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물꼬 튼 정동영 "한국 불평등 뿌리 건드린 것"

[국감인터뷰] “후분양제 단계적 실시는 아주 미지근해, 장관이 더 적극적으로 해야”

등록 2017.10.19 10:51수정 2017.10.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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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아파트 후분양제에 대해 “단순히 아파트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차원이 아니라 한국사회 불평등의 뿌리를 건드리는 것이다. 대출받는 소비자를 규제하고, 청약제도 개선하고 이건 땜질식 미봉책이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도입, 후분양제 도입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후분양제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뿌리를 건드린 거예요. (국토부 장관이) 후분양제 단계별 실시 로드맵을 만들어보겠다고 아주 미지근하게 답변했는데 장관이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봐요."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12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김현미 장관으로부터 '아파트 후분양제 단계적 도입'이란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후분양제'는 이번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국정감사 자료 준비일인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직 배고파보였다. "후분양제 단계적 도입"이란 말이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은 듯했다. 사실 지난 12일 국감에서 김 장관이 후분양제 단계적 도입을 말한 것도 치열한 물밑작업의 성과였다.

김현미 장관 등 국토부 인사들과 접촉해 후분양제 도입 설득

정 의원은 국감에 앞서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차관, 주택정책실장 등과 접촉해 후분양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설득했다. 멱살 잡아 끌어 올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렇게 10여 년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후분양제 도입을 위해 청와대 쪽과도 접촉하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얘기를 했어요.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개혁이 후분양제다.청와대에서 힘 좀 실어라. 요즘 (후분양제 도입 얘기한) 김현미 장관이 최대 이슈잖아요. 재벌 건설사의 대변자를 국토부가 왜하나, 국토부는 집 없는 서민들 대변해야지, 국토재벌부에서 국토서민부로, 그 리트머스 시험지가 후분양제예요."

정 의원은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은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 근원을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8·2 대책 같은 미봉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후분양제를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공개를 도입해 자산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아파트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차원이 아니라 한국사회 불평등의 뿌리를 건드린 거거든요. 집값이 한세대 동안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어요. 대출받는 소비자 규제하고, 청약제도 개선하고 이건 땜질식 미봉책이에요. 기둥은 분양원가 공개해라, 분양가 상한제 도입해라, 후분양제 하라는 겁니다." 

정 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을 이야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아파트 후분양제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2007년 공공부문부터 순차적으로 후분양을 의무화한다는 계획도 세워졌지만, 경기 상황을 이유로 1년 미뤄졌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야무야됐다.

"후분양제 김현미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토건학자와 관료들의 작전에 '말렸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후분양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후분양제를 단계적 도입을 할 게 아니라 단칼에 시행할 의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실명제라든지, 에스에이치 공사 오세훈 시장 때 후분양제 같은 것은 전격적으로 했거든요. 시간을 주면, 틈을 주면 흔들어서 무산시켜 버린단 말이에요. 이번에도 단계별 실시로드맵을 만들어보겠다, 아주 미지근하게 답변했는데 난 김현미 장관이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봐요."

정 의원은 '아주 미지근하게'를 한 음절씩 힘줘 말했다. 진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후분양제는 소비자에게 뭐가 좋냐고 묻자 "소비자가 물건을 보고 살 수 있게 된다"는 아주 상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처럼 견본주택관(모델하우스)에서 내부 유닛만 보고 구입한 뒤, 입주한 뒤에는 각종 하자 시공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동탄 부영아파트는 하자 기네스북감"

사실 과자 하나를 사도 유통기한을 꼼꼼히 보는데, 수 억짜리 아파트는 제대로 된 물건도 보지 않고 사는 걸 당연시 여기는 한국의 풍경은 비상식적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부실 시공으로 문제가 되는 동탄2신도시 부영 아파트 같은 불량품은 자연 퇴출된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보고 비교하고 사잖아요. 이 아파트가 입지가 좋은가 품질이 좋은가. 둘러볼 수 있잖아요. 위치도 볼 수 있고 가서 조경도 제대로 했는지 주차장을 지하로 잘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잖아요. 모델하우스만 보고 속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이상 소비자에게 큰 혜택이 어디 있습니까. 동탄 신도시 부영아파트도 하자가 8만8000건, 기네스북에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게 선분양제도입니다."

정 의원은 최근 후분양제를 하면 분양가가 올라간다는 내용의 주택도시보증공사 보고서는 '엉터리'라며,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후분양제를 하면 아파트 입주 전 내야 하는 계약금과 중도금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선분양하면 2년 전부터 돈 내잖아요. 그 돈은 대출받으면 이자를 건설사가 물어줍니까? 건설사가 이자 안 내잖아요. 아파트 가격이 3억이라고 하면 그 중 2억을 계약금, 잔금 해서 이자 물잖아요. (후분양제 되면) 소비자에겐 이득이지 2년 동안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가계가 빚을 안내니까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후분양제란 답은 정해졌다. 하지만 정답을 실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정 의원의 고민이다. 후분양제를 반대했던 국토부 내 관료들과 재벌건설사, 보수 언론 등이 쌓은 견고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 산을 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개혁적인 의지를 갖고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원하지만, 국민, 촛불민심은 개혁을 원한다고요.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 장관이 서민 대중의 열망을 정확히 대변해야죠. 소득 3만불짜리 나라에서 최저기준 미달 주택에 사는 국민이 500만명이에요. 지옥고(지하실,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청년이 140만명인데 해결 해야죠. 촛불 정권인 걸 자부하면서 왜 정책에서는 이명박근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가가 제가 추궁하는 포인트죠."

정 의원은 지난 16일 개최된 국민의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후분양제의 당론화를 제안했다. 정부나 여당이 아닌 야당 차원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공력을 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후분양제 말고도 정 의원이 국감에서 꺼낼 카드는 많다.

건설노동자 임금직불제 등 새로운 국감 이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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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정부의 땜질식 대책으로는 (부동산 폭등) 절대 못 막는다. 8.2 부동산대책 시즌2, 시즌 3 해봐야 자산 불평등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제는 극장식 정치로부터 보여주기 정치로, 민생개혁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택지개발권을 가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인 땅을 저가로 수용해 재벌 건설사에 되파는 문제, 건설 현장의 복잡한 하청 구조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금직불제 도입 등을 거론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임금직불제도만 정착돼 책정된 임금만 제대로 지급되면 건설 노동자가 월 350만 원대의 임금을 받게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바뀐다"라면서 "LH와 도로공사 등은 땅을 팔아, 수익을 남기면서, 도로와 아파트 건설 등은 부채가 많다며 민간에 떠넘기고 있는데, 공공의 역할을 포기하는 적폐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준비한 질문이 다 떨어질 때쯤, 정 의원은 다시 한 번 새 정부의 분발을 촉구했다.

"정부의 땜질식 대책으로는 (부동산 폭등) 절대 못 막는다 증명했잖아요. 8.2 부동산대책 시즌2, 시즌 3 해봐야 자산 불평등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가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이제는 극장식 정치로부터 보여주기 정치로, 민생개혁 정치로 전환해야 합니다."
#정동영 #후분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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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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