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예쁜 모습을 숨기지 않은 고구마꽃!

고구마꽃의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등록 2017.10.16 17:31수정 2017.10.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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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다르게 가을색이 드러납니다. 높은 하늘 아래 황금 들녘도 하나둘 빈자리가 생겨나고요. 가을이 좀 더 머물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 찾아왔을까? '끼룩끼룩!' 쇠기러기 떼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멋진 대열을 지어 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지나갑니다. 녀석들도 들판에 낱알이 떨어져 있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들판 추수와 함께 밭에는 고구마 수확이 한창입니다. 내가 사는 강화도는 '속노랑고구마'라는 이름으로 특산품인 고구마를 많이 심습니다. 찌거나 구우면 속이 노랗고 단맛이 풍부한 고구마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호박고구마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속노랑고구마'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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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서 생산되는 '속노랑고구마'입니다. 쪄사 따뜻할 때 먹으면 맛이 참 좋습니다. ⓒ 전갑남


며칠 전, 고구마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밭을 자전거를 타고 아내와 함께 다시 지나게 되었습니다.

"어머 여기도 고구마 수확을 했네. 근데, 거둬들인 줄기에 고구마꽃이 아직 제 모습이야!"

"와, 정말! 녀석들, 대단한 생명력을 보여주네!"
"어쩜, 이렇게 고고하게 피어있지!"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이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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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꽃이 핀 밭에 수확을 하였는데, 잎과 줄기가 시든 것에 비해 고구마꽃은 싱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 전갑남


고구마를 수확하며 내동이 친 줄기에 달린 고구마꽃이 있는 힘을 다해 자기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좀 애처로워 보입니다. 

'형님, 아우' 하면서 여러 날 꽃피는 고구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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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기 전의 고구마밭. 여느 고구마밭과 달리 고구마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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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꽃에 찾아 든 귀한 손님 꼬리박각시나방. ⓒ 전갑남


고구마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번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고구마는 여러 날 얼굴을 내미는 것 같아요. 피고 지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고구마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올라온 꽃줄기에서 여러 꽃송이가 한꺼번에 피지 않고, 형님 동생하고 피우는 것 같습니다. 형님꽃이 먼저 피고 지면, 이어서 아우꽃이 피어나고…. 수많은 막둥이 동생까지 계속 피어나면 여름에서 가을까지 여러 날 예쁜 얼굴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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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꽃은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꽃을 피웁니다. ⓒ 전갑남


아마 그대로 내버려 두면 된서리가 내릴 때까지 고구마꽃은 계속해서 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느 고구마밭과는 달리 고구마꽃이 엄청 많이 핀 밭은 수확을 한 지 하루 이틀 지나 보입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죽어가는 힘으로 꽃까지 최선을 다해 꽃을 지키고 있습니다. 줄기와 잎이 시든 것에 비해 꽃은 싱싱합니다.

아내가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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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줄기를 파헤쳐 수확한 밭에서도 고구마꽃은 피어 있었습니다. ⓒ 전갑남


"고귀한 고구마꽃을 보니까, 녀석들도 후손을 이으려는 숭고함이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모르는..."

(*관련기사 : 100년에 한 번 핀다는 고구마꽃, 나팔꽃 닮았죠?)
#고구마꽃 #고구마 #속노랑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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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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