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통합추진위',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이 땅에서 누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돈키호테가 될 것인가

등록 2017.10.13 10:23수정 2017.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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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는 보수다. 그 집요함과 기사로서의 품위를 지키려는 모습이 그렇다. 참보수는 헌법, 민주주의, 인간존엄의 가치를 지킨다. 작은 망아지에 몸을 의탁해 전력질주할 줄 안다. 풍차의 날갯짓에 쓰러지면 어떠랴. 신념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보수의 미덕이다.

이 땅에서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은 보수의 가치를 모른다. 알더라도 이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당적을 옮기고 적당한 명분으로 둘러대는 자들이 무슨 보수일까. 철새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바른정당이 창당됐다. 새누리당이라는 적폐정당 속에서도 몇몇 의원들은 참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려 한다고 믿었다. 순진했다. 이들은 바른정당이라는 작은 망아지에 몸을 의탁하길 거부했다. 약삭빠른 산초가 되길 희망했다.

대선 전 10여명의 바른정당 의원이 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탈당했다. 새누리당에는 희망이 없다던 이들의 명분치고는 초라했다. 사람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애쓰는 또 하나의 적폐가 그들이라며 손가락질했다. 그럼에도 바른정당에 잔류한 인물들은 참보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그 약속이 흔들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중진의원들은 최근 보수통합 논의를 위한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했다. 참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지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지난 5월 탈당을 번복했던 황영철 의원은 통추위에 참여해 다시 한번 탈당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바른정당의) 자강보다 더 중요한 게 보수 전체의 자강"이라 말한다. 얼마 전까지 자유한국당은 자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그다. 김무성 의원도 다르지 않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 논의로 통합 명분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의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당적 문제, 그 뿐이던가.

걱정스럽다. 보수는 우리사회의 '좋은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한데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좋은 가치가 아닌 나쁜 가치를 추구하려 든다. 자리보전에만 급급하다. 그러니 보수가 없고 수구뿐이라는 탄식이 국민들 사이에 넘쳐난다. 참보수의 가치를 세우겠다던 바른정당조차 수구의 모습을 보이니, 누가 이 땅에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


돈키호테는 우직한 보수였다. 서툴지만 우직하게 기사도를 지키려 했다. 이 땅에서 누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돈키호테가 될 것인가. 작은 망아지에 몸을 의탁한 채 풍차에 전력질주할 것인가. 우려스럽다. 한편으론 보수대통합추진위에 소속된 바른정당 통합파들의 건승을 빈다. 언제까지 그들이 보수를 참칭하며 자리보전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사블로그 '김순종닷컴'에도 실렸습니다.
#보수대통합추진위 #돈키호테 #참보수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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