 선발진은 리그 중상위권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평균자책점, 이닝, 다승에서 리그 4위를, 퀄리티스타트는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최고의 타자 친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다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하나뿐이었다는 점, 원투펀치 이외의 선발투수들이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올해는 3명의 선수가 규정이닝을 소화했고, 5명의 선발투수가 20경기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시즌 운영을 편하게 했다. 대부분의 순위는 작년과 대동소이하지만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다승, 평균자책점, 퀄리티스타트 모두 리그 1위를 기록한 김광현이 없었던 시즌임을 감안하면 분명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한 해였다.

더 강력해진 장타력도 눈에 띈다. 지난해 팀 홈런 182개로 1위를 아쉽게 놓친(1위 두산 183개) SK는 올해 234홈런으로 역대 KBO 팀 시즌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즌 중반까지 29개의 홈런을 날린 한동민이 끝까지 시즌을 소화했다면 전대미문 250홈런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는 파워였다. 주루의 개선 역시 올해의 수확이다. 작년까지 넥센의 주루코치였던 정수성 코치를 영입,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았던 주루사를 순식간에 최저 1위로 줄여버리는 데 성공했다(71개→33개).

마지막으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SK의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은 5.53으로 12개 팀 중 7위였는데(1위 상무 4.66), 올해는 4.33을 기록하며 리그 2위로 뛰어올랐다. 정동윤, 김찬호, 이건욱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야말로 SK가 올해 거둔 성과 중 가장 알찬 내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믿었던 박희수와 함께 붕괴한 불펜진 ⓒ SK와이번스


잃은 것 - 필승조, 믿을맨, 불펜진, 구원투수진

올해 SK의 불펜진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올 시즌 단 1이닝이라도 투구한 전체 투수 20명 중에서(선발 제외) 평균자책점 5점대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무려 15명이나 되었다. 특히 지난 시즌 필승조로 활약한 박희수(6.63), 채병용(6.84), 김주한(5.94)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거기에 시즌 초반 클로저로 기용한 서진용마저 전반기를 완벽하게 망치며(전반기 4.83)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 팀(22블론세이브)이라는 오명을 쌓는데 일조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22개의 블론세이브 중에서 절반만 승리했더라도 리그 선두 싸움에 가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11경기 승리 시 86승 1무 57패, KIA와 1게임차 2위).

이는 작년 불펜진의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기에 더욱 대비되는 모습이다. 작년 SK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4위, 세이브성공률 2위, 구원 WAR 4위를기록했다.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나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올해 SK가 잃어버린 것은 단 두 글자, '불펜'으로 나타낼 수 있다.

프런트와 힐만이 기획한 리빌딩은 제법 안정적인 첫발을 뗐다. 하지만 첫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발을 딛고 똑바로 일어서는 것이다. 힐만과 SK는 두 번째 발걸음으로 완전히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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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박윤규
SK와이번스 힐만 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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