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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장기 밀매한 여성, 그녀를 사랑한 의대생... 사건의 결말은?

[BIFF 현장] 파격적 소재의 대만 영화 <피젼 탱고> GV

17.10.15 14:18최종업데이트18.07.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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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벽촌에서 에로틱한 봉춤을 추며 살아가는 바비(애니 첸)는 비둘기 경주에 올인하던 애인이 갑작스럽게 교통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자, 그의 장기를 불법으로 팔아 빚을 갚는다. 그 과정에서 장기 적출을 하러 온 의대 중퇴생 말라카(써니 왕)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편, 비둘기 경주를 주관하는 단체의 우두머리인 로닌은 기독교 공동체에 몸담고 있다. 그에겐 신장 이식이 시급한 동생이 있으며, 같은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소녀를 누구보다 아낀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점차 피해자-가해자 관계로 엮이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딜레마에 빠진 이들

영화 <피젼 탱고>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대만 금마장 영화제의 제작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피젼 탱고>는 대만 감독 리치유안의 네 번째 극장용 장편이다. 감각적인 영상과 파격적인 설정이 인상적이며 배우들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낼 줄 아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인물 수가 워낙 많아 그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다소 시간이 모자랐던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악을 자주 사용하는데, 어떤 때는 과하다 싶을 때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점점 인간의 삶을 개인화, 파편화하며 막다른 곳으로 몰아붙인다. 이 영화는 그런 흐름으로부터 비껴서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집과 같은 공간이 큰 역할을 한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인간에게든 비둘기에게든.

14일 오후 1시 30분 CGV센텀시티 4관에서 상영된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는 감독 리치유안과 주요 배역을 맡은 여섯 명의 배우들까지 모두 일곱 명의 게스트가 참석했다. 홍콩에서 온 관객이 통역 없이 질문하기도 하고, 한국 관객 중 한 명이 준비해 온 민속 기념품을 전달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따로 표시가 없는 답변은 모두 감독의 답변이다)

고립될 수 없는 인간

영화 <피젼 탱고> 속 바비의 모습. ⓒ 부산국제영화제


- 설정상 짐작은 가능하지만, 말라카는 3년 후 결국 돌아오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비가 눈물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둘기 탱고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던 것처럼 말라카도 돌아온다."

- 바비 역할을 맡고 나서 봉춤 연습을 했을 텐데, 그것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
"(애니 첸) 봉춤은 두 달간 연습했다. 댄스 기교를 보여 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인물에게 좀 더 다가갈 기회라고 생각했다. 촬영에 들어갈 무렵에야 봉춤 무대가 바비에게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남자 친구 문제나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현실을 뒤로 하고 오직 자기 심장 소리만 들으면 되는 곳이니까."

- 바비는 죽은 남자 친구의 가족이 아니지만 장기 적출을 허락한다. 직계 가족이 아닌데도 이런 것이 가능한가?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곳이 워낙 시골이다. 일단 바비의 남자 친구는 다른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바비가 신원 확인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대만에서도 직계 가족이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골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그다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영화 속 설정일 뿐이다."

- 말라카의 등 문신이 인상적이었다. 진짜인가. 아니면 분장을 한 것인가?
"(말라카 역의 써니 왕이 멋쩍어 하며 슬쩍 웃옷을 들어 올려 자기 등을 보여 줬다. 영화에서와 똑같은 문신이 있어 객석에서 탄성이 나왔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캐스팅한 후에 써니에게 문신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래 준비했던 여러 의상 대신 등에 있는 문신을 활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말라카는 제도권 안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

영화 <피젼 탱고> 속 말라카. ⓒ 부산국제영화제


- 감각적인 초반부에 비해 뒷부분이 좀 설명적이었다. 이렇게 만든 의도가 있는지?
"아마도 양 형사 캐릭터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이 후반부에 몰려 있어서 그렇게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은퇴를 앞둔 경찰로서 자신의 약점을 후배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도 아니다. 이런 인물로 설정했기 때문에 극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이 필요했다."

- 말라카는 상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인물이다. 바비와 있을 때는 자상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로닌과 만나면 터프해진다. 어떤 생각으로 배역을 연기했나?
"(써니 왕) 말라카는 변화가 많은 인물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되도록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결정을 내릴 때 시간이 걸린다. 이런 특성을 연기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피젼 탱고>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16일 오후 7시, 20일 오전 11시 상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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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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