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누이, 이모..." 소녀상 앞 '의문의 편지'

등록 2017.10.13 15:11수정 2017.10.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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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홍성 평화의 소녀상'옆에 A4용지 2장 분량으로 된 장문의 손편지(빨간 원안)가 놓여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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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두 장으로 된 이 편지에는 “나의 사랑하는 누이와 이모, 고모님 용서하소서”라는 글로 시작해 “누이와 이모, 고모가 떠나던 날 봄나들이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았었는데, 어디로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엄벙덤벙 따라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었는데 총칼에 떠밀리어 울면서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었는데….”라고 당시 위안부 피해자가 끌려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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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홍성군민들의 성금으로 제작되었으며, 홍주읍성 인근에 설치된 후 많은 학생과 지역주민 그리고 홍성을 찾는 방문객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꽃과 모자 그리고 옷과 담요를 덮어주는 등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신영근


'홍성 평화의 소녀상' 앞에 과거를 반성하는 장문의 손편지가 놓였다. 13일 오전 8시경 '홍성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전날인 12일까지는 보이지 않던 편지를 발견했다. 이 편지는 A4용지 두 장으로 되어있었고, '홍성 평화의 소녀상' 옆 '평화비' 비문 앞에 붙어 있었다. 또한 이 편지에는 누가 썼는지 이름도 없었다.

필자는 이 손편지를 누가 써놓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상가를 찾아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모른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A4용지 두 장으로 된 이 편지에는 "나의 사랑하는 누이와 이모, 고모님 용서하소서"라는 글로 시작해 "누이와 이모, 고모가 떠나던 날 봄나들이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았었는데, 어디로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엄벙덤벙 따라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었는데 총칼에 떠밀리어 울면서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었는데…."라고 당시 위안부 피해자가 끌려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어, "이제 용서를 비는 마음에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대들을 지키겠습니다. (중략) 힘없고 가진 것 없어 자유마저 잃어야 했던 조국, 또다시 힘도 가진 것도 없이 자유마저 빼앗긴 처참한 나라로 되돌아가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입니다"라는 글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전송해준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홍성 평화의 소녀상'을 관리하는 홍성 YMCA 정재영 사무총장은 "12일 오후까지는 편지가 없었다"면서 "어느 분이 쓰셨는지 몰라도 지금처럼 지역의 많은 분들이 소녀상을 보고 우리의 아픈 역사와 위안부 피해자들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홍성군민들의 성금으로 제작되었으며, 홍주읍성 인근에 설치된 후 많은 학생과 지역주민 그리고 홍성을 찾는 방문객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꽃과 모자 그리고 옷과 담요를 덮어주는 등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홍성 평화의 소녀상' 앞에 놓인 편지 전문이다.

나의 사랑하는 누이와 이모, 고모님 용서하소서. 나는 천하에 제일가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놈이었습니다. 누이와 이모, 고모가 떠나던 날 봄나들이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았었는데, 어디로 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엄벙덤벙 따라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었는데 총칼에 떠밀리어 울면서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었는데….


그날 나는 이불 속에 머리를 숨기고 때론 윗산 수풀 속에 숨을 죽이고 누이와 이모와 고모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고 나의 할아버지였습니다. 이제 용서를 비는 마음에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대들을 지키겠습니다. 작은 주먹 한 대 정도는 용서하라고 어머니가 일러주셨는데 이제는 작은 주먹이 아니라 작은 삿대질이라도 절대 참지 않겠습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어 자유마저 잃어야 했던 조국, 또다시 힘도 가진 것도 없이 자유마저 빼앗긴 처참한 나라로 되돌아가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홍성평화의소녀상 #홍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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