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사람들은 왜 그를 삼촌이라 부르나?

'청로회' 이철이 회장, 용접공에서 소외된 이웃의 삼촌으로

등록 2017.11.10 10:14수정 2017.11.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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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회 이철이 회장 철이삼촌이라 불리우는 이철이 회장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꽉 다문 입술, 작달막한 키로 하루 종일 쉼 없이 홍성지역을 순회하며 소외된 이웃을 보살핀다. ⓒ 이은주


충남 홍성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를 삼촌이라 부른다. 이 지역에서 '철이삼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청로회 이철이 회장.


청소년과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바친 그에게 붙여진 애칭이다.하지만 이철이 회장의 지난 삶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이는 드물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꽉 다문 입술, 작달막한 키로 그는 하루 종일 쉼 없이 홍성지역을 순회하며 소외된 이웃을 보살핀다.

경북 대구 출신으로 홍성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었던 이철이 회장이 홍성에 정착하게 된 것은 1995년 5월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중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상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그는 대전기술고등학교에서 1년간 기술을 배웠다. 고등학교 재학 중 우연히 봉사활동을 가게 된 대전 '성세재활원'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을 정성껏 보살피는 봉사자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그는 봉사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찾아 방황하던 중 대전의 한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홍성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홍성에서 생활하면서 휴일이면 대전의 복지시설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던 중 문득, '홍성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무작정 홍성군청 복지과에 전화했다.

복지과에서 소개해 준 분은 무의탁 독거노인 김임섭 할머니였다. 홀로 외롭게 살고 있었던 김임섭 할머니 댁은 허름한 무허가 주택으로 사람이 드나든 흔적조차 없이 오랫동안 손보지 않아 몹시 헐어 있었고 대소변이 묻은 옷가지와 이불 등 항상 도와드려야 할 일이 쌓여 있었다. 매일같이 찾아가 정성껏 보살피던 중 어느새 김 할머니와 이철이 회장은 정이 쌓여 부모자식의 연을 맺었다. 그렇게 이철이 회장과 독거노인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김 할머니 댁은 독거노인과 위기 청소년들의 쉼터로 지금까지 따스한 둥지가 되고 있다. 이후 그의 따뜻한 마음이 지역사회에 온정의 바이러스로 전파되어 고등학생 봉사단체인 '청로학생봉사동아리', '청로회 어머니 자원봉사단', '청사모 어머니모임', '노인복지 후원회', '법사랑 회원' 등 봉사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 가출 청소년 선도, 노숙자 보호, 독거노인 보살피기, 무의탁 독거노인 장례 치르기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로인해 그동안 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 교육부장관 표창, 영광스런 충남·세종인상 대상, 풀뿌리 자치대상 등 총 25회의 표창과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그동안 홀로 고군분투하며 소외된 이웃을 홀로 돌봐왔던 그의 정성이 알려지며 이제는 '다기능복지센터'라는 새로운 쉼터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철이 회장에 대해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고승덕 이사장은 "철이 삼촌이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세상살이의 찌든 때가 전혀 없는 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이라며 "보면 볼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 편하게 의지하고 싶고 정이 가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중증 1급 장애우로 코로 악기를 연주하고 코로 컴퓨터 자판을 눌러 글을 쓰는 엄일섭 씨는 "계산적인 사랑과 봉사가 넘치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내어주는 아가페적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철이 삼촌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결혼도 포기한 채 지역사회 봉사에 전념 "소외된 이웃이 내 가족이고 자식"

한때 이철이 회장은 자원봉사에서 만난 뇌성마비 장애인과 결혼을 꿈꾸었으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 없이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미 수많은 가족이 있다고 말한다. 지역의 독거노인들이 부모이고 위기청소년들이 자식들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홍성이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지금은 홍성사람으로서 지역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이 모두 내 가족"이라며 "20여년을 함께 지내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웃는 날이 더 많아 행복하다"고 흐믓해 한다.

이 회장은 노인복지와 관련, 20여년전과 비교 했을 때 여러 기관이나 단체의 지원과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는 여건이 다소 나아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좀더 세밀하게 보살펴 드려 홀로 외롭게 돌아가시는 고독사 등을 막아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청소년 문제는 아직은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쉼터에 찾아오는 청소년은 이혼,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로 인해 절망에 빠져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조언했다.

20여년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 책으로 발간
 오는 21일, 홍성문화원서 '청로쉼터 이야기' 출판기념회 가져

청로쉼터 이야기 소외된 이웃의 가슴뭉클한 이야기가 담긴'청로쉼터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 이은주


20여 년간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담긴 <청로 쉼터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된다.

330쪽 분량으로 이뤄진 <청로쉼터 이야기>는 그동안 이철이 회장이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겪어온 슬픔과 눈물, 기쁨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청로회학생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봉사활동 후 함께 겪은 슬픔과 보람이 묻어나는 사연들이 게재돼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할 것이다.

이철이 회장은 "한 권의 책 속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책속에 나오는 모든 활동들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닌 모두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 낸 것"이라며 "그동안 큰 힘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1일, 오후 2시 홍성문화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홍주포커스에 동시게재됩니다.
#홍성 #이철이 #청로회 #독거노인 #위기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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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역의 새로운 대안언론을 표방하는 홍주포커스 대표기자로 홍성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딛고 서서 홍성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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