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품 같이 아늑하고 포근한 화성시 남양성지

우리나라 최초의 성모마리아 순례성지, 화성시 남양성모성지

등록 2017.10.18 16:05수정 2017.10.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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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성모마리아 순례 성지 ⓒ 김종성


남양 성모성지(南陽聖母聖地)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천주교 수원교구의 성지(聖地)다. (누리집 : www.namyangmaria.org) 병인박해(1866년) 때 1만 명에 이르는 천주교인들이 희생되었는데, 당시 이곳 지명이었던 남양도호부에도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끌려와 처형당했다고 한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는 박해의 역사지 싶다.

남양 지역엔 일찍부터 천주교가 전파되어 신자들이 많았다. 남양은 지리적으로도 신앙 활동이 자유로웠던 중국과의 연락이 용이한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남양은 서해안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행정과 사법권을 부여받은 종삼품의 도호부사가 부임했던 곳이었다.


삼정문란 등 정부 관리들의 극심한 부정부패와 백성들의 민란 등으로 피폐했던 조선 말기, 당시 천주교는 백성들에게 단순한 종교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남양 순교지는 다른 순교지와는 달리 무명 순교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왔습니다. 당시 목숨을 잃은 무명 순교자들을 현양하는 순교성지로 1991년 한국 천주교회가 이곳을 성모성지(聖母聖地)로 공식 선포한다.

성모님 품 같이 아늑하고 편안한 곳 

묵상 ⓒ 김종성


테레사 수녀상 ⓒ 김종성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성모마리아 순례성지가 되었다. 성지 곳곳에 있는 다양하고 친근한 모습을 한 성모상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게 했다. 순례객들은 주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성모 동상 앞에 앉아 혹은 성모님의 손을 잡고 기도하는 어느 중년 여성 모습에서 간절함이 절로 느껴졌다. 이런 모습은 절에 가도 비슷하다. 신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은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더 많은 것 같다.

문득 카를 마르크스가 남긴 유명한 어록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책 <나라 없는 사람(A man without a country)> 가운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스탈린이나 마오쩌둥 등 독재자들이 자주 활용했던 이 말은 사실 마르크스가 그 말을 했던 1844년 당시, 아편과 아편 추출물은 누구나 복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진통제였다는 것이다.

마르크스 자신도 아편을 복용한 적이 있었으며 그는 아편을 먹고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자 대단히 고마워했단다. 마르크스는 그저 종교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탄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지 그것을 비난하려던 게 아니었다.


간절함. ⓒ 김종성


십자가의 길 ⓒ 김종성


남양 성모성지는 무척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성지 앞쪽에 서 있는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구불구불 솟아 있는 멋진 소나무들을 시작으로 성지의 양편과 뒤쪽에는 나지막한 동산들이 감싸듯 둘러싸여 마치 성모마리아의 품 안에 든 것처럼 아늑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3.5m의 성모상을 비롯해 여러 동상과 묵주기도의 길, 십자가의 길이 숲속 산책로처럼 이어져 있다.

숲과 초원, 흙길이 펼쳐진 이곳은 천주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다. 언덕과 동산이 있는 긴 산책길을 걷노라면 안온하고 차분한 기분이 든다. 각각의 길 곳곳에선 기도문을 새긴 표지판과 다양한 성상들이 순례객들을 이끌어준다.

나처럼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성지를 순례할 수 있다. 나무들을 많이 심어 놓은 숲길 곳곳에 조각 작품처럼 만들어 놓은 성물들이 눈길을 끈다. 다양한 성모님의 모습이며, 테레사 수녀님에서부터 예수님의 면류관에 씌워 있었던 가시 등 다양하다.

이곳은 화성시에서 지정한 화성 8경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여 홍보하고 있을 만큼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잘 가꿔진 정원과 숲이 성모의 품같이 편안하고 포근한 경관을 지닌 곳으로 전국의 천주교 신도들의 순례지는 물론 시민들의 휴식장소로도 좋은 곳이다.

동산과 언덕을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지는 남양성모성지. ⓒ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지난 10월 8일에 다녀왔습니다.
* 대중교통편
1. 서울 전철 사당역 4번 출구 - 1008버스 - 남양사거리 하차 도보 10분
2. 수도권 전철 수원역 7번 출구 - 400번, 400-2번, 400-4번 - 남양성지 하차
#남양성모성지 #화성8경 #화성여행지 #병인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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