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한 사람들, 바다에서 회포 풀다

코리아나호 선상에서 한해를 되돌아보다

등록 2017.11.20 06:47수정 2017.11.2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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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범선 코리아나호 모습 ⓒ 오문수


14일(화) 9시, 여수 소호요트장에 31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두꺼운 겨울 잠바를 걸쳐 입은 이들의 목적은 국내 유일범선인 코리아나호에 승선하기 위해서다. 코리아나호는 17일부터 통영에서 열리는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수를 떠났다. 9명의 선원을 제외한 22명의 손님은 귀농 귀촌한 분들로 전국 각처에서 모였다.

정채호 선장으로부터 항해 주의사항을 들은 승객들은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갑판으로 나와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들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양식장 풍경과 깃발을 올리고 파도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어선들. 점점이 떠있는 섬들 주변에 떠다니는 바다 쓰레기. 배를 따라오는 갈매기들. 

함양에서 농업회사법인 '곰실'을 운영하는 유덕재 대표가 항해에 참가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 오문수


국내 유일범선인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분들이 항해에 앞서 돛을 올리는 범장체험에 나섰다 ⓒ 오문수


땅을 일구며 농작물과 씨름했던 이들에게는 모두가 낯선 풍경들이다. 경남 함양에서 농업회사법인 '곰실'을 운영하는 유덕재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각자 자신을 소개하도록 했다. 소개를 마친 후 갑판으로 나오니 소개하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던 분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농법 실천하기 위해 귀농한 남원귀농귀촌학교 이해경 교장

말없이 수평선만 바라보는 이해경씨와 대화를 나누며 귀농하게 된 연유와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던 이해경씨는 1996년에 전북 장수로 귀농했다. 2년 후에는 실상사에서 도법스님과 함께 귀농학교를 창설해 교감으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가 자연농법을 가르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남원 귀농귀촌학교 이해경 교장 모습 ⓒ 오문수


남원 귀농귀촌학교 이해경교장(맨 왼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코리아나호 선상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중 쌀시장 개방이 이슈가 되자 전국농민들의 반대가 심했죠. 쌀시장 개방에 대한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며 자료를 찾던 중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생명의 농업>을 읽고 난 후 생명철학, 생명존중사상에 대한 삶을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농촌에 들어왔습니다. 자연농법은 4가지를 않는 것으로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경운 농법입니다."

이해경씨는 귀농 귀촌 운동이 20년이 지났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삶이 귀농인데 변질됐어요.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 평화를 존중하는 실천인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마을 활동가를 양성하고 생명 평화사상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비금도에서 천일염을 생산한다는 함초여인...좋은 사람들 만나 행복해

승객들에게 떡과 먹을 것을 돌리며 싱글벙글하던 김영란씨. 김영란 법을 만든 김영란씨와 동명이인이라는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44년만에 귀촌한 신안 비금도에서 천일염과 함초를 판매하며 민박도 한다는 김영란씨. 먹을 것을 많이 싸가지고 왔다 ⓒ 오문수


국내 유일 범선 코리아나호가 욕지도항에 도착하기 전 올렸던 돛을 내리기 위해 작업을 하는 전두성씨 모습 ⓒ 오문수


"저는 신안 비금도에서 천일염을 생산합니다. 저는 카톨릭신자라 평화방송만 듣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마을회관에 다녀오셔서 '너 무슨 죄를 지었는데 마을사람들이 김영란이가 잘못했다더라'고 해서 김영란이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44년 만에 고향으로 귀촌한 그녀는 함초와 젓갈, 돌김을 판매하며 민박형 펜션도 운영한다. 사회복지사로 봉사하며 전국성당과 절에 기부도하는 그녀는 "올해는 소금이 과잉 생산돼 재미 없었다"고 얘기했다.

배에 승선할 때부터 옆에 꼭 붙어 지내 여러 사람들로부터 시샘을 받은 부부가 있었다. '행복한 무화과'란 닉네임을 가진 서태민 박정애 부부로 해남에서 왔다. 7년 전 해남으로 귀농한 부부는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무화과 삽목기술로 묘목을 팔고 있다고 한다. 남편 서태민씨가 무화과 재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욕지도 항구에 도착해 낚시로 고기를 잡아 즐거워하는 동아지도 안동립 대표 모습 ⓒ 오문수


범선에 승선해 즐거워하는 참가자들이 멋진 포즈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오문수


사이가 너무 좋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시샘을 받은 서태민 박정애 부부 모습 ⓒ 오문수


"무화과를 직접 팔지 않고 인터넷으로 팔아요. 무화과는 병이 적어 다른 농사보다 쉬운 편이죠. 힘든 점은 하우스재배를 하다 보니 더워요."

흘러가는 구름과 넘실대는 파도를 보며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사이 배는 통영 인근 욕지도에 도착해 시내버스를 타고 욕지도 관광에 나섰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귀농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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