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트럼프를 이기는 방법

방위비분담금 인상 안돼... 국민들 의견 수렴해 '국민적 지지' 받는 방안 마련해야

등록 2017.11.18 19:41수정 2017.11.1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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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장병들에게 연설 마친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장병들과 오찬에서 한미 양국 우호와 관련한 연설을 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은 차기(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차기 협정은 2019년부터 적용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1월 14일 방위비분담 협상 전담대사(장원삼)를 내정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하였다. 그런데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 정부가 미국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약속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든다.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있었다. 그때 한미 정상 간 주요 합의 사항 가운데 방위비분담도 포함되어 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평한 비용분담'의 의미

11월 8일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공동언론 발표문'으로 줄임)에 의하면 한미 양정상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공평한 분담'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동언론 발표문> 을 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하"(acknowledged the desire for equitable cost sharing of USFK)"였다고 되어있다.

'공평한 비용분담'이란 그동안 미국이 방위비분담 협상 때마다 한국의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해 온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부담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한국의 공정한 분담을 위해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던 것이다.

이 점에서 한미 양 정상이 '공평한 분담에 대한 열망을 인정하였다'는 공동언론발표문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미 간 분담이 공정하지 못했고, 따라서 공정한 분담을 위해서는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미국의 이른바 '공평한 분담' 주장이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1월 7일 한미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으로 한미연합태세를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이란 지금까지 방위비분담이 합리적 수준이 못 되었고 따라서 차기 협상에서는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분담이 되도록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하도록 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공평한 분담 않는다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주장

사실 한국이 공평한 분담(또는 합리적 분담)을 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2017년 현재 방위비분담금의 미집행액은 1조 원을 넘는다.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상 정해진 금액(가령 2014년도 9200억 원)보다 줄여서 편성한 예산(2014년 예산 7997억 원)과의 차이로 발생한 감액분 누적액 5570억 원(미국에 추후에 주어야 할 돈), 2005∼2016년 사이의 불용액 1472억원,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군사건설비에서 축적한 현금(1조 1193억원) 중 쓰고 남아 있는 현금 3331억 원(2016년 12월말) 세 가지만 합쳐도 1조 373억원이다. 또 직접비와 간접비를 합쳐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돈은 주한미군 비인적 주둔비의 77%에 이를 정도로 한국이 주한미군의 운영비를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이 1조원이 넘고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률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한국의 방위비분담이 과도한 수준임을 의미하며 따라서 차기 협상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을 줄이는 것이 정상이고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의미하는 미국의 '공평한 비용분담' 입장이 수용된 <한미정상 공동언론발표문>은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삭감을 바라는 한국의 입장은 무시되고 방위비분담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매우 굴욕적인 합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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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 국회사진취재단


한국에 불리한 내용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한미정상 공동언론 발표문>의 방위비분담 관련 내용을 보면 한국은 미국에 대해서 기존 방위비분담 구성항목에 추가하여 새로운 비용분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길을 열어놓고 있다.

<공동언론 발표문>은 "다가오는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을 통해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되어 있다. 즉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의 지속적 강화를 방위비분담 협상과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영문발표문을 보면 "The two leaders intend to continue to strengthen the Alliance's combined defense posture and capabilities, including through defense cost-sharing measures in the upcoming Special Measures Agreement discussions"라고 되어있다. 

'방위비용분담 조치'(defense cost-sharing measures)란 표현은 영어발표문에만 있고 한글 발표문에는 빠져 있는데 둘 간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영어발표문으로 보면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강화하되 이에 필요한 비용분담을 차기 방위비분담 협상 때 논의한다는 뜻이 명확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 한미정상회담 때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의 지속적 강화'의 주요한 방안으로 합의된 것이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드체계의 배치 및 운영도 연합방위태세와 능력 강화에 속한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은 미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나 사드체계 배치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의 한국분담 문제를 차기 방위비분담 협상의 의제로 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미 전략자산 순환 배치에 대한 방위비분담은 시설과 구역의 제공(한국 책임)을 제외하고는 주한미군의 모든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되어 있는 한미소파 제5조1항에 위배된다. 또 방위비분담은 그 대상(범위)이 주한미군의 장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도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에 방위비분담금을 지출하는 것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위배된다. 따라서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나 사드체계 운영 관련 비용은 한국이 분담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공평한 비용 분담과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 강화를 연계시킨 데 동의한 것은 어떻게든 한국에게 자신의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려는 트럼프정부에 말려든 것이자 미국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여론 수렴해 협상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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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동언론발표문>에는 "양 정상은 한국이 주한미군 평택기지 확장에 90억 달러 이상을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문구도 들어 있다. 이를 두고 대다수 언론은 향후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처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아전인수식 평가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이 미 2사단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한 것은 미 2사단 평택 이전비용을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LPP 개정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전횡이다. 그런데도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은 미국의 관련 불법과 전횡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부당한 한국의 미 2사단 이전비용 부담을 마치 한국의 자발적인 의지인 양 평가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의 비용 분담을 전례삼아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에서 자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미군주택 임대료나 C4I 현대화 비용에 대해서도 방위비분담금의 전용을 더욱 더 당연하게 여길 것이며, 나아가 다른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서도 한국의 부담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다.  

<한미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의 방위비분담 관련 내용은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공평한 분담에 대한 미국의 고압적인 요구 즉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한미간 방위비분담 협상이 시작되면 방위비분담에 대한 미국의 인상요구액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실로 예측할 수 없다. 고압적인 트럼프정부의 위세에 눌려 문재인정부가 저자세를 보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의 방위비분담 관련 내용에 구속되지 않고 트럼프정부에 맞서려면 우리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길 이외에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회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방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박기학씨는 평화통일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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