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오르니, 경비원 줄이겠다"... 눈물 나는 일이 벌어졌다

경비 감원 임차인대표회의 결과 나붙자, 일부 주민들 반대 의견 밝혀

등록 2017.10.17 20:36수정 2017.10.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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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 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감축과 관련하여 입주민들에게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밝히자. 입주자들이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에 손글씨로 경비원 감축에 반대는 유인물을 부착했다. ⓒ 신영근


"그분들은 경비원이라 부르지만 단지에 같이 살고 있는 이웃사촌이고 가족입니다."
"나는 반대합니다."

17일 충남 서산 한 아파트에 경비원 인원 감축 소식이 전해지자 이 아파트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경비원 인원 감축에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감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손글씨 게시물을 게시판에 부착하는 등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는 지난 9월 말 추석 이후 경비원 4명을 감원하는 찬반투표를 하겠다는 임차인대표자회의 결과가 붙어있었다.

이 공고문을  본 아파트 주민 구아무개씨는 "공고문을 보고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며 "주제넘게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몇 자 적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경비원의 인원 감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760세대 우편함에 넣었다.

"그동안 아파트에 살면서 참 많은 도움을 경비원분들께 받았습니다.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경찰관 소방관, 미화원, 택배원, 정원사는 경비원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760세대 최소 1500명에서 3000명이 넘게 사는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수많은 일들을 단 8명의 경비원분들이 해내고 있습니다. 

1명이 180여 명에서 400여 명가량을 책임지고 매일매일 이 엄청난 일을 해내면서 경비원분들의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최저임금 140만 원 정도입니다."

구씨는 호소문에서 "내년도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올랐습니다. 때문에 내년에 세대별로 더 부담해야 할 경비비는 5천 원 선이라고 합니다"라며 "5천 원을 아끼려고 경비원 수를 줄이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민 모두가 빠듯하고 가난한 사람입니다. 단돈 천 원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5천 원을 아끼기 위해 경비원 4명과 그에 딸린 가족들의 목숨을 끊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투표를 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투표 자체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표가 아주아주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부결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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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감축 찬반투표를 결정하자 한 입주민이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각 세대 우편함에 꽃아 놓았다. ⓒ 신영근


구씨는 유인물 마지막에 "경비원 해고를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자, 지나시다가 경비원분들을 보면 따뜻한 인사와 응원을 보내드리자"라는 공동행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내와 같이 경비 감축 반대 유인물을 작성했다는 구씨는 "딱히 할 수 있을 만한 게 없었다. 경비아저씨들을 조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입주민들을 모아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호소문을 쓰기로 했다"면서 "무엇보다 경비아저씨들의 고통을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부결을 확신하지만, 압도적으로 부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경비원 감축이라니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5천원 (담배1갑)아끼자고…"라며 "그 분들은 경비원이라 부르지만 단지에 같이 살고 있는 이웃사촌이고 가족입니다 나는 반대합니다"라고 손글씨로 쓴 종이를 붙였다.

게시판 옆에는 또 다른 주민이 "경비원 감축 반대에 앞장서서 피켓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입주민과 자라라는 아이들의 안전 지킴이가 될 수 있는 경비원으로 남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손글씨도 함께 붙어있었다.

한편, 이 아파트는 현재 8명의 경비원이 일하고 있으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경비원 감축 관련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4명의 경비원이 해고될 수도 있다.
#경비원감축반대 #서산시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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