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탈출' 실패한 엄마, 다섯 살이 되다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외로운 마음을 읽는 <우리 엄마는 다섯 살?>

등록 2017.12.01 16:20수정 2017.12.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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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어썸키즈


우리 반에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다가오셨어.
그런데 거기 있는 애들은 다 훌쩍거리고 있지 뭐야.
"얘들아, 왜 울어?"
"엄마 아빠가 나만 놔두고 가 버렸어." (4∼5쪽)

저는 처음 학교에 들어가던 날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무렵 제가 어떤 마음이나 느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태어나서 여덟 살이 되기까지 늘 어머니하고 붙어서 살다가 혼자 학교라는 곳에 덩그러니 남아야 하던 일을 떠올리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다만 어릴 적에 다닌 국민학교에는 같은 마을 동무들이 많았어요. 다른 놀이동무를 보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요. 그러나 낯선 다른 마을 아이들도 많았지요.

어릴 적을 곰곰이 새겨 보니 우리 형이 학교에 간다며 집을 비우던 일은 문득 떠오릅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뿐 아니라 형도 한집에 늘 있었기에, 아무리 서로 툭탁거리는 짓을 했어도 아침부터 낮까지 형이 없는 집은 대단히 허전했다고 아슴프레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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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어린이집에 처음 간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우는 모습을 본다. ⓒ 최종규


나는 그 애들처럼 되기 싫어서 기막힌 생각을 해냈어.
먼저, 자석처럼 딱 달라붙기!
아기 오랑우탄처런 착 매달리기!
다음은, 야옹야옹 고양이 자세!
대롱대롱 박쥐 기술!
마지막으로, 이건 아무도 못 말려.
코코 쿨쿨 강아지 흉내! (6∼7쪽)

그림책 <우리 엄마는 다섯 살?>(어썸키즈 펴냄)은 다섯 살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집 작은아이는 올 2017년에 일곱 살이고, 저희 두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닌 일이 없으니 이 그림책을 장만한 일은 좀 생뚱맞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홀로 낯선 곳에 떨어져야 하는 아이 마음을 읽어 보려고 이 그림책을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혼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가 느끼는 마음뿐 아니라, 홀로 새롭게 동무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루어요. 덧붙여 이런 아이 마음을 어른이 한번 함께 느껴 보자고 하는 이야기까지 다룹니다.

아니, 어른은 어떻게?

그림책에 나오는 다섯 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이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는 제 어머니만큼은 집에 못 돌아가도록 붙잡으려 합니다. 다른 집 어머니나 아버지는 아이만 두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으나, 그림책에 나오는 다섯 살 아이는 끝끝내 어머니를 어린이집에 붙잡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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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다섯 살이 되어 주는 어머니는 늘 모든 데에서 잘못투성이가 된다. ⓒ 최종규


미술 시간에 엄마는 색종이를 삐뚤빼뚤하게 오렸어.
아마도 가위가 너무 작았나 봐.
그래서 내가 다정하게 말했지.
"엄마, 천천히 배워 가는 거예요. 바로 나처럼요." (10쪽)

어린이집에 남은 '어른인 어머니'는 다른 다섯 살 어린이하고 똑같이 하루를 보냅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놉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손을 씻으며 함께 뒷간에 가요. 함께 낮잠을 자고 함께 놀이를 새로 하며 함께 노래를 부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며 울던 아이들이 '어른 한 사람'이 함께 배우고 놀고 먹고 자고 하는 동안 어느새 울음을 뚝 그쳤어요. 웬일일까요? '우리 어머니'는 아니어도 '우리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셈일까요? 다섯 살 아이만큼(?)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엉뚱한(?) 어른을 보니 웃음이 나오면서 재미있다고 여겼을까요?

낮잠 시간이 되자
엄마는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어.
그래서 다들 잠들지 못했지.
놀이터에서는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어.
그런데 엄마가 세발자전거에서
쿵 하고 떨어졌지 뭐야.
후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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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어느덧 아이들은 서로 동무가 되고, 어머니는 덩그러니 외롭다. 이때에 아이는 어머니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까? ⓒ 최종규


다섯 살 아이 어머니는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자빠집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깜짝 놀랐겠지만 이내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으리라 생각해요. 또는 "안 다쳤어?" 하며 달래거나 다독였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차츰 마음이 가라앉고, 새로운 동무를 사귑니다. 서로 아끼면서 보듬는 마음이 되어요. 이제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놀고 잘 웃습니다.

다만 한 사람은 시무룩해요. 바로 '다섯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있는 어머니 한 사람'만 시무룩하고 외롭습니다. 이때에 어머니네 아이는 어머니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까요? 아이는 어머니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덩그러니 남을 적에는 외롭기 마련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덩그러니 떨어진다면 시무룩하기 마련이에요. 아이는 틀림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고요, 아이는 참말로 새로운 동무를 씩씩하게 사귀며 잘 놀 수 있어요. 그러나 기다려 주어야지 싶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기운을 낼 때까지 어버이는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려야지 싶어요.

한 시간 만에 씩씩할 수 있고, 하루나 이틀 만에 씩씩할 수 있어요. 때로는 한 달이 걸릴 수 있고, 한두 해나 서너 해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더 빨리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익숙해야 하지 않아요. 때로는 도무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익숙하지 못할 수 있어요.

넉넉하게 너그럽게 넓게 느긋하게 기다리며 지켜볼 적에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무럭무럭 자란다고 느껴요. 그림책 <우리 엄마는 다섯 살?>은 다섯 살 아이를 둔 어버이뿐 아니라, 열 살이나 열다섯 살 아이를 둔 어버이한테도 좋은 길동무가 되리라 생각해요. 나이가 더 있어도 아이는 언제나 아이라는 대목을 헤아리면서 따스하게 품고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 엄마는 다섯 살?>(에릭 베이에 글 / 폴린느 마르탱 그림 / 이정주 옮김 / 어썸키즈 / 2017.2.20. / 11000원)

우리 엄마는 다섯 살?

에릭 베이에 지음, 폴린느 마르탱 그림, 이정주 옮김,
어썸키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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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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