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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감독' 부족한 K리그, 서정원 감독의 의미있는 도전

재계약 성공한 서정원 감독, 수원의 최장수 감독 될까

17.10.19 09:28최종업데이트17.10.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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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상위 스플릿에 진출한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그 클래식 정규라운드 일정이 끝난 K리그는 14일부터 상위 6개팀(전북, 제주, 울산, 수원, 서울, 강원)과 하위 6개 팀(포항, 전남, 상주, 인천, 대구, 광주)이 경쟁하는 스플릿 라운드 대결을 시작한다. 상위 스플릿은 올 시즌 우승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을 결정하고 하위 6개 팀은 K리그 클래식 잔류, 강등을 놓고 생존경쟁을 벌인다. ⓒ 연합뉴스


K리그 명문 수원 삼성이 서정원 감독과 최근 재계약에 합의했다. 수원은 지난 18일 올 시즌 계약이 만료되는 서정원 감독과 2019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상호 협의에 따라 1년을 더 연장하는 조건이 붙은 2+1 계약이다.

서정원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수원의 대표적인 레전드였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수원에서 선수로 활약하며 총 185경기에 출전해 46골 17도움을 기록했으며 주장까지 역임했다. 수원에서만 K리그 우승 2회,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등 모두 12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수원의 첫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서정원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남자 축구국가대표팀 코치를 거쳐 2012년부터 친정팀 수원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2013년에 윤성효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수원의 4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수원을 이끌고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16년에는 FA컵에서 수원을 6년만에 정상으로 이끌며 사령탑 부임 이후 첫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수원에서의 통산 성적은 K리그 186경기에서 78승 57무 51패다.

고비도 많았다. 지난해 수원은 한때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고, 성난 팬들의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서 감독에게 청문회를 요청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서 감독의 선수단 관리와 장악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수원은 올시즌도 초반 리그 5연속 무승에 그치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기탈락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며 우려를 자아냈으나 중반 이후 상승세를 타며 어느덧 4위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FA컵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재계약 성공한 서정원 감독, 수원의 역대 최장수 감독 기록에도 도전

서정원 감독의 재계약은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준우승 2회에 FA컵 우승 1회라는 성적표는 명가 수원의 황금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몇년간 수원을 비롯한 K리그 전반의 투자규모가 감수하면서 전력이 약화된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정된 지원 속에서 서 감독은 권창훈, 민상기, 구자룡, 이종성, 김건희 등 유스 출신 선수들을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키는 수완도 발휘했다.

수원은 당초 9월까지도 서정원 감독의 재계약 문제에 대하여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예 시즌 종료 이후로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는 소문도 나왔다. 하지만 고심 끝에 결국 재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 감독은 올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 일본 J리그와 중국 수퍼리그 클럽들로부터도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인 수원에 집중하기 위하여 모두 고사하며 의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서정원 감독 본인이 수원의 레전드 출신으로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다, 조나탄, 염기훈 등 수원의 주축 선수들로부터 굳건한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도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서정원 감독은 이번 계약으로 수원의 역대 최장수 감독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수원 초대 사령탑이었던 김호 감독이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시즌 간 지휘봉을 잡았고, 그 뒤를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팀을 이끈 차범근 감독(7시즌)이 잇고 있다. 올해로 감독 5년차인 서정원 감독은 2020년까지 지휘봉을 잡을 경우 현역 시절 스승인 김호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K리그는 최근 장수 감독이 점점 드물어지는 추세다. 전북 현대의 터줏대감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외도 기간을 제외하고도 12시즌째 팀을 이끌고 있지만 최 감독을 제외하면 한 팀에서 4~5년 이상 안정적으로 오래 머무는 감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현재 한 팀에서 3년차 이상 지휘봉을 잡은 감독도 최강희와 서정원, 노상래(전남), 조성환(제주) 감독까지 4명뿐이고,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는 아예 한 명도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의 운명은 성적에 따라 '파리 목숨'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같은 특수한 사례가 아닌 이상 잦은 감독교체는 득보다 실인 경우가 많다. 특히 K리그에서 자주 감독을 갈아치우는 팀치고 명문팀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감독이 경험을 쌓으며 시행착오를 극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소모품처럼 다루다 보면 그만큼 젊은 지도자들이 성장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K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성남(박종환, 고 차경복, 신태용), 울산(김정남, 김호곤), 서울(최용수) 포항(황선홍) 등도 최소 한 감독에게 4~5년 이상 안정적으로 지휘봉을 맡기며 성적을 낸 경우다. 수원도 20년이 넘는 역사동안 현 서정원 감독까지 단 4명의 감독만이 팀을 거치며 평균 임기가 5년 이상이었다. 심지어 수원 역사상 가장 최단명 감독이었다는 윤성효 전 감독도 3시즌을 채웠다.

만 46세의 서정원 감독은 어느덧 감독 5년차이지만 여전히 젊은 감독으로 분류된다. FA컵 우승을 제외하면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같은 굵직한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가 없음에도 수원같은 명문클럽에서 장수 감독이 될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케이스인 것도 사실이다. 서 감독은 아쉬운 빅매치에서 임기응변 능력이나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 등 공과가 엇갈리지만 그만큼 지도자로서 아직은 발전할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이 남아있다. '세오타임' 2기를 맞이하게 된 수원과 서정원 감독이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줄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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