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사 살수로 백남기 사망, 공권력 남용 행위"

1년 10개월 만에 수사 결과 발표... 구은수 등 4명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

등록 2017.10.17 13:58수정 2017.10.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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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015년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이희훈


검찰이 오랜 고민 끝에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직사 살수'라고 결론 냈다. 나아가 이를 중대한 공권력 남용 행위로 판단하고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총괄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농민 사망에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 17일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시위참가자인 고 백남기 농민을 살수차로 직사 살수하여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총경), 살수요원 2명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내부 운용 지침, 지켜지지도 않았고 지키려고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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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 '경찰 직사 물대포'로 사망, 경찰 4명 불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이진동 부장검사가 1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경찰 살수차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고 백남기 농민을 경찰 살수차로 직사 살수하여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총경), 살수요원 2명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충남살수9호)를 시위 진압에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시위대와의 거리, 수압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가슴 아래로 살수하라는 내부 운용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경찰 물대포는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밧줄을 당기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머리를 겨냥해 약 2800rpm 고압으로 13초 간 직사 살수했다. 넘어진 후에도 17초 가량 직사 살수를 이어가 두개골 골절상을 입히고, 결국 이듬해 9월 25일에 사망하게 했다.

검찰은 살수차에 탑승해 직접 물대포를 쏜 한석진·최윤석 전 충남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살수요원에게 내부 규정을 위반해 머리 등에 직사 살수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또 고압의 물대포를 살수하면서도 해당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는 작업도 불충분했다.

"차벽 등에 가려 현장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CCTV모니터를 면밀히 관찰하거나 확대하여 현장상황을 살피지 아니하고, 지면을 향해 살수를 시작한 후 점차 상향하여 살수하는 등으로 가슴 윗부위에 직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검찰 수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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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피의자 소환 인사청탁과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나아가 이러한 무분별한 살수에는 현장총괄지휘관인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현장지휘관인 신은균 전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장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먼저 '적법 살수'를 관리해야 할 신 전 단장은 살수 요원들이 살수차 내 CCTV화면 외에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시위대의 머리를 향해 강한 수압으로 수차례 직사 살수하는 걸 방치했다. 특히 이들이 기존 근무지가 아니라 이날 급히 지원 나와 살수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구은수 전 청장은 살수를 승인하고, 살수차 이동·배치를 결정하는 집회 관리 총 책임자였다. 현장지휘관과 살수요원을 지휘·감독해야할 그는 이날 머리를 겨냥한 직사 살수가 이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살수시 생기는 물보라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연속 살수를 중단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살수 지시를 내렸다.

"사망 원인은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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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차려진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 수많은 시민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유성호


검찰은 고 백남기씨의 진료기록과 법의학 자문 결과를 종합해 살펴봤을 때 사망 원인은 직사 살수에 의한 외인사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위해성 장비의 운용 지침을 위반하고 그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의 남용 사안"이라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최고 단계 비상령인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정책적 결정 당사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지휘관,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하여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위법한 직사살수에 대한 지휘・감독상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남기 #구은수 #강신명 #검찰 #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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