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가을야구에 몰아치는 '빅이닝' 주의보

18일 열린 2017 KBO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이 NC에 17-7로 승리... 플레이오프 전적은 1승 1패

17.10.19 10:24최종업데이트17.10.19 10:24
원고료로 응원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 오프 2차전. 5회초 무사 1루 상황 NC 나성범이 2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화끈한 타선 폭발에 힘입어 NC를 대파하고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7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이 NC에 17-7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전적을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양팀은 전날 1차전에 이어 또 한번의 난타전을 펼쳤다. 두산은 1회말 박건우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렸으나 NC가 2회 지석훈의 동점홈런, 3회 김성욱의 투런홈런과 스크럭스의 적시타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두산이 다시 3회말 김재환의 3점홈런으로 4-4 동점을 만들자, NC는 5회초 나성범의 투런 홈런으로 응수하며 6-4로 앞서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1차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두산의 진짜 복수는 6회부터 시작됐다. 두산은 NC의 세 번째 투수 구창모를 상대로 김재환과 오재일이 연속 볼넷을 얻어냈다. NC는 1차전에 이어 다시 한번 선발요원 제프 맨쉽을 구원투수로 투입했으나 나오자마자 양의지에게 또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뒤이어 최주환이 맨쉽을 상대로 좌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역사상 최대의 타격전'으로 기억될 경기

불 붙은 두산 타선은 맨쉽을 강판시킨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원종현을 상대로  박건우의 적시타와 김재환의 이날만 두 번째 3점 홈런이 터지며 12-6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두산은 6회에만 8점을 터뜨리는 '빅이닝'을 연출했는데 사실상 승부의 흐름이 두산 쪽으로는 기우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NC도 7회초 스크럭스의 좌월 홈런으로 다시 1점을 만회했으나 두산 타선이 경기 후반에도 쉴틈없이 NC 불펜을 맹폭하며 추격의 희망을 내주지 않았다. 두산은 7회 허경민의 적시타와 박건우의 사구로 인한 밀어내기, 김재환의 좌익수 플라이로 3득점을 추가했고, 8회에는 조수행의 2타점 적시타로 2득점 등을 더 뽑아내며 결국 점수차를 10점차까지 벌렸다. 승부가 기운 7회에 NC 구원투수 최금강이 김재호와 박건우에게 연속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잠시 싸늘해지기도 했으나 양팀 선수들의 자제로 벤치클리어링까지 가지는 않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와 두산의 2차전 경기. 3회말 2사 1,3루 때 두산 김재환이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KBO 플레이오프 역사상 최대의 타격전으로 기억될 경기였다. 양팀은 이날 한 경기에만 두산과 NC가 각각 4방씩 총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거포 전쟁을 펼쳤다. 잠실이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넓은 투수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힌다는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8홈런은 KBO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이기도 했다.

두산은 김재환이 2홈런 7타점, 박건우가 1홈런 2타점, 최주환이 1홈런 4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NC도 홈런수는 같았으나 두산의 몰아차기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했다. 나성범, 스크럭스, 김성욱, 지석훈이 각각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외에도 다양한 기록이 쏟아졌다. 두산은 이날 15안타를 몰아치며 17타점을 기록하며 지난 2015년 NC가 기록했던 플레이오프 최다 타점(16점) 기록을 경신했다. 6회말에만 8득점을 올린 것도 빙그레(현 현화)가 1991년 10월 3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올렸던 한 이닝 최다득점-타점과 타이 기록이다. 양팀 합쳐 24득점도 2008년 두산-삼성전에서 나온 18점을 뛰어넘는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타점 및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격언이 무색하게 유난히 '빅이닝'이 속출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NC만 하더라도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를 거치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몰아치기로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롯데와의 준PO 1차전 연장 11회 7득점과 최종 5차전 5회 7득점을 뽑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빅이닝 주의보' 경계해야 할 상황, 투수들은 고달플 수도

두산과의 지난 PO 1차전에서도 NC는  6-5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8회에만 두산 불펜을 맹폭하여 7득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가져온 바 있다. 이날은 두산이 정반대로 6회 8득점을 몰아치며 전날의 빚을 그대로 되갚았다. 양팀 모두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이 즐비한 데다 주력 불펜 투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기 후반 1~2점차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는 '빅이닝 주의보'를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투수들에게는 고달픈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다. 두산은 화끈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믿었던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못내 찜찜했다. 1,2차전에서 두산의 원투펀치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나란히 5.1이닝 6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최주환이 6회말 무사 만루서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니퍼트는 1차전에서 유격수 류지혁의 실책이 빌미가 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장원준은 두산 이적 이후 한 경기에서 피홈런 3개를 허용했다. 두산은 3차전 선발에 보우덴이 내정됐고 4차전은 유희관이 유력한 상황. 두산이 막강한 공수 전력에 비하여 불펜만큼은 그리 두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선발진의 부진은 남은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더라도 부담이 될수 있는 대목이다.

NC도 잠실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선방했으나 불펜진의 붕괴가 뼈아프다. 선발요원이 부족한 NC는 2차전에서 무려 9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벌떼야구'를 펼쳤으나 두산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계속된 부진으로 플레이오프에서는 구원투수로 보직이 깜짝 변경된 맨쉽은 불펜에서도 1,2차전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김경문 감독에게 고민을 안겨줬다.

벌써 포스트시즌만 8경기째를 치르고 있는 NC 불펜진의 구위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NC는 마산 3차전에서 4일 휴식만에 등판하게 될 에이스 에릭 해커가 최대한 오랜 이닝을 버텨줘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