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에서 '로컬에듀'로... 마을이 교육이다

대전 품앗이마을 ‘엄마학교’ 전북 완주 고산향교육공동체를 가다

등록 2017.11.13 13:54수정 2017.11.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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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초에는 한 반의 학생 수가 거의 70명에 육박했다. 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교실마다 아이들이 빽빽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공부하기엔 학생이 바글바글해서 2부제 수업을 받기도 했다. 어쩌다 학교에 손님이 오면 우리는 며칠 전부터 나무로 된 복도와 교실에 초를 문지르고 마른 걸레질을 했다. 학교의 가장 큰 손님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장학사였다. 그 손님이 '떴다'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도 긴장하고 있는 게 역력했다. 그뿐인가? 우리는 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짜여진 질문과 답을 며칠 동안 연습(?)했다.
 

품앗이마을 매장 앞에 서 있는 빨간색 관광버스. ⓒ 한미숙



시월의 끝자락이었던 지난달 30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꼭대기 위로 파란 하늘이 높다. 오늘은 대전 유성구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엄마학교(마을학교)'에서 완주군 고산향교육공동체 탐방을 가는 날이다. '품앗이노은매장'앞에는 빨간색 대형버스가 미리 와 있었다. 고용노동부와 유성구가 주최하고 품앗이마을협동조합이 주관하는 '2017년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지원사업'이다.

교육받고 있는 열 다섯 명의 참여자들은 지난 10월 16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모인다. 함께 교육을 받고 나면, 그 후에는 방과 후 아이들을 마을이 어떻게 돌볼 것인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그 사례를 이미 실천하고 있는 마을, 그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추창훈 장학사(고산면 완주교육지원청)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로컬에듀'를 설명하는 추창훈 장학사 ⓒ 한미숙



1시간 남짓, 버스를 달려 도착한 마을은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마치 조각보를 이어붙인 듯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추 장학사의 첫인상은 훈시하고 시찰하는 권위주의 상징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푸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했다. 우리가 대전에서 왔다고 하니 그는 대전지역에서 방문 온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마을 교육공동체를 꾸려가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정보교류를 서로 나눈다고 한다.
 

'로컬에듀'를 설명하는 추창훈 장학사 ⓒ 한미숙



로컬푸드에서 로컬에듀로

추 장학사가 화면을 통해 교육 이야기를 들려주며 <로컬에듀>란 책을 잠시 소개했다. 그는 장학사 이전에 국어교사였고 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가 장학사로 있으면서 지자체, 학부모와 지역민,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한 5년의 활동을 기록한 것이 <로컬에듀>란 책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로컬에듀'를 강조하는 것이 혁신 교육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지역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역교육은 기초지자체 행정구역을 범위로 하여 교육지원청과 지자체가 학교, 학부모,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지역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다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역의 작은 학교 통폐합정책과 지방소멸로 마을에 학교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마을을 떠난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그 지역에 비전을 가진 학교가 있는가의 여부이다.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자녀가 다녀야 할 학교가 있어야 한다. 교육과 일자리문제는 학교와 마을, 혹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정책이다. 완주군에서 성공을 거둔 로컬푸드는 지역화와 지향점에서 비슷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로컬푸드는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 돈이 돌게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린다. 완주의 교육공동체가 꿈꾸는 것도 이와 같다. '로컬에듀'를 통해 나와 내 후세대들이 지역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과 배움의 전당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로컬에듀'가 지역주민에게 낯설지 않았던 것은 '로컬푸드'로 이미 기본적인 바탕이 다져졌기 때문이다.
 

따스한 커뮤니티부엌'모여라 땡땡땡' 에서 점심을 먹다. ⓒ 한미숙




함께여는부엌 '모여라땡땡땡' 교육참여자들이 이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다 ⓒ 한미숙


완주교육지원청은 현재 로컬에듀를 실현하기 위해 전라북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혁신 교육 및 농어촌 교육 특구를 완주군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 전북교육청으로부터 연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여 지역이 공교육을 지원하고 마을의 교육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한다. 그 예로 현재는 '따뜻한 학교, 실천하는 학교, 즐거운 학교, 마을 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산향청소년센터 '고래' 이 건물은 사진 오른쪽에 농협창고를 개조해서 활용하고 있고, 사진 왼쪽은 일제시대부터 있던 건물이라한다. ⓒ 한미숙




앞으로 30년 후엔 현재 7세 아이들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며, 새로 선호하게 될 직업은 지금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이는 굳이 먼 미래가 아니다. 미래 아이들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그리고 그 일을 하는데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지식을 기억하고 습득하기보다는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 타인과의 공감능력, 관계능력,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감수성 등 따뜻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지만 마을에서 살아간다. 아이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마을과 맞닿아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이제는 학교와 마을이 마음을 열고 협력할 때이다. 예전에 비해 마을은 교육적 기능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학교가 마을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어디에 살든, 어떤 일을 하든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지역의 삶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제공하여 지역에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학교 교육일 수도 있고, 지역주민과 학부모의 삶일 수도 있다. 선택은 아이가 하지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은 지역과 어른들의 몫이고, 선택 후에는 지역 전체가 보듬어 주어야 한다.
 
추 장학사가 들려주는 사례는 로컬푸드에 기반을 둔 로컬에듀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완주군교육청과 관청, 지역주민이 복합적으로 일체가 되는 힘이 진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내가 사는 이곳 즉 '로컬'이 바로 푸드(먹을 것)와 에듀(배울 것)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 '엄마학교'가 어떻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품고 대전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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