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플랜 B? 알파벳은 A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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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포츠()등록 2017.10.18 16:02
신태용호의 행보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행 티켓은 손에 넣었지만 개찰구를 찾아가는 데에 힘이 부친 듯하다. 지난 10월 7일 러시아전에서 4골이나 내주며 대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스위스에서 모로코에게 3실점을 내주며 2017년 패배수를 늘렸다. 모로코 대표팀이 직전에 있었던 월드컵 예선에 출전한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다음 경기를 위한 실험을 했다는 측면에서 실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표팀은 경기 시작한지 10분여 만에 우사마 탄난(라스 팔마스)에게 두골이나 얻어맞으며 경기를 끌려가게 되었다. 신태용 감독이 야심차게 시도했던 3백 실험은 이날 경기에서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4백으로 전환한 후 대표팀 경기력은 그래도 안정세로 돌아섰고 더 이상의 실점은 허용하지 않고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히다드(위다드 카사블랑카)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후반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이날 대표팀이 얻은 소득이라곤 손흥민이 370여일 만에 A매치 골 맛을 봤다는 것뿐이다. 그나마 A매치 데뷔전을 치루는 상대 골키퍼의 미숙함으로 얻은 페널티킥이었다. 그에 반해 모로코는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린 선수가 두 명이나 생겼고 1.5군으로 시작한 스타팅 라인업에 2진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여유도 보였다. 벨한다(갈라타사라이)와 하키미(레알 마드리드)는 교체로 출전했고 메흐디 베나티아(유벤투스)는 아예 이날 휴식을 취했다.

이번 대표팀은 사전에 신태용 감독이 예고한대로 K리그 선수들이 제외됐다. 이번 A매치 일정이 K리그 클래식이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하기 전 정규라운드의 마지막 경기 일정과 겹치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상, 하위 스플릿 팀이 확정된 것이 33라운드가 아니라 32라운드였다는 것을 본다면 과도한 배려라는 느낌도 든다. 안 그래도 중요한 유럽원정을, 심지어 월드컵 개최국과의 원정 경기가 포함된 대표팀을 반쪽짜리로 구성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신태용 감독은 두 번의 평가전을 통해 크게 세 가지 실험을 했다. 3백 장착, 이청용의 윙백 기용, 권경원(텐진 취안젠)과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의 가능성 확인. 결과적으로 권경원의 가능성만 확인한 것 빼고 다 실패했다. 3백은 안하느니만 못했고 수비수 이청용은 보는 사람이나 뛰는 사람이나 힘들게 했으며, 1994년생의 중앙수비수는 대표팀 커리어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게 3백은? 고1이 푸는 수학능력시험

3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축구 전술의 흐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3백을 구성할 수비수가 없다. 현대적인 의미의 3백 수비의 구성은 양 쪽에 스토퍼를 배치하고 중앙에 후방 빌드업을 담당하고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중앙수비수 기용한다. 특히나 백3보다 위쪽에 위치하는 윙백들이 보다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흐름에서 스토퍼들은 때론 풀백의 역할도 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3백을 구사할 때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가운데 위치하는 수비수이다. 대표적으로 레오나르도 보누치(AC밀란), 다비드 루이즈(첼시), 존 스톤스(맨체스터 시티) 정도가 있다. 특히나 보누치는 수비력보다 3백에서의 빌드업 능력, 수비조율 능력 등으로 월드클래스 선수가 되었다. 다비드 루이즈 또한 다수 불안한 수비력과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이 3백 체제에서 유용한 선수가 되었다.

그렇지만 현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선발될 만한 선수 중에 가운데 수비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수비수가 없다. 중국 슈퍼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이미 충분히 주어진 기회를 놓쳤고 이번 2연전에서 비슷한 역할을 한 장현수(FC도쿄)는 이제 본 포지션이 어딘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K리그에서도 3백을 가장 완성도 있게 구사하는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조용형 정도가 거의 유일한 적임자지만 나이가 좀 많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4백에 익숙한 선수들이 많고 가장 좋은 기량을 발휘한다. 월드컵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험해야 할 것은 김민재(전북 현대)의 센터백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김민재처럼 투쟁심 있고 터프한 스타일의 수비수든, 수비라인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지능적인 수비수든 뭐든 좋다. 플랜 B를 만들 시점이 아니라 플랜 A를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모제스, 사네, 브란트... 이청용?

