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걸린 서양시계... 묘하게 어울리네

윤남석 고택에서 만난 특별한 가치 '시계'

등록 2017.11.21 10:41수정 2017.11.21 10:41
0
원고료로 응원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어떻게 보면 거추장스러운 시계는 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을까.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공공의 공간이나 여유가 있는 집에 있는 벽시계를 봐야 했다. 시간의 정확함을 중요시한다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 가치 중에 하나가 시계다. 청양에 있는 윤남석 고택에는 특별한 가치를 가진 오래된 시계들이 한옥 안에 오롯이 전시돼 있다. 이곳저곳에서 기증을 말하지만 제대로 된 공간이 없어서 직접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택탐방 윤남석고택 ⓒ 최홍대


한옥의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으로 짓는다. 조선의 건물 중 정전의 경우 왕이 신하들로부터 하례를 받는 곳으로 2층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외에는 단층 건물이 기둥을 세우는 방식이 간단해서 바깥쪽에 낮은 기둥인 평주를 빙 둘려 세우고 내부에는 높이가 높은 고주를 세워 고주 위에 대들보를 걸치고 고주에서 평주 사이에 툇보를 걸어 집의 뼈대를 꾸미는 방식이다. 충남에 있는 한옥 중 윤남석 고택이 유일하게 2층 건물이 있는 곳일 것이다.

시계 기계식시계 ⓒ 최홍대


윤남석 고택에는 오래전부터 수집해온 가치 있는 시계들이 적지 않다. 시계 중 가치가 있는 것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기계식 시계인데 그중에서 오트 톨로지는 숙련된 장인이 만든 것으로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로 연간 생산량이 매우 적다.

손목시계 손목시계 ⓒ 최홍대


명화 속에 있는 시계가 있는 독특한 수집품들도 있다. 시계는 값비싼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혹은 소장하고 싶은 가치와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품격은 가격이 아닌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기 때문이다.

장인의 시계 시계 ⓒ 최홍대


시계는 인류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세종대의 물시계는 조선 백성들의 삶을 적지 않게 바꾸기도 했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기원전 3500년 전에 최초의 해시계를 만들었으며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380년 전에 물시계를 만들었다. 두 시계 모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해시계는 무용지물이었고 기온이 내려가 물이 얼으면 물시계가 무용지물이 됐다.

탁상시계 탁상시계 ⓒ 최홍대


광장에서 추를 이용해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만든 공공 시계가 사람의 손으로 오게 된 첫 계기는 16세기 초에 독일 뉘른베르크의 시계 제작자인 페터 헨라인이 만든 회중시계로, 모양이 달걀처럼 생겨서 '뉘른베르크의 달걀'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조금이라도 보는 눈이 있다면 윤남석 고택에 있는 시계들 중에 명품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택의 시계들을 자세히 쳐다보면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원래 로마 숫자에서 4는 IV로 표시되지만 시계에서는 IIII로 표시한다. 이렇게 표시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그렇게 되었다고도 하고 IV가 VI가 비슷해서 혼동할 수도 있어서 그렇다는 설도 있다.

가치 시계의가치 ⓒ 최홍대


우리가 보는 시계의 시간은 그리니치 표준시를 사용한다. 즉 GMT (Greenwich mean Time)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경도 0의 기준으로 삼아 자오선을 따라 24개의 시각대로 나눈 것을 말한다. 1972년부터는 협정 세계 시인 UTC (Universal Time Coordinated)를 표준시로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시계는 여전히 GMT로 표시된다.

수집품들 수집품 ⓒ 최홍대


우리는 모두 중력에 영향을 받아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간다. 중력에 의한 우리 몸의 오차는 잘 모르겠지만 시계는 밸런스 장치에 중력이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어인 투르비용은 회전하는 케이지에 밸런스와 이슨케이프먼을 넣어 회전시킴으로써 중력으로 인해 밸런스가 받은 영향을 최소화한다. 윤남석 고택에도 투르비용이 적용된 일부 시계를 만날 수 있는데 투르비용은 1980년대에 손목시계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전 세계에서 약 250여 명만이 그 기술이 적용된 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살아가다 보면 4년에 한 번씩 366일을 살게 된다. 원자력 시계 같은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알려주는 시계와 달리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는 2월 29일이 특별한 날이 된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왕 순종은 시계들마다 다른 알람 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비운의 왕가에서 태어난 순종의 마지막 회중시계는 약 7년 전 옥션에서 팔렸는데 낙찰받은 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개인 소장가였다고 한다.

고택의 시간 시간의 가치 ⓒ 최홍대


좋은 사람과 함께 했던 윤남석 고택의 가을을 이렇게 저물어갔다. 시계의 가치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민족의 삶이 담겨 있는 한옥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창덕궁에 갇히다시피 하며 망국의 한을 달래주는 위안거리로 선택했던 시계를 사랑하고 선물로 주는 것을 좋아했던 순종이 생각난다.
#윤남석고택 #고택 #청양고택 #시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