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대상자까지 빚 갚으라 독촉하는 보험사들

[국감이슈]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추심 여전...보험사 10곳 중 6곳 기준조차 없어

등록 2017.10.18 19:19수정 2017.10.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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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화재 직원인 A씨는 지난 8월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는 노숙인 B씨에게 수급비로 빚을 갚으라며 독촉했다. 또 A씨는 B씨 자녀를 상대로 빚 독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최저생계비는 채권추심 대상에서 제외되며, 가족에게 대신 빚을 갚으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A씨처럼 국내 보험회사 10곳 가운데 6곳은 기초생활 수급자(아래 기초수급자)에 대한 채권 추심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여전히 이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추심행위를 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지난 17일 공개한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채권추심법 교육실시 등 현황'을 보면 기초수급자 추심기준을 보유한 보험사는 15곳에 그쳤다. 전체 보험사 39곳 중 약 38%만 이런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들 64%,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채권추심법 교육 안해

ⓒ 제윤경 의원실


생명보험사 중에선 교보•동양•메트라이프•삼성•ABL•하나•현대라이프생명이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또 손해보험사에서는 농협•더케이•메리츠•삼성•MG•한화손해보험과 동부•흥국화재가 기초수급자 추심기준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대부분 보험사들이 직원들에게 올바른 채권추심 방법을 교육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 의원에 따르면, 보험사 39곳의 64%는 지난 2012~2016년 동안 '채권추심법' 교육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채권추심 교육 관리는 심각했다. 생명보험사 24곳 중 7곳만 지난 5년간 한번 이상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은 매년 12회씩, 동양생명은 작년에만 8회, 흥국생명은 매년 2회씩, 현대라이프와 ABL생명은 4년간 각각 2회, 1회씩 교육을 실시했다. 또 푸르덴셜생명과 농협생명은 5년 동안 단 한번 교육을 진행했다.


"대부업체 불법추심 여론 높아지는 동안 보험사는 사각지대에"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같은 기간 15곳 중 7곳이 한 차례 이상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매년 16~21회 가량 교육을 실시했고, 메리츠화재는 매년 4회씩, MG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각각 매년 2회씩, 더케이손해보험은 매년 1~2회씩 교육을 했다. 또 한화손해보험은 매년 1회씩, 농협손해보험은 지난 2년간 매년 2회씩 교육을 실시했다.

보험사들도 다른 금융사들처럼 받지 못한 돈에 대해 추심할 수 있는데, 이때 불법행위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보험사 추심 교육실태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제 의원은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나중에 보험계약자나 과실이 있는 사람에게 이를 청구하게 되는데 이때 불법추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보험사들이 기초수급자 추심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거나 채권추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점 등을 꼽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 의원은 보험사들의 불법추심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불법채권추심 지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지도일 뿐 강제성은 없다는 것이 제 의원 쪽 설명이다. 그만큼 보험사가 불법채권추심을 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얘기다.

제 의원은 "지난 몇 년간 대부업체나 추심업체의 불법추심 행위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는 동안 오히려 보험사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감원은 추심행위를 하는 모든 곳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윤경 #보험사 #불법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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