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 맡겼더니 '구멍'

충남 예산축협, 소규모농가 소독사업 부실운영

등록 2017.11.22 08:18수정 2017.11.2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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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 고창군의 한 오리농가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가운데, 충남 예산축협이 행정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소규모 축산농가 소독지원사업'에 구멍이 뚫렸다.

이 사업은 구제역과 AI 등 우제류와 가금류의 악성전염병 예방이 목적인데, 상당수의 농가가 소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제도적으로는 소독전문인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와 달리, 전문성은 고사하고 연속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1년짜리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산군에 따르면 해마다 소규모 축산농가 소독지원사업을 축협에 위탁해 인건비와 운영비로 국·도비와 군비 등 1억570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행정이 소독대상 농가명단을 파악해 넘겨주면, 축협은 공동방제단 4개 반을 편성해 1년에 15회 이상 농가를 찾아가 소독하는 방식이다.

소독한 뒤에는 소독필증을 부착한 소독실시기록부를 반드시 농가에 비치하고,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소독정보를 입력해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

대상은 ▲소·사슴·염소 10마리 미만 ▲돼지 500마리 미만 ▲닭 500~3000마리 ▲오리 2000마리 미만이지만, 예산군은 닭 500마리 미만도 사업에 포함시켜 전체농가는 700여곳에 이른다.


그러나 <무한정보>가 군내 봉산·고덕·신양지역 일부를 표본조사한 결과 6농가가 "올해 한 번도 소독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고, 2농가는 "1~2번 왔다"고 밝혔다.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가운데 다수는 소독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독실시기록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소를 키우는 한 농가에 비치된 소독실시기록부. 지난해까지만 소독필증이 붙어있다. ⓒ <무한정보> 김동근


"지난해까지 매달 소독을 하더니 올해부터 오지 않는다"고 말한 한 염소농가와 양돈농가에는 이를 증명하듯 소독실시기록부에 지난해까지만 소독필증이 붙어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축협이 작성한 내부자료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소독한 것으로 적혀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철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축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동방제단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예산군과 함께 12월 중순까지 전체농가를 대상으로 소독필증 부착현황 등 소독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 종이를 코팅해 사용한 소독실시기록부도 분실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아크릴판으로 제작하든지 보완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역축협별로 소독전문인력을 확보해 소규모 축산농가에 대한 소독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마련한 공동방제단 추진방침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

인건비 보조가 1인당 2025만원 수준이어서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소독전문인력을 채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축협은 특별한 자건요건을 두지 않고 1년 단위로 계약직을 뽑아 공동방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성은 그만두고 기본적인 업무의 연속성이나 책임성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정이 직접 계약직을 채용해 공동방제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밖에도 가축을 빼거나 입식할 경우 곧바로 명단에 반영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이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산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축협이 소독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현실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공감을 나타내며 "정부와 충남도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이 가축변동사항을 일일이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축변동사항이 생기면 축산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내년부터는 소규모 축산농가 소독횟수가 1년에 24회로 강화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가 취재한 기사입니다.
#AI #구제역 #가축방역 #축협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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