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찰나를 품고 흐르는 갠지스

늘샘의 인도 배낭여행기

등록 2017.11.21 14:24수정 2017.11.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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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황해를 건너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를 지나, 일곱 번째로 도착한 나라 인도. 불법(佛法)을 찾아 당나라와 천축국(天竺國)으로 떠난 열여섯 살 신라 승려 혜초(慧超)처럼, 내 배낭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도 인도였다. 긴 시간 말로만 듣던 인도. 전설의 인도. 그곳에 관한 책과 영화들은 나에게 인도에 대한 다양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종교와 명상, 요가와 카레의 나라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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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인도여행기.01.인도음식 ⓒ 최늘샘


태국 방콕에서 안다만해와 벵골만을 건너 첸나이에 도착해 인도 순례를 시작했다. 라마나 마하르시(힌두 철학자)의 아쉬람(ashram)이 자리한 띠루반나말라이, 폰두체리와 세계 공동체 오로빌, 씨름의 신이 살았다는 마말라푸람, 황토색 돌산이 끝없이 펼쳐진 경이로운 함피, 행복하고 여유로운 히피들의 해변 아람볼, 신들과 걸인들의 도시 봄베이, 간디 사바르마티 아쉬람이 있는 아흐메다바드, 하얀색 도시 우다이푸르, 분홍색 도시 자이푸르, 푸른색 도시 조드푸르, 실크로드 낙타들의 도시 자이살메르 쿠리, 시크교의 본산 황금사원 암리차르, 티벳 망명 정부가 위치한 다람살라 맥그로드 간즈,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북부지역 고산지대 마날리, 르 꼬르뷔지에가 설계한 도시 찬디가르, 수도 델리를 지나 마침내 인도 여행의 중심지 바라나시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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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인도여행기.02.오로빌의 청년들 ⓒ 최늘샘


4대 문명의 발상지, 갠지스 강 유역의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 순례를 온 힌두교도들과 전 세계 여행자들로 붐비는 도시. 매일 해질녘이면 강변 '가트(Ghat, 계단)'에서는 화려한 힌두교 의식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담아 강물에 꽃을 띄운다.

마리화나를 즐기는 일본 히피 쇼헤이, 여행 로맨스의 히로인 수인, 시타 연주를 배우는 와타나베, 타블라를 연주하는 준희, 경상도 고성에서 온 기타맨 태웅 등 개성 강한 여행자들과 함께, 바라나시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 쿠미코짱 할머니의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에서 보름을 지냈다.

때로는 12인실, 때로는 6인실이 되는, 상당히 마약 소굴 같은 숙소여서 몇몇은 나서서 청소를 시작했다. 누구든 들어왔다 하면 하나씩 병을 앓지 않고는 못 버틴다는 쿠미코 도미토리. 나는 이틀 동안은 기침이 심해 잠이 들 수 없었고, 이틀 동안은 눈이 부어 개구리 왕눈이가 되었다. 제대로 된 병원에 갈 수도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모두 며칠 뒤엔 멀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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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인도여행기.03.바라나시의 청년들 ⓒ 최늘샘


그 친구들과 함께였기에, 정말로 한쪽에 시체가 떠다니고, 소가 똥오줌을 싸고, 쓰레기가 떠다니는 갠지스강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첨벙 뛰어들어 수영할 수 있었다.  '홀리' 축제 기간이라 거리마다 색색의 가루가 흩날리는 바라나시. 인류의 영혼을 안고 쉼 없이 흐르는 갠지스를 뒤로 하고, 나도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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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인도여행기.04.바라나시,쿠미코게스트하우스 ⓒ 최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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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의 인도여행기.05.바라나시의 아이들 ⓒ 최늘샘


#인도 #여행기 #배낭여행 #바라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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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바다 미륵섬에서 유년기를, 지리산 골짜기 대안학교에서 청소년기를, 서울의 지옥고에서 청년기를 살았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27일 동안 지구 한 바퀴를 여행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생활놀이장터 늘장,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섬마을영화제에서 일했다. 영화 <늘샘천축국뎐>, <지구별 방랑자>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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