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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MBC 노조위원장 눈물... 김장겸 "나는 희생자"

노조 "파업 중단 논의"...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 "사장 선임 혁신적으로"

17.11.13 18:08최종업데이트17.11.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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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기뻐하는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가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시킨 13일 오후 여의도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오른쪽)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부등켜 안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가 이겼다!"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지켜보던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발언을 끝내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김민식 피디는 김연국 위원장을 얼싸 안더니 함께 눈물을 흘렸다. 박성제 해직 기자도 김 위원장을 안아주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회의실에서 제8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해임안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조합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기뻐했다(관련기사 : 방문진,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가결).

5년여에 걸친 길고 길었던 싸움이 비로소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날 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 800여 명은 방문진 임시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방문진이 위치해 있는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을 기다렸다.

해임안이 가결됐음을 확인한 김연국 위원장은 "올해 2월 23일 바로 이 자리에서 저들은 김장겸을 3년 임기의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때 이 자리에서 저는 말했다"면서 "김장겸을 쫓아내고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낼 때까지 싸우겠다고, 그리고 드디어 오늘 김장겸이 해임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워주신 조합원들의 힘이고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주신 국민과 시청자의 힘"이라며 "김장겸 사장의 끝은 해임이 아니라 감옥이어야 한다.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라고 외쳤다. 조합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응답했다.

가결 직후 입장문 낸 김장겸 "강제로 물러나... 나는 희생자"

▲ 김장겸 해임안 가결에 기뻐하는 MBC 조합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 김연국 위원장, '박성호-박성제 선배님 하루 빨리 복귀시키겠습니다' 박성호(왼쪽), 박성제(가운데) MBC 해직기자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김연국 노조위원장의 그동안 마음고생을 알아주며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유성호


언론노조 MBC 본부는 방문진에서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자마자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역사적 첫 발을 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한 노동조합은 이제 파업의 중단 시점을 논의할 것"이라며 "김장겸 체제의 잔재를 몰아내고, 이들의 사법적 단죄를 위한 진상 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국민과 시청자들이 열어준 공영방송 복원의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본인의 해임안을 처리하는 자리였음에도 이날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김장겸 사장은 해임안이 가결되자마자 각 언론사에 MBC 홍보국 명의로 보도자료를 보내 "공영방송 MBC의 사장으로서 언론의 자유 수호, 방송의 독립과 중립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강제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서 김장겸 사장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 앞으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내가 마지막 희생자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한편, 방문진이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통과시킨 직후,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과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주주총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상법상 주식회사인 MBC의 주주총회 소집권한은 대표이사인 김장겸 사장에게 있다. 하지만 주주 100%가 참석으로 주총 효력이 발생한다는 판례를 이용한 것이다. 방문진과 정수장학회는 각각 MBC 지분의 70%와 30%를 나눠 가지고 있다.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은 김장겸 사장의 입장문과 관련해 "방송 장악이니 언론 통제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으며 "9년 동안 방송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한다. 정파적인 판단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정파적인 것이 아닌가"라 밝혔다.

이 이사장은 차기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해 "선임 방식에 있어 혁신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MBC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는 게 차기 사장이 해야 할 큰 역할이고 그런 측면에서 적임자를 찾는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겠지만 한 달 이상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눈물 흘리는 김민식 PD MBC 김민식 PD와 김연국 노조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부등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박성제 MBC 해직기자 '김연국 위원장 고생 많았어'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김연국 노조위원장의 그동안 마음고생을 알아주며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눈물 흘리는 허일후 아나운서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해지자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김장겸 사장 해임 소식에 부등켜 우는 허일후 아나운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해지자, 허일후 아나운서(오른쪽)가 동료와 함께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 MBC 조합원 “우리가 이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가 열린 율촌빌딩 앞에서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가 이겼다"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김장겸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방문진 해임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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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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