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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독과점 방지 칼 꺼낸 국회, 심기 불편한 기업

조승래 의원 15일 발의... "스크린독과점 오히려 강화, 법적 규제 필요"

17.11.21 17:33최종업데이트17.11.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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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영비법 개정안 토론회 ⓒ 노웅래 의원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제약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준비에 들인 노력에 비해 통과는 번번이 막히고 있어 국회의 의지 부족과 함께 영화계의 정교한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스크린독과점 방지다. 심화되는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스크린독과점 제한에 방점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기업직영상영관의 경영자는 해당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40% 이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 일정 수 이상의 상영관을 가진 대기업직영상영관은 동시간대에 상영하는 영화 중 40% 이상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 서로 다른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한 영화가 전체 상영의 40% 이상 차지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동일 시간대 한 영화의 독식도 금지시키고 있다. 최근엔 일명 '버스시간표'로 불릴 정도로 20~30분 간격으로 특정영화를 상영하는 곳들이 있는데, 이를 막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CJ-롯데 등 대기업이 운영 중인 상영관에 초점을 맞춰 상한과 하한 상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조 의원 발의안은 또 ▲일정 수 이상의 상영관을 가진 대기업직영상영관은 그 상영관 중 한 개 이상을 독립·예술 전용상영관으로 지정·운영하도록 하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에 영화산업의 공정 환경 조성 및 불공정행위 위한 조사를 추가하고,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영화업자 등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독립예술극장을 늘리는 것과 불공정 행위에 대한 영진위와 문체부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조 의원은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영기회의 불공정성과 흥행결과의 양극화로 인한 영화산업의 위기는 계속 심화 될 것"이라며 "기존 제출된 법률개정안을 포함하여 국회와 정부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의 법안은 일명 '안도법안'으로 불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도종환 장관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인 상태에서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방점을 찍은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수직계열화를 해결을 위해서는 상영과 배급이 분리돼야 한다는 기존 법안과는 방향을 달리 한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법안이 전문위원의 부정적 의견으로 통과가 어려운 상태인데, 반대 논리를 깨고 통과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영화계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함께 개정안을 준비했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의견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법안 통과보다는 발의에 의의

국내 상영관의 90%을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 CGV,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됐다고 해도 통과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된 영비법 개정안은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 포함해 모두 11건이다. 이중 영화관의 재해 대처에 대한 규정을 강화한 개정안만 처리되고 나머지 10건의 법안들은 모두 제출된 상태거나 계류 중이다. 영화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영과 배급을 분리해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를 제한하는 법안은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통과가 쉽지 않은 상태다.

계류 중인 다른 법안들에는 작은 영화관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나, 예술영화·독립영화의 육성 및 지원을 명시하는 법안, 장애인의 관람 환경을 위해 필요한 자막이나 수어통역 등을 추가하는 법안 등이 있다.

문제는 영화 관련 법안들의 통과가 대부분 늘 더디다는 사실에 있다. 지난 국회 때도 다양한 영비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통과보다는 여론의 요구에 따라 발의에 의의를 두는 법안이 많았다는 것은 그간 제출된 법안들이 갖고 있는 한계였다. 

통과가 안 된 이유는 다양했다. 영화계의 의견 통일이 안 되고 있다는 것도 원인이었고, 다른 중요한 현안에 밀려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위한 의원들의 적극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막히면 풀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영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영화계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지 못한 모양새다.

안도법안은 전문위원 검토에 길목에 막힌 경우인데,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한미FTA에 위반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위원의 의견이었다. 영화계가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제출한 법안이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는 "헌법 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를 명시하고 있다"며 "1995년 7월에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스크린쿼터 합헌 판결이 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영화계는 국회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 영화인은 "국회의원들이 난관을 뚫기보다는 적당한 핑계 거리를 찾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법안 통과 어려워 우회로 택한 격

지난 11월 15일 스크린독과점 방지 법안을 발의한 조승래 의원 ⓒ 조승래 의원실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안도법안이 막힌 상태에서 선택한 '우회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도법안의 통과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원하는 영화인들의 요구와 온도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존 법안의 통과를 위한 노력보다는 일종의 면피성 대안으로 새로운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과정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며 또 하나의 법률이라기보다는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해 통과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의에 의의를 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상영-배급 분리보다는 약해진 느낌이나 법안의 규제 대상인 대기업 상영관들은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편치 않은 기색을 보이고 있다.  CJ CGV 측은 "스크린 쏠림에 대해 업계에서 나오는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다만 법제화보다는 엽계의 대화를 통해 공통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스크린 규제가 한국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조승래 의원은 "그동안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법적 규제보다는 '동반성장이행협약' 등 산업계의 자발에 맡겨 왔었다"며 "그러나 협약이 발표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스크린독과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어 강제적인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영비법 수직계열화 스크린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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