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하천 냄새로 고통 받는 주민들, "오염의 주범 찾아 엄벌해야"

[현장] 악취 민원 제기된 중리천 직접 가보니... 검은 물에 거품일고 오염 심각

등록 2017.10.17 11:00수정 2017.10.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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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천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이 중리천 바닥을 삽으로 파 보이고 있다. 축산분뇨가 뒤섞인 것으로 보이는 검은 흙이 나오고 있다. 중리천은 물고기가 살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 이재환


축산업 단지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축산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극심한 더위가 찾아오는 한 여름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축산 악취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기도 한다.

지난 15일 제보를 받고 찾아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천은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물의 빛깔은 검은 색을 띠고, 흐르는 강물에서는 거품까지 일고 있었다. 중리천 일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기자에게 "중리천이 썩어가고 있다. 악취가 나서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원중리와 대흥동 등 중리천 일대에 살고 있는 100여 가구의 주민들이 하천에서 나오는 악취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세준 원중리 이장은 "중리천 물로는 농사도 지을 수가 없다"며 "중리천 물을 농업용수로 쓰면 벼가 죽는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이어 "지난 봄에는 가뭄이 심해 마을 주민들은 우물과 관정까지 파서 논에 물을 댔다"며 중리천 물이 오염되어 더이상 농업용수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A씨도 "지난여름에는 악취가 최근 들어 가장 심각했다"며 "해가 갈수록 냄새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마을에 놀러온 손님들도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어 볼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세준 이장은 "지난여름 특히 냄새가 심해 일부 마을 주민들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며 "문을 닫고 에어콘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거들었다.   

주민들은 하천 악취의 근원지로 중리천 일대에 있는 축산분뇨 처리업체를 지목했다. 주민들은 L업체가 축산 분뇨를 수년간 '무단 방류'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L업체는 축산분뇨를 정화해 처리하는 업체이다. 

주민 최아무개씨는 "축산 분뇨를 제대로 정화해서 흘러 보냈다면 하천에 슬러지가 쌓일 이유가 없다"며 L업체가 하천에 축산분뇨를 무단 방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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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리천 바닥을 포그레인으로 파내고 있는 장면이다. ⓒ 원중리 주민


주민들에 따르면 민원이 쇄도하자 L업체는 지난 9월 28일 포크레인을 동원해 중리천 바닥을 긁어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하천 바닥을 뒤집는 것이 하천 오염과 악취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닌데다 축산분뇨를 무단 방류한 증거가 인멸될 것을 우려해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에 대해 주민 B씨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예전처럼 중리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악취의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중리천을 오염시킨 원인제공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체 "혐의 부정" vs 주민들 "하천 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증거"

중리천 오염의 근원지로 지목된 L업체는 주민들이 제기한 무단 방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L업체 관계자는 "기계 고장이나 오작동으로 인해 거품이 일부 넘쳐 밖으로 흘러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도 "시스템 상 분뇨를 처리하지 않고 무단 방류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라고 주장했다. 처리장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일부 하천으로 흘러갈 수는 있지만 분뇨가 무단 방출 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근에는 H양식장이 있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사료가 오염의 원인일 수 있다"며 "양식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H양식장 오아무개 대표는 "지난 2000년도부터 10년 이상을 이 자리에서 양식업을 해 왔다"며 "2009년 무렵 마을에 분뇨 처리 업체가 들어서기 전까지도 하천 오염이나 악취와 관련된 민원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 대표는 물고기들에게 주는 사료를 직접 먹어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오 대표는 "사료는 과자와 똑같은 맛"이라며 "사람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말했다.

홍성군은 지난 8월 축산 분뇨를 '공공수역에 유출한 혐의'로 L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리천 일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중리천 오염과 악취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리천 #썩은 하천 #하천 오염 #서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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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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