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보이콧' 박근혜, 지지세력 결집이 목표?

현직 변호사 "유리한 전략 아냐"... 검찰 "지지자들 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것"

등록 2017.10.16 18:00수정 2017.10.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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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피고인 박근혜는 사실상 법리적 다툼을 포기한 걸까.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이날 열린 형사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는 법원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관련 기사: 박근혜 "정치보복은 나로 끝나길"... 변호인 전원 사임).

지난 5월 23일 첫 공판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해왔던 변호인단이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재판에 차질이 생겼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필요적 변호사건'으로 피고인을 변론해줄 변호인이 없을 경우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또한,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된다 해도 방대한 재판기록을 살펴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재판부는 이를 우려해 유 변호사에게 "새로 변호인단이 선임되면 살펴봐야 할 재판 기록만 10만 쪽이 넘는데 그러면 피고인의 의결구금일수가 증가해 피해가 고스란히 피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시 신중하게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로 인해 '시간 끌기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 또한 "변호인단 일괄 사퇴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질질 끌겠다는 의사표시이기도 하다"며 "저희도 (박 전 대통령의) 불필요한 구금 기간이 길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 보이콧'이라는 배수진이 법적으로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판사 출신 윤아무개 변호사는 "구속 연장은 형사사건에서 왕왕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재판부 권한에 항의한다는 건 무례한 행위"라며 "보통 변호사들은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그쪽을 보면서 변론하는데 유영하 변호사는 방청석을 보고 했다. 정치적 제스처로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법리적 다툼보다는 지지세력 결집에 무게 둔 듯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도 변호인 대리인단을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는 "사임계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에게 불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사로 '변호인단 일괄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법정에서의 다툼보다는 정치적 액션을 취함으로써 지지세력 결집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변호사는 "소송적으로, 사회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송적으론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고, 사회적으론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자유한국당 등에 정치적 액션을 주는 게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 또한 "새로 영장이 집행되기 전 열리는 재판에서 지지자들이 지켜보는데 (박 전 대통령이)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한마디도 안 하시던 분이 직접 의견표명을 했고, 그만큼 다급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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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속연장 반대" 농성 돌입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본청 입구에 천막을 치고 박근혜 대통령 구속연장 반대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 남소연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지지 세력에게 어떤 재판 결과가 나오든 인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가장 앞장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또한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의 부당성 및 사법부 정치화를 지적해왔다"며 "박 전 대통령의 말도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 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인 14일, 지지자들이 모인 19차 태극기 집회에선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고난 당하는 자로서 완성됐다. 우리의 산 제물로서 완성됐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사실상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언급했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야말로 정치적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꼼수로 구속 기간을 연장했는데 그 정도 말도 못하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적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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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박근혜 대통령 인권유린 중단 및 무죄석방 19차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배지현


#박근혜 #조원진 #구속영장 #유영하 #채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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