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일상인 아이들, "실외놀이로 주도성 향상"

[충남의 유아교육은?-10] 매일 한 시간씩 실외 놀이하는 당진 용연유치원

등록 2017.11.15 13:36수정 2017.11.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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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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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세)반 아이들이이 큰 전지 위에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묻힌 공을 굴리는 놀이를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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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유치원 원아들이 새끼를 꼬며 즐거워 하고 있다. ⓒ 심규상


큰 운동장에 이백여 명이 모였다. 유치원 아이들과 학부모, 나머지는 교사들이다. 주체별 참석자 수가 엇비슷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학교 유치원생들의 가을 운동회로 오해했을 법한 풍경이다.

공립단설유치원인 당진 용연유치원(원장 장진옥)이 선보인 '실외놀이'다. 당진용연유치원은 충남도교육청이 지정한 유아교육 시범유치원이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동안 유아의 주도성을 실외놀이를 통해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직접 실천해 왔다.

지난달 26일. 당진용연유치원은 한 해 동안 아이들과 실제 수업을 통해 연구해 온 다양한 실외놀이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수업은 실외에서 즐기는 '놀이 운동회'라 할만 했다. 이날 운동장 곳곳에 놀이시설이 즐비했다. 그 위에서 아이들이 뛰며 즐기고 있다. 학부모와 인근 시군 지역에서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온 교사들이 이를 지켜보며 즐거워한다.

연령별로 다양한 실외놀이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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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수업은 실외에서 즐기는 '놀이 운동회'라 할만 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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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장애물 달리기',밧줄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장애물을 건너며 달려야 하는 게임이다. ⓒ 심규상


한쪽에선 '밧줄 장애물 달리기'(만 5세)가 한창이다. 밧줄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다리도 있고 길도 있다. 여러 모양의 장애물을 건너며 달려야 하는 게임인데 혼자만 잘 달리면 되는 게 아닌 서로 도와야 하는 구간도 있다. 협동심도 기르고 밧줄을 이용한 다양한 쓰임새도 깨닫게 하는 놀이다.

'기찻길 만들기'(만 4세)는 흙과 줄,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아이들이 직접 기찻길을 만드는 체험 놀이다. 흙을 뭉쳐 터널과 다리를 만들고, 노끈은 기찻길이 된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돌멩이로 만든 긴 기차가 지나갈 수 있게 서로가 가진 끈을 모아 지혜를 잇고 있다.

'색 줄 위의 교통기관' 놀이반(만 3세)은 왁자지껄 재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놀이에 빠져 있다는 징표다. 큰 전지 위에 다양한 색깔의 물감을 묻힌 공을 굴리는 놀이다. 공을 굴릴 때마다 굴러가는 방향으로 여러 색상의 선이 그려진다. 공동으로 그린 추상화 같기도 하다. 지도교사는 아이들에게 그어진 줄을 따라 자동차,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기관이 다니는 길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줄다리기, 달집 만들기를 하고 있다. 줄로 하는 전래놀이다. '줄'을 이용해 이렇게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즉석 공항도 만들어졌다. 만 5세 반 아이들이 선보인 '행복 항공'이다. 여행 가방을 든 아이들이 여권을 내밀면 승무원 복장의 아이들이 여권을 심사한 후 도장을 찍는다. 운동장 미끄럼은 수화물을 찾는 곳이다. 여행 가방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자 여행객인 아이들이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선다. 기존 놀이기구를 이용해 공항을 재현, 비행기 탑승 절차와 방법을 놀이를 통해 익히게 한 것이다.

실외에서 놀아요, 콩으로, 모양으로, 물로, 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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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유치원 아이들의 실외수업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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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반 아이들이 선보인 '행복 항공'. 여행 가방을 든 아이들이 여권을 내밀면 승무원 복장의 아이들이 여권을 심사한 후 도장을 찍는다. ⓒ 심규상


운동장 구석에 있는 은행나무를 이용한 자연 놀이터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은행나무 옆으로 만든 나무 계단 등 장애물을 오르면 나무 중턱 높이에 다다를 수 있다. 아이들은 나무 아래 풍경을 내려다 보며 실제 은행나무에 오른 성취감을 맛본다.

공개 놀이수업은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업을 지켜본 학부모와 교사들은 모두 "놀이를 즐기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칭찬했다.

