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아이들의 '엄마'는 오늘도 웁니다

법정기준 못 미치는 보육사 수... "사랑 10%도 못 가져가는 아이들, 마음에 구멍"

등록 2017.10.11 17:20수정 2017.10.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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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가 지난 6월 24일 오전 충북 청주시 혜능보육원을 방문, 한 유아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모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안으면 나머지 9명도 '나도 안아줘~' 그래요. 그렇게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반대로 저 멀리서 그냥 지켜만 보는 아이도 있어요. '어차피 내 차례는 안 오겠지' 이러면서요. 그 나이에 몰라도 되는 눈치를 볼 때가 있어요."

1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정혜영 보육사의 말이다. 아동보호시설(보육원)에 입소한 신생아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이 정 보육사의 담당이다. 2교대 근무로 24시간 동안 이 아이들과 일과를 모두 함께 한다. 밥 만들어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낮잠 재우고, 기저귀 갈고, 노래 불러주고, 놀이하고 야외 활동까지. '부모'가 통상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을 오롯이 정 보육사와 파트너 보육사 두 명이 감당한다. 아이들은 정 보육사를 이모 혹은 엄마라고 부른다고 했다.

'몰라도 되는 눈치'를 보는 아이들 얘기를 하며 정 보육사는 울먹였다.

"당연히 사랑 받아야 하는 아이들인데... 신생아 때부터 많이 안겨봐야 하는데, 본인이 울어도 엄마가 바로 오지 못한다는 걸 아는 거 같아요. 그런 게 커서도 다 남아있는 거 같아요."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에게 돌아갈 손길 한 번, 눈길 한 번이 아쉬운 상황이다. 8세부터 18세의 남자 아이 10명을 맡고 있는 남진영 보육사는 "아이 2명 키우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엄마의 사랑을 50%씩은 나눠 갖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내가 100%를 다 써도 10%도 다 못 가져간다"라며 "아이들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나있다, 나눠야 할 손이 많으면 아이들을 한 번 더 보듬어 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정 보육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인원은 아이 세 명 당 보육사 한 명 선. 보다 높은 연령대를 맡고 있는 남 보육사는 최소 다섯 명 당 보육사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실제 아동복지법에는 0~2세까지의 아동 2명 당 1명의 보육사가, 7세 이상은 아동 7명 당 1명의 보육사를 배정하게 돼있다.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다.

1956. 4. 3. 서울. 한국보육원 원생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떠나기 직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ARA


아동복지시설, 보육사 법정배치 기준 68%만이 근무

아동복지생활시설의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사들의 숫자는 법정기준보다 30% 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아동복지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동복지시설 보육사 법정배치 기준의 68%(기준 4792명, 실제 인원 3269명)만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한 아동의 실질적 부모 역할을 하는 보육사들은 2교대 근무로 아이들을 온종일 돌보고 있지만, 그 수마저 부족해 과중한 아동보호양육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보육사 숫자가 법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아동양육시설은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지자체가 지급하는 예산은 법정기준을 지킬 수 없는 수준이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법정 기준대로 보육사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우리 원도 마찬가지"라며 "서울시에 속한 38개 아동복지시설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 원장은 "현재 법정기준대로만 지원해줘도 아이들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정 학대로 입소한 아이들 40%, 심리 치료 필수적이지만..

부족한 것은 보육사뿐만이 아니다. 미혼모(부)로 인해 입소했거나 베이비박스에 유기, 부모의 실직과 가족 해체, 학대 등의 사유로 아동복지생활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심리, 정서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심리 치료를 전담할 인원 역시 부족하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30명 이상 입소한 아동보호시설 당 1명의 심리상담원을 배치해야 한다. 입소 아동이 78명인 상록보육원에도 한 명의 상담원이 있다.

부 원장은 "최소한 30명 아이 당 1명의 심리상담원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모두 미술치료·언어치료를 맡을 수 없어 돈을 추가로 주고 외부 상담사를 이용한다"라며 "특히 친부모의 학대로 온 아이들은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윤소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입소한 5731명의 아이들 가운데 40.3%(2339명)가 학대아동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30명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시설에는 심리상담원이 단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런 시설만 전체 236(2017년 3월, 한국아동복지협회 등록기준)개 가운데 16%(37개)를 차지한다.

현행 기준에 의하면 시설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은 입소 아동수를 기준으로 배치되는 종사자가 달라진다. 입소 아동의 수가 30명 미만일 경우 심리상담원을 포함한 의사, 간호사, 영양사, 생활복지사, 위생원 등이 모두 퇴사해야 한다.

윤 의원은 "학대 아동의 입소가 늘어나는 등 시설 아동 구성에 변화가 있지만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숫자에 따라 종사자를 배치하는 것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본을 어기는 것이며 종사자에게는 고용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 의원은 "현재 법정 배치 기준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아 종사자에게 과도한 아동양육업무가 집중되고 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우개선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보육사는 "나라에서 행정적, 재정적으로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충분한 인력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라며 "더불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 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지원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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