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역사 테마파크... 독일 뉘른베르크

유럽의 숨은 보석, 소도시 시리즈

등록 2017.11.21 16:02수정 2017.11.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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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뉘른베르크. 이 도시 구시가지에 들어서는 순간, 나오는 한마디!

"허허. 여긴 입장료 안 내고 들어오는 역사 테마파크 같아."


유럽 여러 다른 중소 도시를 돌아 보면 "중세를 품고, 중세를 안고, 깊은 보존의 어쩌고저쩌고"  등의 여러 수식어를 나열하기 나름인 도시 감상문들이 퍼져 나오기 마련인데 독일 북부 바이에른 주에 위치하고 있는 뉘른베르크는 단 한 마디로 정리된다. 역사 테마파크 (Historical theme Park).

다른 도시들이 보존이 잘 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잘 구별되어 있다면 이곳, 뉘른베르크의 구시가지는 모던한 건물들 사이사이 잘 재건(?) 된 중세 건물들이 박혀 있다. 마치 테마파크에 가면 잘 꾸며진 놀이 시설물들 사이로 현대적인 느낌의 기념품점이나 식당이 슬쩍 슬쩍 박혀 있듯이. 그러니 여타 유럽 중소 도시와는 다른 느낌일 수밖에.

뉘른베르크는 마치 테마파크처럼 현대적 건물들 사이사이 자연스럽게 중세 건물들이 잘 정비되어 있다. ⓒ 한상진


중세의 건물들이 현대적 건물들 사이에 박혀 있어 묘한 느낌을 준다. ⓒ 한상진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마치 테마파크 동선처럼 쭉 연결되어 있어 이리저리 볼거리를 찾아 배회할 필요 없이 대강의 루트만을 잡고 가도 웬만한 중요 명소는 놓치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한가지 팁을 더 준다면 뉘른베르크를 베이스캠프로 놓고 하루 거리 안에 다녀올 수 있는 볼만한 근교 도시들 (뷔르츠부르크, 로텐부르크, 밤베르크 등) 있고 뮌헨과 프랑크푸르트를 연결하는 동선에도 있으니 독일을 자세히 보고픈 여행자에겐 놓쳐선 안 될 도시이다.

바이에른 뉘른베르크 ⓒ 구글 맵


                                                                                                         
그러니 별 고민 없이 어디를 볼까 고민하지 말고 시작하자.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쾨니히 슈트 라싸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왼쪽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중세 건물들을 하나둘 둘러 보고 중간중간 끊임없이 펼쳐지는 시장도 기웃거리면서 뉘른베르크 성까지 올라가는 게 주 코스이다. 하지만 중간에 너무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 한두 건물의 매력에 빠져 시간을 보내거나 시장 먹거리에 미적거렸다가는 후반부에 나오는 하이라이트 명소에 가서는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관심 포인트가 달라 시간 보내는 곳도 다르겠지만 특별하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가볍게 본다고 해도 하루는 꼬박 걸리는 코스이다.

하지만 크게 이곳의 관광 거리를 세 가지 정도로 나눈다면 제일 먼저 볼 것은 성당들이다. 독일 성당의 교과서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딕 양식의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성당들이 코스 중간중간 자리 잡고 있다.    


구시가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성 로렌츠 성당. 완공하기까지 2백여 년이 걸렸다 한다. 물론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거의 대부분의 성당이 파괴됐었다고 하는데... 그걸 이렇게 다시 복구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 한상진


성모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아름다운 샘"이라는 조각상. 관광객들에게 이 조각상 앞에 있는 황금 링을 세 번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 한상진


또 다른 볼거리는 시장. 구시가지 이곳저곳에 마련된 광장 앞으로 매 주말 노천 마켓들이 즐비하게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뉘른베르크를 대표하는 마켓은 성모 성당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유럽 어디에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긴 하지만 특히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 규모 면이나 다양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열리곤 하는데 굳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 시즌에 오더라도 볼거리가 솔솔 치 않게 있어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 한상진


굳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볼거리로 풍성하다. ⓒ 한상진


유럽 프리 마켓다운 아기자기함과 크고 작은 소품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한상진


물론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시장 구경에서 먹거리와 볼거리가 빠져선 섭섭하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시장이라면 당연히 맛을 봐야 할 것은 뉘른베르크 소시지. 독일에서 소시지를 맛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는 독일 소시지 중에서도 프랑크 소시지와 함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뉘른베르크 소시지이다. 다른 독일 소시지들과는 달리 굵기가 얇고 길쭉한 모양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개인 호불호가 있어 맛있다 없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독일인들이 독일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호언장담하곤 하니 한 번쯤 시도해 봐도 좋다.