뒤이어 '실외놀이'를 주제로 한 보고회가 시작됐다. 보고회는 실외놀이 환경조성, 실외놀이 개발 및 적용,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실외놀이 운영 주제 순으로 진행됐다.

용연유치원은 실외 놀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실 밖 모든 공간을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터로 변모시켰다. 야생화 화단을 만들고, 모래놀이터, 물놀이장, 자연놀이장, 수생식물원, 운동 영역,전래놀이장 등 전래놀이 장 등 공간을 재편했다.

또 야외 작업대와 쉼터도 만들었다. 유아들이 교실 밖에서 탐구하고 관찰하고 만들고 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기존 텃밭은 재배가 비교적 쉬운 계절 채소를 심고 반별로 가꾸도록 했다. 옹기 등 그릇으로 만든 수생식물원에는 부레옥잠, 물배추, 물 양귀비, 개구리밥을 길러 관찰할 수 있게 했다.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가 기승을 부릴 때는 천적인 미꾸라지를 넣어 또 다른 관찰 거리를 만들었다. 비가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빗속을 오가며 물장난을 치는 것도 실외 놀이수업의 일부다.

"정서 능력, 의사소통능력, 성취동기 등 주도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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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빗속을 오가며 물장난을 치는 것도 실외 놀이수업의 일부다. ⓒ 심규상


운동장 한편에 '보관창고'도 만들어 다양한 실외놀이 도구 수납공간도 확보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실외놀이 운영에 대한 별도의 연수를 받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사학습공동체를 구성, 독서토론 등 활동을 벌였다. 실내놀이를 개발하고 연간 활동계획도 학습공동체를 통해 마련됐다.

이 유치원에서 한 해 동안 1일 1시간 이상 실외놀이를 실천했다. 월별 놀이 주제를 보면 4월 '자연물로 놀아요', 5월 '콩으로 놀아요', 6월 '모양으로 놀아요', 7월 '물로 놀아요', 9월 '흙으로 놀아요', 10월은 '줄로 놀아요'다.

아이들이 얼마나 실외 놀이에 빠져 있는지는 교사들이 작성한 관찰 일지에서도 확인된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안 돼요? 조른다. 현관 앞에 설치된 '오늘의 황사 및 미세먼지 농도' 게시판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돼 버렸다."

"엄마에게 아침 인사로 '물놀이하고 올게요'라고 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아이들이 함께하는 실외놀이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유치원 마당에 재잘거림 가득하고 즐거운 웃음이 매일매일 넘쳐난다"

모든 놀이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인 '주도성 신장'에 모여 있다. 실외놀이를 통해 자신이 행동을 결정하는 주도적인 주체임을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어진 교사들의 아이들에 대한 실외놀이 관찰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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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용연유치원이 '실외놀이'를 주제로 일 년간의 실천 보고회에서는 아이들이 정서 능력, 의사소통능력, 성취동기, 주도성이 각각 실외놀이를 하기 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 심규상


"OO이가 삽을 가지고 와서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OO에게 '창고에 가서 수레 좀 가지고 와 주겠니?' 한다. '왜?'라고 묻자 '응, 내가 흙을 파내면 네가 흙으로 댐을 쌓을 수 있게 이쪽에다가 흙을 실어다 주면 좋겠어'하고 답한다"

"실외놀이 시간에 OO이가 콩 가게 놀이를 하고 싶단다. 준비된 콩과 여러 가지 주변 놀이도구를 가지고 콩 가게 놀이를 한다. 친구 OO에게 같이 놀자고 한다."

한 교사는 "학기 초 친구를 돕거나 또래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데 서투른 아이가 실외 놀이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고 놀이방식 또한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도 "아이들이 학기 초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놀이하는 모습과 친구들과 협력하는 모습,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까지 주도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에서 벌인 유아 주도성 검사에서 모든 반(만 3세, 만 4세, 만 5세) 아이들이 정서 능력, 의사소통능력, 성취동기, 주도성이 각각 실외놀이를 하기 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실외수업에 대한 한 해 동안의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지난 3월, 교사들은 매일 실외수업을 나간다는 자체만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 부담감도 있었다. 안전에 대해 우려와 걱정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에게 '오늘은 이렇게 놀아라'하고 가르치는 교사는 우리 유치원에 없는 것 같다. 실외놀이를 하는 우리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유치원 마당에 가득하고 즐거운 웃음이 매일매일 넘쳐난다."
#당진 용연유치원 #누리과정 #실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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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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