첼시의 빅터 모제스,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 바이얼 레버쿠젠의 율리안 브란트. 세 선수 모두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3백 체제 하에 윙백 역할을 맡은 윙포워드 선수다. 모제스는 스피드로 승부하는 전형적인 EPL 선수였지만 콩테 감독을 만나서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의 대표 선수가 되었다. 사네와 브란트도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윙어지만 소속팀과 독일 대표팀에서는 윙백 역할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러시아와 모로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하고 풀타임 출전했던 선수가 딱 두 명 있었는데 바로 장현수와 이청용이다. 그 중 이청용은 생소한 포지션에서 경기에 임했는데 그게 3백에서 가장 중요한 윙백이었다. 러시아전에서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엿봤지만 모로코 전에서 집중적으로 공략당하면서 실패한 실험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실 이청용은 윙백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선수의 클래스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세 선수 중 두 명과 이청용은 같은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이청용은 창의적인 패스, 동료 선수와의 패스플레이를 통해 측면을 공략하거나 중앙으로 침투하는 언더랩을 즐기는 선수다. 큰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에 특유의 창조성이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이청용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측면 윙포워드다. 전방의 공격수, 중앙의 공격형미드필더, 후방의 풀백과의 연계플레이로 상대방의 측면을 무너뜨리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 가장 위협적이다. 러시아전에선 창의적인 패스와 날카로운 크로스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K리그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이청용을 윙백으로 기용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 실험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김민재 선발은 신의 한 수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 하는 일마다 비난을 받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칭찬을 받는 일은 전북의 김민재를 대표팀에 뽑아서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한 것이다. 알 만한 사람들만 알고 있던 보물 같은 선수를 모르는 사람 없게 만들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작년 수비의 한축을 담당했던 최규백을 울산으로 트레이드 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할 역대급 수비 재능을 가진 선수이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랐던 모양이다. 권경원과 송주훈을 선발해 출전시켰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사실 4분의 1의 성공이 정확하겠다). 권경원은 김민재를 발굴한 최강희 감독이 한 때 가장 아꼈던 유망주였다. 시작은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소속팀을 옮겨 다니며 중앙수비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송주훈은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팀을 이끌 당시 주전으로 염두에 뒀던 선수지만 부상으로 낙마했었다.

권경원은 러시아전에서 3백의 왼쪽 수비로 선발출전 했다. 동료와 동선이 겹치는 사소한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비교적 무난한 데뷔전을 가졌다. 김주영(허베이 화샤)의 2번의 자책골로 수비진들 전체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긴 했지만 권경원의 경기력은 데뷔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빌드업에 종종 가담하며 미드필더 출신임을 상기시켰고 빛이 바랬지만 멋진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송주훈의 활약에는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다. 모로코저 선제 장면에서 수비 숫자가 공격수의 두 배를 유지하면서도 뒷걸음치다 실점을 했다. 이 과정에서 송주훈은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거나 윙백인 임창우(알와흐다)와 소통해 협력 수비를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두 번째 실점은 송주훈의 어이없는 걷어내기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 후반전에는 상대 공격수들이 공을 몰고 여유 있게 드리블 하는 것을 힘겹게 쫓아다니기만 했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이끌면서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고 공격적인 경기를 전개하면서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았다. 과거 성남 일화를 이끌고 아시아 최고 클럽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신태용의 이미지는 미래를 책임질 자산이었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을 맡아 이제 고작 4경기를 했고 그는 요즘 가장 유행하는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산적한 과제들을 신태용 감독 홀로 풀어낼 수는 없다. 월드컵까지 8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역대 최약체 전력의 월드컵 대표팀의 감독이란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 허술한 플랜 B보단 탄탄한 플랜 A를 구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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