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아픈 청년들을 위한 테라피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록 2017.11.20 08:35수정 2017.11.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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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통계청에서는 <2017년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2017년 10월 실업자는 89만6천명으로 집계됐으며,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단념자는 48만 3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만 4천명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중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전년동월대비하여 0.1% 감소했지만 전체적 실업률은 0.1%p 상승한 것으로 추계했다. 사실상 청년 고용 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랜 기간 학업과 취업 준비를 지속하는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0대 공황장애 환자는 65%, 우울증 환자는 2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지난 9월 "비인간적인 경쟁사회, 학업·취업·육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가장 건강하고 활발한 세대인 청년의 건강마저 악화되는 현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이 시대 청년층은 정말 몸과 마음이 아프다'. 건강 사각지대에 놓인 청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 중 하나가 삶의 의미를 찾는 독서일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없다'라고 말하는 세대에게 삶에도, 각자가 가진 의문에도 해답은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덕분에 여러 청년들에게 회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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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청아출판사

바로 빅터 프랭클이 쓴 <빅터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책의 원제는 'Man's Search for Meaning'로 인간 의미의 탐색을 뜻한다. 책 말미에 있는 저자 소개에 따르면 빅터 프랭클은,

"빈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이며 미국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로고테라피를 가르쳤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1905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났고,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44쪽)

글을 옮긴 정신의학박사 이시형은 옮긴이 서문에서 저저와의 다섯 번의 인연을 회상하기도 했다.


"빅터 프랭클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일깨워 주는 대학자이자 평범한 시민의 모습이었으며, 강제수용소에서의 그의 경험은 이제는 개인의 경험이 아닌 인류의 경험이 되어버렸다."(14쪽)

책은, 저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1부 강제 수용소의 체험, 저자가 고안한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2부에서,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읽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비극속의 낙관'이 있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포로수용소나 강제수용소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일을 생각해 보자. 내가 어떤 미군에게 들은 말인데 이럴 경우 처음에는 '체념상태'라고 부르는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고 한다. 강제 수용소에서는 이런 체념상태가 아침 다섯 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물론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것도 거부하고, 대신 막사에 남아 똥과 오줌에 절은 짚더미 위에 누워 있기를 고집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아무것도 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경고도 협박도 소용이 없다. 그런 다음에 아주 전형적인 행동을 한다. 주머니 깊숙이 감추어두었던 담배를 꺼낸 다음 그것을 피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그가 앞으로 48시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의미를 찾으려는 의자가 없어지고, 순간적인 쾌락의 추구가 뒤를 잇는 것이다." (222쪽)

극단적인 상황과 맞댄 것일 수도 있지만, 청년들의 장기간 실업 상태는 아우슈비츠 내에 수용된 유태인의 '체념 상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청년들이 택할 것은 무의미한 삶의 의미를 쫓는 대신에 순간적인 쾌락을 즐길 수 있는 향락이거나 삶에서 타오르는 인생의 촛불을 꺼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자살을 시도한 환자들도 많이 접했다.

"자살기도가 미수에 그친 사람들이 수없이 하는 얘기가 자살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한 사실이다.…… 그들은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에도 자기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었으며, 삶에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그런 일(사정이 좋아지는 일)이 일어나는 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살아야 하고, 그런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기 위해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살아남야할 책임감이 당신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겁니다." (226쪽)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생생한 육성이었다. 말장난 같은 '자살의 반대말은 살자 아니냐 그러니까 살아라'식의 진정성 없는 위로가 아니었다.

저자가 고안한 로고테라피라는 개념은 정신분석과 비교해봤을 때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다. 성인이 되어 정신이상으로 발현되는 히스테리 증후를 프로이트는 영유아기 때의 욕구 충족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스갯소리로 저자도 언급한 것처럼 정신분석을 하는 동안 환자는 침대에 누워 의사에게 때로 하긴 힘든 거북한 말을 해야 하지만, 로고테라피를 하는 환자는 똑바로 의자에 앉아서 의사에게 듣기 거북한 말을 해야한다.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조력하는 것이 로고테라피의 핵심이며 현재 정신의학 치료 기법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쓴 동기로 "수용소 생활을 겪어본 사람들을 위해 나는 그들의 체험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설명하려고 했다"(29쪽)고 서술했다. 수용소 입소 직후, 일상 그리고 석방 후의 3단계에 걸친 심리적 반응에서 인간의 행위는 카포(부역자)처럼 악랄해질 수도 있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려 동물처럼 생을 연명할 수도 있고, 정신의 한가닥을 지키기 위해 무던 애를 쓸 수도 있었다. 어느 삶을 두고 선과 악으로 판가름 할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선택하는 자유 의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138쪽)
덧붙이는 글 빅터프랭클 지음/이시형 옮김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값 12,000원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05


#빅터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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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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