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난 13분의 1, 소수의견 낼 것"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 검찰의 '영장기각 비판'에도 반박

등록 2017.10.25 17:07수정 2017.10.2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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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기자간담회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6대 대법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을 비판하는 검찰에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취임한 지 한 달 된 김 대법원장은 살짝 미소를 띤 채 간담회장에 들어섰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는데 제 모든 열정을 바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질의응답을 앞두고 "앉아서 듣고 답하는 게 청문회 생각이 난다. 질문받다가 혹시 난처하면 다리 아프다는 핑계로 도망가겠다"며 농담을 던진 뒤 자리에서 일어난 채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법원이 전직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통신조회영장 등 검찰이 신청한 적폐청산 수사 관련 영장을 여러 차례 기각하며 생긴 논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영장재판도 재판이다. 재판 결과는 존중돼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 정신"이라며 "재판에 대한 평가 등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의견을 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법원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 중 "우병우 전 수석 수사 과정에서 통신조회 영장을 2차례 기각당했다"며 "법원이 '이런 수사는 하지 말라'고 하나 싶어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영장은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고, 수사단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 중요하다. (영장 발부) 기준에 관해선 법관들이 모여 여러 차례 회의도 하고, 고민도 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 문제는 여러 제도를 한꺼번에 논의해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취임 이틀 뒤에 법관대표회의 팀을 면담했고, 앞으로 대법관님들과 심의관들 의견도 들을 생각이다. 재조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다면 그에 맞춰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다양성은 출신 아닌 '생각'이 중요..."사법평의회 지지 안 해"

내년에 6명이 교체되는 대법관에 대해서도 "임기 동안 제청해야 하는 대법관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상황과 시기에 맞는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기준에서 빠지면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의견에도 일부 동의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추천한 대법관 후보 가운데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한다. 대통령은 국회 동의를 거친 뒤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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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기자간담회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6대 대법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 대법원장은 국회가 논의하고 있는 사법평의회에 대해선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법평의회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기구다. 그는 "우리 제도로 받아들이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정치적이다"라며 "법원의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 가진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장으로서 소수의견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대법관 경험도 없고, 지금은 대법원장이지만 전원합의체에선 1/13에 불과하다"며 "대법원장이 관행적으로 다수의견을 내왔지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원합의체에 제 의견을 말할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을 "독립된 법관이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에 맞는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법관의 독립 ▲충실한 재판을 위한 인적·제도적 여건 마련 ▲전관예우 근절을 통한 사법 신뢰 제고 ▲상고심 제도의 개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실현을 실현해야 할 다섯 가지 과제로 꼽았다. 

그는 "법원이 처해있는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과 법원 구성원들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섯 가지 과제가 아니라 한두 개만이라도 제대로 해낸 대법원장이 되고 싶다"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김명수 #영장 #블랙리스트 #사법평의회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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