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녹조·큰빗이끼벌레

[현장] 여전히 녹색빛 띠고 있는 강물... 주변엔 온통 쇠파리만 윙윙

등록 2017.10.17 20:43수정 2017.10.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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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울긋불긋하다. ⓒ 김종술


가을 햇살만큼이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하다. 강변 둔치를 뒤덮은 갈대와 억새가 한들거리며 신이 난 표정이다. 그러나 강물은 여전히 녹색 빛이다. 물이끼가 가득한 자갈밭엔 죽은 물고기도 나뒹군다.

17일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강물은 하늘빛이다. 쾌청한 날씨 때문인지 기분까지 상쾌하다. 물가를 걸어볼 생각으로 가슴까지 올라오는 바지장화로 갈아입었다. 키를 훌쩍 넘어버린 갈대밭을 헤치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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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자원공사가 공주보 상류에 설치한 수질자동 측정망 장치는 지난 여름 장맛비에 떠내려갔다. 최근 추가로 설치해 놓았다. ⓒ 김종술


쇠파리가 먼저 반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코를 찌르는 악취도 오늘은 참을 만하다. 그러나 한 발 내딛자 발목이 펄 속에 빠져버렸다. 옴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펄은 깊었다. 발목이 빠진 곳에서는 실지렁이가 꿈틀거린다. 발버둥 치며 빠져나와 나무막대를 지팡이 삼아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디뎠다.

장맛비에 떠내려 왔는지 공사장에서 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한 장비가 둥둥 떠다닌다. PVC 물병부터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가 물가 수풀 속에 처박혀 있다. 탁한 물 속은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파란 물이끼가 뒤덮은 자갈밭엔 물고기가 숨을 헐떡이며 가쁨 숨을 몰아쉬고 있다. 서너 발짝 거리엔 조금 전 죽은 것으로 보이는 물고기도 있다. 상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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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물이끼가 가득한 곳에서는 죽은 물고기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 김종술


물가에 릴대를 20대 가까이 뿌려놓은 낚시꾼을 만났다. 추위에 피워놓은 것으로 보이는 모닥불 주변으로 낚시 도구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밤낚시를 했다는 할아버지는 80cm가 넘는 잉어를 잡았다며 자랑하듯 보여준다. 지난밤 물이 빠져서 많이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렇게 큰 잉어가 나오는 것을 보니 4대강 사업으로 물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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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는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 큰빗이끼벌레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쌍신생태공원 위쪽으로 걸었다. 정안천에서 유입되는 지천과 만나는 곳까지 물속은 여전히 펄밭이다. 듬성듬성 부들과 갈대가 자라고 있다. 탁한 물속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뭉클거리며 손끝에 와 닿는 것은 큰빗이끼벌레였다. 호빵만 한 크기로 핫도그 형태로 뿌리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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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울긋불긋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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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울긋불긋하다. ⓒ 김종술


주변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하다. 녹색 강물엔 울긋불긋 단풍이 물든 것처럼 남조류도 덕지덕지하다. 건너편 백제큰다리 밑에서도 남조류로 사체가 발견되었다.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에서 유래된 독성물질로 유독 화합물이다. 종류가 50여 종 정도다.


7종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성이 아주 강하다. 1990년대 캐나다에서 발생한 수만 마리의 오리와 물새류 폐사, 19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발병한 피부 질환 및 눈병, 1991년 호주의 소 1600마리 사망 등이 많은 사례가 있는 만큼 매우 위험한 독성물질이다.

공주시 석장리박물관 상류 강변이 파헤쳐졌다. 공주시가 공원 조성을 위해 중장비를 동원하여 강변을 밀어버렸다. 벌건 속살이 드러난 강변에 콘크리트 블록을 깔기 위해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강변은 가시박이 뒤덮고 있다. 이곳도 강물은 녹색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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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마리너 선착장 구조물까지 퇴적되었다. 밀려든 펄 속에서는 쉼 없이 공기 방울이 올라오고 있다. ⓒ 김종술


마지막으로 찾아간 세종시도 최근 추위에 사라졌던 녹조가 뭉글뭉글 피어나고 있다. 재퇴적으로 기능을 상실한 마리너 선착장 구조물은 흙 위에 올려놓은 것 같다. 듬성듬성 풀밭으로 변해간다. 쌓인 펄이 썩으면서 올라오는 공기 방울 때문에 구멍이 뚫리고 화산 분화구를 연상케 한다. 주변은 온통 윙윙거리며 쇠파리들만 모여 있다.
#4대강 사업 #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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