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궁궐 가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방법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를 읽고

등록 2017.11.20 17:23수정 2017.11.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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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과 왕비가 기거하는 내전이나 임금이 공식적으로 신료들을 만나는 외전, 그리고 왕실 가족이 기거하는 주거 공간 등 궁궐의 중심부에는 뒷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먹고, 자고, 싸는 것이야말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지극히 필수적이고도 자연스런 생리현상입니다. 그런데 왕과 왕비가 주거하는 궁궐 중심부에는 뒷간이 없었다고 하니 왕과 왕비는 도대체 싸는 걸 어디서 어떻게 해결 하였을지가 궁금합니다.   


'한양 안 갔다 온 사람(놈)이 갔다 온 사람(놈)을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고집불통을 꼬집는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필자는 서울에 올라가는 걸 꽤나 심하게 기피하는 편입니다. 아주 피치 못 할 사정이 아니면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서울 시내는 물론 서울에 있는 경복궁, 창덕궁 등 어떤 궁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가보지 않았으니 본적이 없고, 본적이 없으니 잘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때문에 친구들이 서울 이야기를 하고, 어느 궁에서 뭘 봤다는 이야길 하면 슬쩍 뒤로 빠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 있는 다섯 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에 대해서만큼은 서울에 사는 친구들보다 그 궁엘 한 번도 안 갔다 온 내가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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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 지은이 홍순민 / 펴낸곳 ㈜놀와 / 2017년 10월 30일 / 값 22,000원 ⓒ ㈜놀와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하>(지은이 홍순민, 펴낸곳 ㈜놀와)은 상, 하 두 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권은 한양을 알고 궁궐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밑그림, 다섯 궁궐을 보고 읽어나가는 데 길라잡이가 돼 줄 이정표 같은 내용입니다.


지정학적 위치나 산세흐름 등 한양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형지세를 아우르고 있어 한양이라고 하는 커다란 숲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탕지식이 됩니다. 궁궐이 무엇이고, 궁궐은 어떤 구조로 어떻게 짜여 있는지, 궁궐의 변천사까지 꿸 수 있는 내용들이 디딤돌처럼 가지런하게 엮여 있습니다.   

서울 지역의 옛 이름으로 한양漢陽이 있다. 한양에서 '양陽'이란 '산남수북왈양 山南水北曰陽', 즉 산의 남쪽이나 강의 북쪽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산이란 북한산이요, 강이란 한강일 터. 한양이란 그러므로 북한산의 남쪽 기슭, 한강의 북쪽 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20쪽>

간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보는 것이다. 어떤 길로, 어떻게 가는가? 그 가는 길과 방법에 따라 받는 느낌과 인상, 그리고 마지막 인식까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곳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끼는 행위를 밟을 답踏, 사실할 사査, 답사踏査라 한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302쪽>

'한양=서울'이고, 한양이 '강의 북쪽'을 일컫는 말이라면 지금의 강남은 서울은 서울이되 '한양'은 아니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상권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궁궐을 보는 눈'에서는 봐야 할 것, 새겨야 할 것,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새기지 못하던 눈을 보이지 않는 것조차 읽어 새길 수 있는 눈으로 틔워줍니다.

다섯 궁궐, 겉을 보고 속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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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하> / 지은이 홍순민 / 펴낸곳 ㈜놀와 / 2017년 10월 30일 / 하 32,000원 ⓒ ㈜놀와

'한양의 다섯 궁궐 그 것을 보다, 속을 읽다'는 부제목에서 달고 있는 하권에서는 한양에 있는 궁궐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 이렇게 다섯 궁궐을 속속들이 살펴보며 낱낱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은 물론 구조에 담긴 의미는 속삭이듯이 일러주고, 역사에 가려진 사연 등은 부라린 눈빛으로 보여줍니다. 야사나, 속설로 잘못 전해지고 다르게 알려진 사실까지도 구부러진 철사를 펴듯 반듯하게 잡아줍니다. 

광화문 앞 좌우에 해태 한 쌍을 만들어 놓은 이유가 관악산이 화산이고, 그 화기로 경복궁에 화재가 자주 나기 때문에 경복궁에 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세워 놓은 것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앞에 해태 상을 세워 놓은 진짜 이유는 하마의 표시였다고 합니다.

즉위한 지 7년, 스물쯤 되는 임금이 없는 말을 만들어 했을 리 없다. 해태를 세운 것은 궁궐의 경계를 긋기 위한 것이요, 그 안에서는 신하들은 말을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해태의 구체적인 기능은 여기서부터는 궁궐의 영역이니 누구든 임금보다 낮은 사람이라면 탈 것에서 내리라는 하마下馬의 표지였다. 옛 사진을 보면 해태 옆에 'ㄴ'자 모양으로 된 돌이 놓여 있었다. 노둣돌이라는 것으로,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 때 딛는 디딤돌이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하, 28쪽> 

약간의 상상력만 동원하면 궁궐 내외를 구석구석 더듬듯 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스며있는 것은 읽을 수 있습니다.

소요정에서 바라보면 옥류천 한가운데 불쑥 솟은 바위가 전면으로 보인다. 전면에 인조의 친필로 "옥류천玉流川"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는 숙종이 지은 시가 새겨져 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하, 351쪽>

궁궐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배치도, 궁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진, 가까이 다가가 건물이나 유물을 살피는 것 같은 세부사진까지 곁들이고 있어 궁궐 전체를 보는 눈은 넓어지고, 다섯 궁궐을 새기는 양식은 저절로 깊어집니다.

다섯 궁궐을 이미 다녀왔지만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도 있고, 이미 보고 왔지만 아직 새기지 못한 것들에 스며있는 이런 의미와 저런 뜻까지를 선명한 사진들만큼이나 또렷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지은이 홍순민, 펴낸곳 ㈜놀와)로 읽는 다섯 궁궐은 '한양 안 갔다 온 사람(놈)이 한양 갔다 온 사람(놈)을 이기게 해주'는 천리안 같은 궁궐 지식이 돼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상, 하> / 지은이 홍순민 / 펴낸곳 ㈜놀와 / 2017년 10월 30일 / 값 상 22,000원, 하 32,000원

홍순민의 한양읽기 : 궁궐 하

홍순민 지음,
눌와, 2017


홍순민의 한양읽기 : 궁궐 상

홍순민 지음,
눌와, 2017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 #홍순민 # ㈜놀와 #경복궁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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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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