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산행, 내려오는 길도 힘을 조절해야 하죠

[전라도여행 6] 전남서지방 교역자회 가을 산행길

등록 2017.11.07 09:59수정 2017.11.07 09:5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7년 11월 6일, 오랜만에 가을 단풍 산행을 나섰습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남서지방 교역자회 주관으로 전북 순창군에 자리 잡고 있는 '강천산 자락'에 올라갔습니다. 목포 시내와 신안 섬마을에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산행에 나선 것이었습니다.


40여 명이 넘는 우리 일행은 함께 대형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1시간 남짓 고속도로를 달려 순창군에 들어섰고, 강천산 입구에 다다랐을 때에는 벌써부터 차량들이 늘어서고 있었습니다. 월요일 오전 시간인데도, 여러 등산객들과 다양한 관광객들이 북적북적 몰려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a

단풍잎 순창 강천산 자락의 단풍잎 ⓒ 권성권


매표소를 지난 우리 일행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마주한 도선교를 거쳐, 곧장 병풍폭포에 다다랐습니다. 듣자하니 그 폭포를 지난 사람들은 어떤 죄라도 다 깨끗해진다는 전설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여행객들은 쉴새 없이 그 폭포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a

단풍잎 성곽 아래에 물든 단풍잎들, 한 폭의 수채화 같지 않습니까? 정말로 고즈넉하고 아늑한 가을 분위기였습니다. 마음도 한 결 가벼워지는 듯 했습니다. ⓒ 권성권


다들 그곳에서 멋진 기념사진들을 남긴 뒤, 곧장 기대봉을 향해 올라갔고, 이내 왕자봉 '구름다리'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단풍색깔보다 더 빨갛고 예쁘게 생긴 구름다리였는데, 그 앞에 섰을 때는 다리가 서서히 후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 젊은 여행객 한 분이 다리를 흔들어댔는데, 그럴 때면 내 가슴은 더욱더 새 가슴이 되고 말았습니다.

a

구름다리 구름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 권성권


a

구름다리 강천산 왕자봉의 구름다리입니다. 60대에 들어선 목회자분들의 모습입니다. 아직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 권성권


어떻게 구름다리를 지나왔는지조차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대여섯 사람들은 한참동안 아래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바로 현수교였고, 그곳에 기념사진들을 남긴 뒤에는, 이내 그 멋진 구장군폭포로 향했습니다.

그 폭포를 보는 순간 내 입은 떡하니 벌어졌습니다. 저토록 높은 산봉우리 위에서 어떻게 저토록 아름다운 물이 떨어질 수 있는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산기슭 아래로 떨어지는 물은 마치 분사기로 분사하듯 차분하고 곱게 내려앉는 느낌이었죠.


산행은 정복하고자 함이 아니라, 자연에 몸과 마음 맡기고자 함이었다

a

강천산 호수댐 강천산 호수댐입니다. 여기까지 오르는 게 쉽지 않는 코스지만, 저 위에서 서서 바람과 호수를 맞이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 권성권


이제 그곳에서 잠시 쉼을 얻고, 함께 떡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강천호수 댐을 향해 올라갈 차례였죠. 그런데 다들 그곳에서 멈춰서는 분위기였습니다. 몇 몇 분은 나이가 지긋해서 쉬고 싶어 했고, 또 다른 분들은 이미 그곳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발걸음을 멈추었던 것입니다.

a

함께 오른 친구 목사 함께 강천산 호수 댐에 오른 친구 목사. 듬직합니다. ⓒ 권성권


나는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친한 친구 목사와 함께 그곳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물론 그 코스는 쉬운 게 아니었죠. 예전에 서울 마천동에 살 때 종종 올라갔던 남한산성 자락처럼 험하고 가파르기 짝이 없었죠. 다행히 두꺼운 밧줄이 놓여 있어서 그걸 붙잡고 올라갔는데, 그렇게 해서 댐 위에 올라 섰습니다. 그렇게도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댐 아래에서 내려와, 곧장 산 위로 더 오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모두 그 지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오후에 다시금 섬으로 들어가야 하는 분들도 있었고, 그곳까지만 다녀와도 1만보 이상은 충분히 걸은 것으로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a

현수교 현수교 위를 지나는 사람들 ⓒ 권성권


더욱이 오늘 산행에 나선 것은 무언가 정복하고자 함이 아니라, 자연에 몸과 마음을 내 맡기고자 함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산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또한 적잖은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리가 풀리면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그 길이 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a

강천산 단풍 벌겋게 물든 단풍잎들, 얼마나 멋지고 아늑합니까? ⓒ 권성권


오늘 함께 오른 산행에는 60세가 넘으신 분들이 절반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 모두가 오르막길이나 그 구름다리 길에서, 심지어 가파른 그 길목에서조차, 전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내려오는 길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가 함께 힘을 조절하며 잘 내려왔었죠.

a

휴게소앞에서 순창 강천산 가을산행을 마치고 목포와 신안 섬마을로 향하는 목회자와 부인들. 내려가는 길목에서도 힘을 잘 조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권성권


바로 그런 모습처럼, 그 분들의 남은 목회 여정길도 이번 산행의 내리막길처럼 남은 힘들을 잘 조절하여 지혜롭게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후배 목회자들에게 아름다운 이정표가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남서지방 교역자회 가을산행은 더없이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순창 강천산 #구름다리 #목회 여정길 #구장군폭포 #전남서지방 교역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