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서청원, 왜 갑자기 조용해졌지?

3일 '박근혜 출당' 결정 최고위원회의 앞두고 숨 고르기... 둘 다 녹록지 않은 상황

등록 2017.11.02 10:00수정 2017.1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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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친박 청산 문제로 격화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박 간의 내전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밀어붙이며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자, 친박의 좌장 격인 서 의원은 반격의 카드로 '성완종 리스트' 관련 녹취록을 꺼내들며 역공에 나섰다. 이후 한국당의 내홍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양상으로 흘러온 터였다.

특히 홍 대표와 서 의원은 한치의 물러섬이 없이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홍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 의원을 향해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은 데 이어, 28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8선이나 되신 분이 새카만 후배를 도와주지 못할 망정 그런 협박이나 하느냐"며 "어디 한 번 해볼 대로 해보라"고 녹취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공세에 특유의 배짱으로 맞선 것이다.

홍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서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 의원은 "홍준표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010년과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의 언론특보였다는 사실은 얘기하고 있지 않다"면서 "홍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며 조만간 녹취록을 공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결정할 3일 최고위원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홍 대표와 서 의원은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격렬하게 부딪혔던 두 사람의 기싸움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거칠었던 홍 대표의 발언은 몰라보게 잠잠해졌고, 공개할 것처럼 보였던 녹취록도 현재까지는 감감 무소식이다. 죽기 살기로 싸울 듯하더니 막상 뚜껑이 열리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세력 없는 홍준표, 초선의원들 붙잡고...

두 사람의 숨고르기는 자신들의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의 경우,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 탈당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부담이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팽팽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초·재선 그룹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 탈당에 이견이 속출하고 있어 홍 대표가 세 사람의 출당과 탈당을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계파가 없는 홍 대표는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초·재선 그룹이 당내 혁신 작업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경우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당 대표로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했던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시절인 지난 2011년 7월 4일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거머쥐었던 홍 대표는 이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패배와 중앙선관위 디도스 파문 등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린 끝에 그해 12월 9일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바 있다.

실제 홍 대표가 직면해 있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계파나 조직이 없는 탓에 당 대표로서의 실질적 권한과 위상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박계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당시 홍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력이 비등해지자 재신임 카드와 당 혁신안 발표 등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했던 아픔이 있다.

1일 홍 대표가 초선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갖은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해 둔 포석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의 탈당 등 친박 청산의 당위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취지다. 총 44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은 한국당 전체 의석수인 107석의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당내 현안에 한 목소리를 낸다면 무시못할 파급력을 갖게 된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홍 대표 입장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협조가 절실한 처지다.

'용퇴설' 서청원, 줄어드는 당내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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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남소연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서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친박을 대표해 홍 대표와 맞서고 있는 서 의원은 당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서·최 의원의 탈당은 보수통합을 위한 선결 과제로 끊임없이 지목돼 온 터였다. 이에 당내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대선 패배의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서·최 의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두 사람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용퇴설'은 서·최 의원의 결단이 보수통합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두 사람의 용퇴가 바른정당 통합파의 합류 명분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를 기화로 사분오열된 보수세력이 결집하는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친박계의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출혈로 당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지부진하다고 비판받아온 한국당의 혁신 작업을 감안하면 서·최 의원의 용퇴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박터지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던 홍 대표와 서 의원은 두 사람에 대한 동반 퇴장 목소리가 당내에서 분출된 이후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다. 이는 녹취록을 둘러싼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된 당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한국당을 깊숙이 휘감고 있다. 친박계의 표적이 된 홍 대표는 과연 대표직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당 안팎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서 의원은 스스로 보수 통합의 희생제물이 될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 출당의 향배가 그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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