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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MBC 사장 해임 임박... 사표내면 4억, 버티면 0원

MBC가 넘어야 할 산들, 김연국 본부장 "해임안 가결시 파업 중단... 싸움은 계속"

17.11.07 20:23최종업데이트17.1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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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지청 출석하는 김장겸 MBC사장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다섯 차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8일 오전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한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의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 지난달 27일 두 명의 보궐이사가 선임되면서 여야 비율이 5:4로 뒤집어짐에 따라 해임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큰 어려움 없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MBC본부(아래 MBC 노조)는 김 사장 해임안이 의결되는 즉시 총파업을 잠정 중단한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총파업의 끝이 보이고 있지만, 시민들이 그리는 예전의 마봉춘을 다시 만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에서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돼도 김 사장이 곧바로 사장직을 잃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MBC는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방문진이 사장 해임안을 가결하더라도 주주총회를 소집해 김 사장의 해임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 MBC 지분의 70%를 방문진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30%는 정수장학회) 방문진의 결정이 주총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적지만, 문제는 주총의 소집권한이 대표이사인 김장겸 사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방문진의 결정에 반발해 주총을 소집하지 않고 버티면 대주주가 법원에 소집 신청을 해야 한다. 주총은 소집 2주 전 공고하게 되어 있어, 주총이 열리기까지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 사장 해임은 기정사실이지만, 그 시기는 유동적인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2013년 김재철 전 사장의 경우처럼, 해임안 통과 직후 김장겸 사장이 자기 손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다. 'MBC 임원의 퇴직연금 지급규정'에 따라, 주주총회의 결정으로 해직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없지만, 그 전에 스스로 그만두는 형식을 갖추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약 3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김장겸 사장의 퇴직금도 약 3억 5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11월 월급까지 계산하면 약 4억 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주주총회의 해임 결정 전 스스로 물러날 경우에 한해서다. 만약 주주총회 소집까지 버티다 결의에 따라 해직된다면 월급을 제외한 그 어떤 돈도 받을 수 없다. 스스로 물러나면 4억, 버티면 0원인 셈이다. 노조 측은 김장겸 사장이 어떤 식으로 회사를 떠나든 간에 부당해고와 징계, 전보 등 김장겸 사장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이 완전히 물러나더라도 새 사장 선임까지는 시일이 더 걸린다. 사장 공고 절차 등이 있어 추가로 2주에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새 사장이 와서 새롭게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김 사장이 임명한 기존의 경영진,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등은 그대로 남는다. 파업을 끝내고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김연국 본부장 "파업 끝나도 싸움 계속할 것"

▲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함께 구호외치는 MBC노조위원장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51일차 총파업 집회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연국 위원장이 ’김장겸 사장 퇴진’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로비에서 열린 파업 65일 차 집회를 마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업무에 완전히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언론 적폐들의 완전한 퇴출은 물론, 해직자들의 복직과 부당 전보자들의 복귀 등 남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 파업에 준하는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당장 파업 종료를 앞두고 어떻게 투쟁을 이어갈 것인지, 완전히 무너진 MBC를 재건하기 위해 어떤 플랜을 세워야 하는지 부문별 총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7년간 권력이 어떻게 MBC를 장악했는지 그 역사를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미의 관심사는 새 사장이다. 새 사장이 선임돼야 해직자 복직과 새 간부진 및 지역MBC 사장 인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MBC사장은 10일간 공모 기간을 거친 뒤, 1차 심사를 통해 후보자 3배수를 추린다. 이후 방문진 이사회의 최종 면접을 거쳐 차기 사장을 선임한다. 새 사장은 빠르면 12월 초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다. YTN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됐던 조준희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고 이후 9년 만에 해직 기자들이 모두 복직했다. 하지만 5일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MTN) 대표이사가 새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다시 한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YTN 기자협회와 노조는 일제히 내정자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고, 6일 오후 언론노조 YTN지부 긴급 대의원회의에서는 참석자 29명(재적 36명) 만장일치로 최 내정자 선임이 강행되면 파업과 출근 저지를 포함한 투쟁 방향을 노조 집행부에 일임한다는 내용이 결의됐다. 사장 선임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MBC에서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연국 본부장은 새 사장에 대해 "아직 언급하기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MBC가 지난 7년 동안 워낙 많이 망가졌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과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분이 오셨으면 한다"는 원칙적인 바람을 전했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뜨거운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시민들을 향해 "시민들이 보내주신 응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다. 조직이 완전히 파탄 났기 때문에 사장 한 사람 쫓아내더라도 앞으로 더 힘들고 지난한 문제들이 남아있다"면서 "MBC 구성원들도 공영방송을 바로세우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응원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구 여권 이사 3인, '임시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내고 태국행

이완기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 ⓒ 유성호


한편 김장겸 사장 해임을 위한 임시 이사회가 8일로 예고된 가운데 야권 추천 이사 3인(김광동, 권혁철, 이인철)은 1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방문진 주최의 '2017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 참석차 이미 출국한 상태다. 이들은 출국 전인 6일, 서울남부지법에 '임시이사회 개최와 결의 내용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번 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획돼 예산이 편성된 방문진 공식 업무인데, 8일 임시이사회를 여는 것은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완기 신임 방문진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법원이 야권 추천 이사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예산이 편성된 것은 맞다"면서도, "국제방송세미나 자체가 사업성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사업인 데다, 이사들이 현지에서 중요한 일정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MBC가 두 달 넘게 파업 중인만큼, 방송 파행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이사회 규정에는 의결 정족수 규정만 있어 이사회 참석 인원과 관계없이 이사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이 찬성하면 안건이 가결된다. 야권 이사 3인과 고영주 전 이사장이 참석하지 않든, 참석해 반대표(혹은 기권)를 던지든 상관없이 여권 이사 5명이 모두 찬성에 표를 던지면 해임안은 가결된다.

하지만 야권 추천이사인 김광동 이사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사회 개최·결의 내용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국한 이사들이 13일 이후 임시 이사회에는 참석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며칠 빨리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기보다는 이사들이 귀국한 뒤 처리하는 것이 더 깔끔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8일 임시 이사회는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이날 김장겸 사장 해임안 의결이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내일 이사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MBC 파업 김장겸 해임 방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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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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