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약, 지원주택을 아시나요?

[지원주택, 주거와 복지의 혁명적 결합①] 미국에서는 15만 개 이상의 지원주택 만들어져

등록 2017.11.15 12:07수정 2017.11.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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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

문재인 정부는 지난 대선 공약을 통해 공적 임대주택 매년 17만호 공급 등 다양한 생애주기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에는 '공공임대주택 등에 복지와 의료서비스가 연계된 홀몸 어르신 맞춤형 공동홈 등 지원주택을 매년 1만실 확대'하고 중증장애인 전용 주거지원을 통해 '탈시설 등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중증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지원주택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린두레주택 홀몸 어르신을 위한 지원주택으로 만들어진 서울 금천구 보린주택 입주민. 문재인 정부는 보린주택의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tbs 교통방송


'지원주택'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이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어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고자 하는 '지원주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공공임대주택 등에 복지와 의료서비스가 연계된다'는 문재인 정부 공약집의 표현처럼, 쉽게 이해하면 지원주택이란 복지, 의료 등 지원서비스가 제공되는 주택을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이를 'Supportive Housing'이라고 부른다. 혼자서 주거유지와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독거어르신, 노숙인,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 신체장애인 등에게 저렴한 비용의 임대주택과 함께 자립지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설이나 병원 등에 평생 갇혀 살지 않고 지역사회 내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대안이다.

주거와 복지의 '혁명적' 결합

사실 집단거주시설이나 정신·요양병원도 하나의 주거 형태이다. 그리고 복지, 의료서비스가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시설 또는 병원이라는 주거 형태와 그곳에서 받는 복지, 의료서비스는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모두 끊어진 상태로 무작정 시설이나 병원에서 나왔다가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길거리에 나앉게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시설이나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 반복된다.


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보통의 집과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지원주택 입주민  최OO님

시설하고 여기는 틀리지. 여기는 완전히 행복이지. 이름 그대로 행복이지. 편안하고 사람을 인정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지원주택 입주민 유OO님

지금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쉼터 생활하기 전에 일반 생활을 했을 때의 그 느낌. 잠시나마 행복했을 때의 그 느낌. 그때의 행복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또한 외국의 경험을 보면 지역사회에서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길거리에 방치하거나 시설에 가둬두는 것보다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에 케네디 대통령이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지원주택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와 같은 탈시설화 정책을 미국에서는 50년 전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닉슨 대통령은 탈시설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1981년까지 시설 입소자의 3분의 1이 시설을 퇴소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55년, 정신장애인 55만 8천 명 이상이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나 2000년에는 무려 90%가 줄어들어 5만 5천 명만이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지적·발달장애인의 경우 1967년에 19만 4천 명 이상이 대규모 시설에 거주하였지만 2009년에는 3만 2천여 명으로 84% 가량 줄어들었다.

대신에 미국에는 정부의 지원으로 현재까지 15만 개 이상의 지원주택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지원주택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정신장애 홈리스를 위한 지원주택. 미국에서는 지원주택 개발로 주변의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세련된 디자인의 건물을 짓는다. ⓒ Paul Bardagjy


밑빠진 독에 물 붓기

미국 정부가 15만 개의 지원주택을 만든 것은 단순히 정신장애인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이타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는 지난 15년간 수십 번의 연구결과를 통해, 이들에게 지원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이 병원이나 집단거주시설, 길거리에서 생활하면서 복지/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5만 세대의 지원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시의 보건정신위생국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병원에서 하루에 1명을 위해 드는 비용이 1185달러, 정신병원에서 드는 비용이 467달러, 쉼터에서 드는 비용이 54.42달러인 반면에 지원주택에서 드는 비용은 41.85달러였다. 뉴욕시는 결론적으로 지원주택 1개당 매년 공공자금 1천여만 원(10,100달러)을 절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원주택이 병원이나 시설보다 더 비용이 적게 드는 이유는,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병원이나 시설에 갇혀서 재활치료를 받는 것보다 건강을 회복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울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을 먹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차가운 길바닥에 자면서 병이 든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따뜻한 집과 인간적인 관심이다.

지원주택 입주민 최OO님

시설에서 자꾸 부딪히고 자유가 없으니까. 그 안에서 틀에 박혀 있으니까. 아무리 웃고 생활한다 해도 좀 그게 있잖아요. 내가 마음대로 나갈 수나 있나. 틀에 딱 짜여 있으니까. 근데 행복하우스는 그게 아니잖아요.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했던 것이 조금씩 풀리니까. 

지원주택 입주민 정OO님 

병원에서는 우울했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있긴 있는데 우울한 건 많이 없어졌습니다. (병원에 있을 땐 말도 많이 더듬었는데) 지금은 대화도 잘하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는 약에 취해가지고. 약을 독한 걸 먹어서. 지금은 상태가 좋아져서 약도 약한 걸 먹죠.


지원주택 집을 감싸고 있는 손은 주거유지를 위한 지원서비스를 의미한다. ⓒ taniho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적, 지적·발달장애인 3만여 명이 집단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중 70% 이상이 지적·발달장애인이다. 그러나 이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거주시설에 생활하는 인원일 뿐,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장애인시설, 정신병원 등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수는 이보다 2배가 넘는 8만여 명에 이른다. 이중 75%는 강제입원제도로 입원하여 퇴원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30일부터 강제입원제도 절차 요건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점차적으로 정신질환 입원환자 8만 명 중 절반인 4만 명이 퇴원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이들은 다시 길거리 생활을 하거나 시설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집과 가정을 잃은 채 거리, 시설, 병원을 떠도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미국에서는 15만 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간과 서울시 주택도시공사에서 발달장애, 정신장애 홈리스를 위한 지원주택 8곳을 시범 운영 중이다. 그리고 이제 '지원주택'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정신장애 홈리스 여성을 위한 지원주택에 살고 있는 한 입주민은 더 많은 지원주택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원주택 입주민 문OO님  

제가 말로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지만, 참 이런 거를 혜택을 받고자 원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런 걸 안다면. 내가 혜택을 받았구나. 감사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를 알면 다들 여기 들어오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겠어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강민수 종민협 간사 입니다.
#지원주택 #홈리스 #노숙인 #탈시설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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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회원입니다. 2014년 11월부터 서울역에서 거리와 쪽방의 홈리스분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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