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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서병수, 두 고교 동창생에 쏟아진 엇갈린 평가

[BIFF 단상] 부산영화제에 상처 준 부산시장과 위로 준 대통령, 품격의 차이

17.10.17 20:38최종업데이트17.10.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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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 부산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문재인 대통령과 서병수 부산시장.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정치인으로도 성공했다. 둘 다 선거에서 이긴 덕분에 지금 자리에 있게 됐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고 또 한 사람은 부산시장이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를 앞에 놓고 볼 때 두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고 있는 지표만큼이나 그 차이가 크다. 두 사람은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사람은 지탄을 받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박수를 받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한 사람은 깊은 상처를 내고 끝까지 사과나 반성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또 한 사람은 그것을 어루만지고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도자로서 품격의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서 시장에게 최소한의 예의 갖춘 게 부끄러워"

12일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입장하던 서병수 시장이 관객들을 찾아 악수하고 있다. ⓒ 부산영화제


서병수 부산시장. 지난 정권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서 시장은 권력의 힘을 악용해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았다는 지적을 듣는다. 이는 단순히 부산영화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계에도 상처였다. 독재자의 딸이라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답게 그는 권력의 힘으로 영화제를 유린하는 데 앞장섰다. 국가적 위상을 높이며 상승하던 영화제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4년 <다이빙벨>은 막으려 했던 서 시장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영화제를 압박했고, 시장의 이런 뜻을 받든 부산시 관계자들은 "영화를 못 틀게 스크린에 모래를 뿌리겠다"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일삼으며 부산영화제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부산지역 인사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부산시 공무원들도 문화예술은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요지부동의 입장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2016년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몰아냈다. 이명박 정권이 2009년 좌파 영화제로 몰아 쫓아내려다 실패한 일을 서병수 시장이 앞장서 이뤄낸 것이다.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영화제 주축들이 80~90년대 문화운동을 한 사람들이라 모두 좌파'라는 인식도 부산영화제 탄압 과정에서 작용했다고 말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이후 부산영화제는 크게 흔들렸고, 영화단체들의 보이콧으로 2년 연속 반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창설 주역이었던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칸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타계하며 영화제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탄압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영화제 주역이 세상을 떠나게 원인이었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서병수 시장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영화 중단을 요구했으나 결국 상영됐으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것 아니냐는 게 서 시장의 입장이다. 그는 12일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당당히 입장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뻔뻔하다'와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외무대에서 정중한 문구로 사과를 요청했던 방은진 감독은 사과없는 서 시장의 모습에 "관객들과 배우들이 있었기에 톤 조절을 했는데 이런 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던 것이 몹시도 부끄럽다"고 밝혔다.

방문만으로도 큰 위로 준 문재인 대통령

지난 15일 부산영화제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객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고 있다. ⓒ 부산영화제


문재인 대통령. 올해 부산영화제 초반 최대의 화제 인물은 영화인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영화제가 워낙 외풍에 시달린 탓인지 예년보다 활기가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의 해결 과정도 난항이 예상되지만, 적어도 문 대통령의 방문은 분노와 울분에 차 있는 영화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한 영화인은 "서병수 시장 때문에 속상했는데, 대통령 때문에 마음이 조금 풀린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개막 이후 내내 피곤함에 절어 있던 한 스태프는 생기발랄한 얼굴로 "오늘 가장 좋아하는 분이 제 손을 잡아 주셔서 피곤함이 싹 달아났다"며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영화제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를 줬다. 문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간 부산영화제가 어려움을 겪으며 위축되고 위상이 떨어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직접 영화제를 찾아 이야기하는 것으로 무게를 실었다.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전공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한 학생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명예회복을 이야기하자 공감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정상화의 해법이 어떤 것인지를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수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유명 평론가인 영국의 토니 레인즈는 부산영화제 사태에 화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부산영화제 정상화는 이제 시민들의 몫만 남겨둔 것 같다.

"시장이 이야기도 듣지 않고 본인의 생각만 주장한다.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이다. 형편없는 정치인은 빨리 물러나게 해야 한다. 부산영화제 사태를 계기로 (한국민들과 부산시민들이)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제대로 된 시장 선출해 달라. 다음 선거 때 (대통령과 시장을) 잘 뽑아야 한다."

부산영화제 문재인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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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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