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줄테니 여행 가자는 제안, 덥석 잡았더니

박성득·강호의 <백만 장자와 함께 한 배낭여행>

등록 2017.11.20 08:22수정 2017.11.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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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더 넓은 지평을 열어주고, 더 많은 인생을 경험하게 하죠. 자신이 직접 여행 설계를 한다면 더욱더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그럴 때면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테니 말이죠.

그런데 그 여행을 60살의 100억대 주식 부자와 함께 한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46살의 백수가 함께 배낭여행을 간다면 말이죠. 워런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는데도 30억 원 정도 낸 사람이 있다고 하니, 백만장자와 여행을 떠난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아닐까요?


"강 국장님! 날 때부터 다 갖추고 인생 사는 놈 없어요. 만약 그랬다면 나 같은 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야. 알죠? 15살 때 완전히 빈손으로 부산 바닥에 들어갔다는 거. 여행도 인생살이랑 뭐가 달라요? 그냥 부딪혀보면 되는 거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그거 다 핑계야."(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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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박성득·강호의 〈백만 장자와 함께 한 배낭여행〉 ⓒ 큐리어스

박성득·강호의 <백만 장자와 함께 한 배낭여행>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60의 부산에 사는 주식부자 박성득이 전직 출판계에 몸담고 있다가 백수로 지내는 40대의 강호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간청이었습니다. 여행경비에 대한 모든 비용은 주식부자가 대고, 여행 코스나 호텔 예약의 모든 동선은 백수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런 행운을 잡은 강호는 무슨 복을 타고 난 걸까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40대의 강호와 60대의 박성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이번 배낭여행을 통해 강호에게 진 크나큰 빚을 갚고자 박성득이 제안했던 것임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난 이번 여행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강 국장님에게서 역사와 지리, 교양 등의 지식을 배우고, 강 국장님은 나에게서 경제와 투자 지식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럼 우리 둘 다 윈윈 하는 건데. 강 국장님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너무나 만족하고 감사해요. 강 국장님, 내가 마음으로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소."(123쪽)

두 달 가량의 유럽 여행 중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다다랐을 때 밝힌 박성득의 여행 소감입니다. 뭐랄까요? 자신이 여태껏 살아 온 인생의 쓰디쓴 고난과 역경을 통해 배운 삶의 경제를 강호에게 전해주고자 했다는 것이죠. 백수 인생에 있는 그에게 뭔가 '터닝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말이죠.


사실 박성득은 15살 때 부산에 무일푼으로 내려가 온갖 허드렛일과 횟집 주방 보조를 하다가 유명 호텔 요리사가 되었고, 25살에 부산의 일식집 '대어'를 차려 25년간 큰돈을 벌었는데, 그 무렵 '사람을 달아보는 마음' 곧 사람을 값으로 매기는 버릇이 생겨 그 일을 접었하고 합니다. 그 뒤 초보 개미 시절부터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대박이 났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그는 자기 인생의 과정에 신의 섭리가 있음을 믿는 이였고, 항상 "찻잔은 주전자보다 낮아야 물을 얻는다"는 삶의 직관, 다시 말해 '자존감은 높여야 하지만 자존심은 내려놓을 줄 아는 인생이 성공한다'는 것을 터득한 이였습니다. 바로 그것을 강호에게 조언해 주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인생 교훈이었던 것입니다.

"함부르크에서 바꿔 탄 기차는 '푸트가르덴'이라는 역에서 거대한 배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봤는데 세상에, 진짜 배가 기차 안으로, 아니 기차가 배 안으로 들어왔다."(186쪽)

체코와 폴란드에서 된통 혼이 난 둘은 여행 루트를 바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거쳐 스톡홀름으로 넘어가고자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함부르크의 기차가 덴마크로 가는데, 그 기차가 배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감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그 세계에서 펼쳐졌던 것이죠.

바로 그런 일들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강호는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지리와 문학을 토대로 박성득에게 모든 걸 알려주고 이끌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행 중에 만난 낯선 환경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배워 가는 게 훨씬 더 많았다는 것 말입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줄곧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 배우는 지혜의 항목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뛰는 것처럼 공은 차 놓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것, 교과서의 사지선다형 답보다 삶을 통해 배우는 직관력이 훨씬 생명이 강하다는 것, 삶이 막막하고 짜증난다는 이유로 금방 때려치우고 새 출발하려는 '리셋 증후군'이나 빨리빨리 성공하려는 '조바심' 같은 것은 내려놓고 묵묵히 인내하다 보면 '길 위에 새 길이 열린다'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60의 박성득이 40대의 강호에게 선물한 이번 배낭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곧 부와 인생의 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여행, 다시 말해 '삶을 읽어내는 능력을 선물한 여행'과 다름없었습니다. 그 둘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이 책을 읽는 나와 그대도 더 많은 인생을 읽어내는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 - 유럽을 가로지르며 배운 부와 인생의 기술

박성득.강호 지음,
큐리어스(Qrious), 2017


#주식 투자 교과서 #박성득 강호 #백만장자와 함께 한 배낭여행 #푸트가르덴 #물의 도시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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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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