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주민들의 분노 "닭·돼지 직접 잡아먹으란 건가"

옹진군, 2018년 백령도축장 폐쇄 통보... "조례 지정 도축장 폐쇄, 군수가 결정할 수 없어"

등록 2017.11.03 10:12수정 2017.11.03 10:12
0
원고료로 응원
a

옹진군 백령도축장 전경 ⓒ 옹진군


인천시 옹진군이 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백령도축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돼지·닭을 직접 잡아먹어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걱정이다"라며 인천시, 인천시의회, 옹진군의회에 반대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령도축장은 1964년 '옹진군 도축장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으로 지금까지 백령도 주민 뿐 아니라 해병 6여단 등 인근 군부대, 대청도·소총도 등 인근 섬 주민들이 먹을 고기를 도축하기 위해 옹진군에서 운영·관리 해왔다.

하지만 옹진군은 "이용농가가 적어 공익적 효과가 없고, 노후화로 시설기준에 미달한다"며 도축장 폐기를 공지했다.

옹진군은 "그동안 가축방역비, 도축장위탁비 등으로 매년 2억 6000만 원씩 투입해왔는데, 재정이 열악한 옹진군에서 막대한 투자에 한계를 느껴 부득이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올해 3월과 7월에 폐쇄 통보를 했는데, 별다른 공식적인 이의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폐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육지 도축장으로 운송해 도축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에 운송료를 반영해 지원할 것이다"라며 "'자가소비용 가축 도살 허용지역 고시' 개정을 추진해 돼지의 자가도축이 가능하도록 해 자가소비, 마을 잔치 등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런 옹진군의 결정에 반대한다며 백령도 주민 651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일 시의회에 전달했고 시와 옹진군의회에도 전달 할 계획이다.


김필주 청구인 주민 대표는 "결국 도축장을 없애고 알아서 잡아먹으라는 건데, 아이들이 마당에서 돼지 멱따고 피 튀기는 거 보면서 자라야 한다는 거다"라며 "아이들도 돼지 잡는 법을 배워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건데, 너무 비정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가 있는 상황에서 군수 마음대로 그걸 폐쇄한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면서 "조례에는 옹진군이 도축장을 운영하고 관리 하기로 돼있는데, 시설이 노후하고 그러면 그걸 고치고 바꿀 생각을 해야지 폐쇄를 한다는건 말도 안 된다"라고 전했다.

앞서 3월과 7월에 옹진군이 낸 공고에 반응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김 대표는 "면사무소 앞에 A4용지 하나 붙여놓고 그걸 공고했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못 본 사람이 많다"면서 "조윤길 옹진군수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찍어버리는 스타일이라서, 축산업자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나서지 못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옹진군이) 하는 걸 보면 내가 옹진군 주민인 게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부끄럽다"라고 덧붙였다.

"육지로 가서 도축해 가져오는 것, 위생상 문제 있을 수도"

'옹진군 도축장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보면, 폐쇄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고 군수가 운영·관리를 해야 한다고 명시 돼있다. 조례에 따르면 '시설노후화로 인한 기준미달'의 책임은 옹진군에 있는 것이다.

또, 자가도축을 하지 못하는 소 등의 경우 백령도에 있는 소를 연안부두 등으로 보내 도축하고 다시 백령도로 들여와야 하는데, 이때 방역체계에 대한 대책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위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현근 도서해양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철민 의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도축장 위생관리가 열악하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위생적으로 한다는 공공 도축장도 이런데, 주민들이 알아서 잡아먹으라고 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 "육지에서 도축을 하려면 소가 12시간 이상 배에 타고 육지에 가서 도축돼 다시 고기를 배로 들여와야 하는데, 이로 인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주민들은 청원서에서 "백령면, 대청면 주민과 현지 주둔 부대 장병들의 식생활 개선에 역행하는 도축장 폐쇄는 주민을 업신여기는 오만함의 극치이며 옹진군수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옹진군에서 예산 때문에 백령도축장을 폐쇄를 끝까지 고집한다면, 5도서 지원 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시가 그 예산을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도축장 #폐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