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MB는 한가하지 않았다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 타워' 일일 보고 받은 정황 드러나... 전면 수사 불가피해져

등록 2017.10.26 12:18수정 2017.10.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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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을 동원한 여론 조작 활동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보고를 받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던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사실상 '거짓'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 조직 편성 운영(2008년 7월 23일)'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홍보기획관실'과 '위기정보상황팀' 조직을 편성, 인터넷상, 국민소통 및 사이버 안전보장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 수행에 진력하고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의원 측에 따르면, 이 문건은 당시 관련 회의에 참여했던 기관 중 한 곳에서 소속 기관장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이 문건을 통해 공개된 관련 조직도와 주요 업무다. 홍보기획관실 소속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가 사실상 댓글공작 등 여론 조작 활동에 가까웠다.

문건에 따르면 ▲ 사이버상 국정 운영 관련 일일 여론 수집(국정원, 경찰 등) 및 분석 ▲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 및 악성 루머 유포자 색출 ▲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글 대응 및 정부시책 옹호글 게재 등이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로 적시돼 있었다. 또 국민소통비서관의 역할을 "국정 관련 인터넷 공간 통제를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수행"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해당 문건은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에 대한 보안유지 요청도 있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여론 조작 활동'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청와대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관의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들에서는 ○○○ 제공 자료 중 일일 평균 2건 이상을 포함하여 '일일 여론동향 보고서(1쪽)'을 생산, 대통령님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실 내 148명에게 일일 단위로 배포"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1일 SBS라디오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한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위 지금 말하는 블랙리스트라든지 대선 댓글 개입이라든지 박원순 제압 문건 등에 대해서 알고 있었거나 지시를 했거나 다시 말해서 직접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매우 바쁜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보고받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악성 루머 유포자 색출하고 악성 게시글 대응", 실제로 이뤄졌을까

이처럼 MB 청와대가 '사이버 컨트롤 타워' 조직을 편성해 운영하고, 대통령이 그와 관련한 일일 보고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서 드러난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가 실제로 보고 등을 거쳐 이행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2008년 8월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인터넷 카페 운영진과 회원 24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2009년 1월엔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측한 그가 한국 경제 위기론을 주장한 것을 두고 문제 삼은 것이었다. 각각 유죄와 무죄로 그 결과가 나뉘긴 했지만 인터넷 공간 내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이 2010년 미주 지역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도 있다. '미시USA'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모금활동에 나서는 등 당시 반정부 여론이 강했던 온라인 커뮤니티다.

공교롭게도 당시 벌어졌거나 현재 밝혀지고 있는 사안들이 모두 해당 문건에 명시된 국민소통비서관의 주요 업무 내용에 해당되는 것들인 셈이다. 

다른 사례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활동을 직접 보고 받았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이날 군 내부 비밀전산망인 KJCCS 문건 40여 건을 열람한 후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10월 당시 이태하 사이버사 530 심리전단장은 청와대에 "(포털사이트) '다음' 댓글 234개, 정부·군 비난 95%" 등이라며 인터넷 여론 동향을 설명한 뒤, "대응 관련 지침을 주시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명박 #댓글공작 #사이버사 #이철희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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