관광객들도 가벼운 한끼 식사로 뉘른베르크 소세지를 택하곤 한다. ⓒ 한상진


뉘른베르크 길거리 공원의 클래스.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 ⓒ 한상진


물론 시장 구경에 이벤트 구경을 빼놓을 순 없다. 한쪽에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연주가가, 또 다른 한쪽에선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눗방울 아티스트가 사람들의 눈과 발길을 사로잡곤 한다. ⓒ 한상진


이렇게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온갖 유혹에 빠져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시장을 벗어나면 만나게 되는 곳이 뉘른베르크 성이다. 독일식 이름으로는 카이저 부르크라고 불리는 이 성은 세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최초 건립 시기는 신성 로마 제국 시대였던 1027년부터. 하인리히 3세에 의해 건축되기 시작하여 수 세기에 걸쳐 증축되었으며 30년 전쟁 등을 겪으면서 파괴되었다 다시 건축되기를 반복하였다. 마지막으론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파괴되었던 것을 지금의 모습으로 30년에 걸쳐 배 복원했다. 한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기거했었다고 알려지는데 위치적으로 한눈에 뉘른베르크 시내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는 높은 언덕 위, 튼튼한 사암을 기반으로 굳건하게 지어 놓은 폼이 그럴싸하다.

성에 올라야 이런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 한상진


2차 대전 당시에는 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초토화 됐었다. ⓒ 한상진


여기까지 구경하고 나면 뉘른베르크 여행은 끝!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꼭 봐야만 하는 곳이 남았다. 게다가 그곳은 지금껏 "여기만 보면 돼"라고 누누이 얘기하던 구시가지도 아니다.

독일 역사에서 뉘른베르크는 신성로마제국의 심장으로, 16세기에는 과학과 예술의 중심지로 당시 최첨단 산업이던 시계 산업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마 현대 독일인들에게 뉘른베르크는 그런 역사보다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였고 그래서 나치의 전당 대회를 3번이나 치른 나치의 총 본산지로 더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50여만 명 독일인들이 모여 히틀러에 열광하고 추앙하던 도시. 히틀러가 원하던 게르만 제국이 세워지고 나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우고자 했던 도시. 그래서 2차 대전의 전황이 독일 패전으로 기울자, 이 도시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연합군이 이 도시를 90% 넘게 파괴해 버리고 전범 재판 역시 이곳, 뉘른베르크에서 연다. 그리고 그런 아픈 역사를 독일인들은 감추지 않고 당시 광기가 충만하던 전당 대회 장소에 메모리얼 기념관을 세웠다.  Documentation Center Nazi Party Rally Grounds! 히틀러가 로마의 콜로세움을 본 따 만들려 했다는 건물을 그대로 놔두고 그 안에 나치의 범죄 행위를 담담하게 기술해 놓았다. 당시 사진과 비디오를 이용, 사람들의 인터뷰와 증거 자료들을 가감 없이 남겨 놓았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 초판본 ⓒ 한상진


당시 독일인들의 히틀러에 대한 열광과 광기를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 ⓒ 한상진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희생자들의 이름표가 철로에 깔려 있다. ⓒ 한상진


그 기념관을 돌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번 돌아 보게 된다. 여행 중 만난 합리적이고도 친절하던 독일인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저토록 무조건적인 추종과 광기에 사로잡혔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자치하면 우리는 흔히 영화에서 보던 잔혹하고 냉혹한 독일군을 떠올리게 되지만 기념관 기록물 속 사람들은 평범한 중년 아줌마, 나이 어린 대학생, 해맑은 표정의 소년 그리고 맘씨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그들이 침묵하고 모른 척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열광을 하는 사이, 나치는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수십,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만들어 냈었다. 기념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곳, 기념관은 외국인 관광객들보다 독일 각지에서 오는 독일인들이 휠씬 더 많다고 한다. 그렇게 독일인들은 자신의 과오를 되새기고 떠올리며 다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Must Know 여행 팁!

독일 바이에른 주를 돌아 볼 때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교통 패스인데 이 티켓 한 장만 있으면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무제한적으로 바이에른 주 내에 있는 지역 열차,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각 도시별로 무료입장이 가능한 관광지도 가득이다. 바이에른 주 전체와 인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관광지까지 포함하고 있다. 1인 가격은 25유로이고 5명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한 명 추가될 때마다 가격 할인은 더 된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추가 혜택과 구매처 등을 알기 위해서 아래 링크를 확인해 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daro424 에 중복 기재된 글입니다.
#독일 여행 #독일 바이에른 여행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 뉘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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