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경 '색깔론' 공세에 격분한
임종석 "그게 질의입니까, 매우 유감"

[국감-운영위] 학생운동 출신 청와대 인사 향해 "친북·반미" 주장, "망국적 색깔론" 반발

등록 2017.11.06 17:53수정 2017.11.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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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지 못했다. "의원님이 (그렇게) 말하실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6일 오후 대통령비서실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해서였다.

전희경 의원은 이날 1980년대 학생운동조직이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아래 전대협) 출신 인사들의 대북·대미관을 믿을 수 없다면서 임 실장을 정조준했다. "북한을 추종하고 미국에 반대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3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정치인이다.

전 의원은 사실상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임 실장을 몰아붙였다. 그는 "문재인 출범 6개월, 국민 머릿 속에 뭘로 각인됐나 했더니 아메리카노·산책·치맥 3가지로 각인됐다"면서 "이전과는 다른 정부, '소통하고 탈권위하겠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둔 행보라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쇼가 아니다. 안보와 경제, 그리고 새 정부를 이끌어 갈 면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사파(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지하는 학생운동 파벌) 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다. 임종석 실장님 등 이런 분들이 생각이 바뀌어서 (청와대에) 간혹 한두 분 들어갈 수 있다고 치더라도 청와대 구성이 전반적으로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트럼프 방한 중요성' 운운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임 실장 등 학생운동 출신 청와대 인사들이 '친북·반미' 인식을 바꾸지 않았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강조하는 것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의원님이 거론한 사람들, 인생을 걸고 민주주의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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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주사파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장악한 청와대"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오른쪽은 정용기 의원. ⓒ 남소연


임 실장이 "의원님?"이라며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전 의원은 "다 듣고 (답)해 달라"라며 "전대협 강령을 보면 '미국에 반대하고 외세의 부당한' 등등해서 반미를 주장하고 있고 회칙에는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 구현'을 밝히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보적 민주주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주요 이유였다. 이것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입장 정리가 안 된 분들이"라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도 싸잡아 비난했다.

임 실장은 전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5공화국, 6공화국 정치 군인들이 광주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의원님께서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지 않았지만 의원님이 거론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을 걸고,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며 "의원님이 (그렇게) 말하실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감 기관증인이 이례적으로 국회의원의 질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임 실장의 반박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그게 질의입니까. 매우 유감이다"라며 "국민의 대표답지 않게 질의하니까 그렇지 않나"라고 그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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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정의용 안보실장도 "전 의원의 질의에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앞서 문정인 특보에 대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문정인 특보는 특보일 뿐이다"라면서 "문 특보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이다. 문 특보가 한 얘기대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된 것 보셨나. 보셨으면 말하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반격'을 성토하고 나섰다. 한국당 운영위 간사인 김선동 의원은 "기관 증인이 질의하는 의원을 상대로 과거 이런 일 있을 때 당신은 어떻게 살았느냐고 하면 어디 무서워서 국회의원 하겠나"라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했다고 생각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각한 국회 모독 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청와대에 전대협 주사파 저렇게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념적으로 전향했다고 밝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나. 전대협 주사파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들"이라며 "(청와대가)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더 이상의 국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 전희경 의원은 "국감 기관증인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를 왜 보였는지 짐작간다. 너무 아픈 데를 찔려서 그런가 보다 생각이 든다"라며 "그때는 이렇고 지금은 이렇다고 해명하면 된다. 거기서 왜 '당신은 그때 뭐했냐'는 식의 비이성적, 비상식적 반응이 나오나"라고 재차 공격했다.

"청와대 간 주사파들 전향 밝힌 적 있나" VS "망국적 색깔론 공세"

여당 의원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질의를 하라"고 꼬집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를 하자고 했지 정부 관계자를 불러서 모욕하자고 안 했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잣대로 자의적으로 타인의 삶을 평가해서 질의 아닌 훈계를 할 때, 그래서 개인의 과거를 왜곡할 여지가 있을 때라면 국감에서 용인할 수 있는 (질의) 수위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국감이) 이 사람이 살아 온 과정·이력을 추적하는 장이고 색깔론을 덮어씌우려는 게 아니지 않나"라면서 "7분 동안 일방적으로 근거도 없는 철 지난 레코드를 틀어놓고 답변하라고 하면 그 방식이 맞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 핵심 책임자를 무분별한 이념 잣대로 반미주의자로 몰고가는 것이 과연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조응천 민주당 의원)", "망국적 색깔론 공세가 또 다시 국회 국감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김경수 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도 잇따랐다.

결국, 상황은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중재로 끝났다. 그는 "야당으로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적할 수 있지만 피감기관 인격을 모독할 땐 저지하겠다", "피감기관이 반응을 보인 것도 좋지 않다"는 양비론으로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임 실장은 "여러 의원들이 귀한 시간을 내서 국감을 하고 있는데 위원회 운영에 누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도 깊은 유감을 재차 표했다.

"국회를 존중하고 의원님들의 지적에 대해 성실히 답변해 왔다. 하지만 (전 의원의 질의는) 제가 지금껏 살며 겪은 가장 큰 모욕이었다. 아무리 국회라고 하나 의원들은 막 말해도 되고 우리는 다 앉아있기만 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임종석 #전희경 #주사파 #전대협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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