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대통령의 위로 "정치적 이유로 영화제 위축, 가슴 아파"

[BIFF 현장] 문재인 대통령 “부산국제영화제 운영, 전적으로 영화인의 자율과 독립에 맡길 것”

17.10.16 11:01최종업데이트17.10.16 15:53
원고료로 응원


지난 15일,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부대 행사가 열리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BIFF HILL 1층 아주담담 라운지에는 30여 명의 관객이 <잠자리의 눈>을 연출한 중국의 쉬빙 감독과 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2시 이곳에 예고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파는 순식간에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예상치 못한 깜짝 방문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놀라움의 웅성거림이 번졌다. 이는 곧 환호성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현직 대통령의 최초의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이다.

단상에 선 문 대통령은 "22년 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때로는 공식적으로, 때로는 개인적으로 와서 영화를 봤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5대 영화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전을 했다. 아주 자랑스럽다. 현직 대통령의 방문은 최초라고 하니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약 3년에 걸쳐 부산국제영화제에 관련된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등 돌리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영화제의 독립과 자율 존중, 약속

"이번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의 마음이 모여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더 권위 있는 국제 영화제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빠른 시일 내에 국제적인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나 부산시가 시원하게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정책으로 영화제의 운영을 전적으로 영화인들의 자율과 독립에 맡겼기 때문에 영화인들이 최대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 정부가 이런저런 개입을 하면서 거꾸로 영화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생겼다. 정치적 이유로 부산 영화제가 위축된 것이 가슴 아프다."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것을 약속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을 전적으로 영화인의 자율과 독립에 맡길 것이다. 정부의 의지를 믿고 지금 외면하고 있는 영화인들께서도 남은 기간이라도 최대한 참여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나가자"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상영 문제로 부산시와 마찰을 빚은 뒤 여전히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었던 서병수 현 부산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다이빙벨>의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영화제 측은 요구를 거부하고 계획된 상영을 진행했다.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는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이전까지 지원받았던 예산 15억 원 중 45%가량이 삭감된 8억 원만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부산시는 부산영화제에 대한 행정지도점검을 실행하고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해촉시키고 이용관씨 및 관계자 3명을 횡령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현재진행형인 보이콧, 갈등 봉합 계기 생길까

부산국제영화제 정치적 개입 반대 서명 받는 영화학과 학생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 한현주


일련의 갈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불참을 선언하며 보이콧 입장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재로 전환하고 5월 초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제안하는 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정상화는 어려웠다.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관계자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기도 했다.

영화감독조합과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외압 등으로 올해도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5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고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이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 도중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숨졌다. 그간 20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 온 산 증인이자 한국과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존경받는 고 김 전 부집행위원장은 2014년 <다이빙벨>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던 인물이다. 그를 위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식에서 고인을 위한 추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을 존경하는 영화인과 감독들은 여전히 서병수 현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표하고 있다.

올해에는 개막 전 사무국 전 직원이 영화제 정상화를 요구하며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올해 10월 21일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 국민이 지키는 나라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국민이 지키는 영화제,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다."라고 말했다. 김동호 이사장은 "문 대통령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주신 것은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새롭게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과 격려는 돌아선 영화인들의 등을 돌릴 부산국제영화제 갈등 봉합의 씨앗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2개 스크린을 통해 75개국, 298편의 초청작을 상영한다. 폐막작은 타이완 출신의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문재인대통령 BIFF 자율과독립 정부의의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