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유영하 돌발행동에 난장판 된 법정

얼굴 붉어진 재판부, 울음 터트린 박근혜 지지자들, 당황한 검찰

등록 2017.10.16 11:58수정 2017.10.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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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열린 공판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정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16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이 남색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채 입정했다. 재판부를 향해 살짝 묵례를 하며 자리에 앉은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검사석을 응시했고, 두 차례에 걸쳐 물을 마시며 입을 축였다. 그는 변호인단 유영하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4분 동안 준비한 종이를 읽으며 구속 연장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관련 기사: 박근혜 "법치 가장한 정치보복 나로 끝내라").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까지 비난하고 나서자, 지난 5월부터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심리해온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고, 유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10분 동안 휴정에 들어가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퇴정을 돕는 법정 경위에게 "너희는 법을 안 지키는데 우리는 지켜야 하느냐"며 큰 소리를 냈다. 법정 밖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라가 망하려고 한다" 등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께 다시 열린 공판에서 유 변호사를 제외한 변호사 6명은 보이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맡지 않겠다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가 진행할 향후 재판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고,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유 변호사는 "법치주의가 무너지거나 폄훼돼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 정치 권력의 압력으로 형식적 법치주의가 부활하면 우리나라 인권의 역사가 후퇴할 거고,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걸 재판부는 진정 생각해보지 않았느냐"며 재판부를 향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외적 고려 없이 피고인에 대한 구속 사유를 심리해 결정했다"며 "새로 변호인단이 선임되면 살펴봐야 할 재판 기록만 10만 쪽이 넘는데 그러면 피고인의 의결구금일수가 증가해 피해가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시 신중하게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사형시켜달라", "(기자들) 목을 졸라야 한다"

검찰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검사는 "변호인단 전부가 사임 의사를 표시한 건 유감이다. 다시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면서도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변호인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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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첫 재판 입장하는 유영하 변호사 뇌물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5월 23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법원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 이희훈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박 전 대통령은 방청석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계속 무표정으로 검사석만 응시했다.

유 변호사는 감은 두 눈에 손을 모으며 눈물을 훔쳤다. 10시 48분께 박 전 대통령이 퇴정하자 지지자들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힘내세요", "대통령 박근혜"를 외쳤다.

하늘색 점퍼를 입은 노년 여성은 "판사님 저를 사형 시켜달라.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일어나 고함을 쳤다. 그는 법정 경위에게 끌려나가면서도 거세게 저항하며 "대한민국 판사 아니냐. 사형 시켜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단식을 해왔다는 이 여성은 법정 밖에서 누워 있다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고, 주위에선 구급차를 요청했다.

유 변호사는 "사임 의사를 철회하실 생각이 없느냐", "이러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 "한 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취재진에 "저것들 변호사님한테 따라붙는다. 목을 졸라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은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 등 새로운 변호인에 대한 선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변호인단 사임에 대해)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박근혜 #구속영장 #유영하 #박사모 #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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