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경북 의성...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분권화시대, 지역정당으로 진보정치의 미래를 모색하다③] 지방소멸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도, 지역정당

등록 2017.11.27 10:59수정 2017.11.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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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자되는 지방소멸의 실상을 볼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먼저 신생아의 감소로 군 지역은 산부인과가 제대로 없어 원정출산을 가야 할 지경이다. 그리고 많은 면 지역의 학교들이 폐교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폐교가 추진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인구 35만 명의 서부경남 거점 도시로 대학교가 6개나 있지만, 청년들은 졸업이후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서 떠난다. 그러다보니 지방소멸지수 상으로 30개 읍면동 중에서 14개 지역이 0.5 이하인 소멸위험지역, 9곳이 쇠퇴위험지역이다.

전국 시군구의 지방소멸지수를 살펴보면, 2004년 소멸위험 지역이 6곳이었으나 2014년 77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2016년엔 84곳으로 증가하면서 부산광역시의 영도구와 동구가 포함된다. 지방소멸의 확산속도가 빠르고 지방의 대도시까지 확대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읍면동 단위 중 2/3가 30년 안에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방소멸은 인구절벽을 설명하는 지표인 고령화지수(전체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의 증가 속도를 통해서도 예견되었다. 통계청은 한국사회가 2000년 7.2%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후 2018년에 14%로 고령사회, 2026년에 20%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예측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고령화국가인 일본이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기간이 각각 24년, 12년이었던 것에 비해서도 훨씬 빠른 속도이다.

한편, 2015년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5년 기준 7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서, 2065년 47.9%로 최저 수준으로 급락할 전망이다. 실제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206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가족이 88.6명으로 소위 '목말사회'에 근접한다. 즉 생산가능인구 1인당 1명을 부양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방소멸은 사회불평등과 지역불균형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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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의 악순환 ⓒ 이행섭


지방소멸현상은 사회불평등과 지역불균형이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치권력, 재정, 일자리, 사람, 자본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서는 일부 기득권 세력만 혜택을 보고 있다.

몇 가지 사회지표를 통해서 확인해보면,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피케티 지수가 한국은 다른 선진국의 2배 정도로 높다.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비율의 격차가 커지면서 2배에 육박하고 있고, 도농간 소득격차도 심해져서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수도권 12%의 땅에 인구의 과반수가 몰려있고, 상장회사나 사업체수의 절대 다수가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불평등과 지역불균형이 방치되면서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그 중에서도 농촌 지역은 대부분 소멸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소멸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 중앙집권형 권력구조, 농업농촌정책의 부재 등과 같은 정책과 패러다임에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인구절벽에 따른 대한민국의 소멸을 막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지방의 정치·경제적 자생성이 보장되는 지방분권은 중요한 과제이다.

지방소멸은 극복할 수 없는가?

최근 10년 사이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와 지역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많이 제출되고 있다. 우선 출산·양육지원금 등의 형태로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지만, 출산 이후의 보육과 교육 인프라, 일자리와 경제적 여건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회적인 지원금이 그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지방소멸 현상이 심각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에 대한 지원 정책이 많아지고,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기도 한다. 그 결과 전남 구례군이나 경남 창녕군 등은 인구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귀농귀촌 인구 중에서 50대 이상이 70%가 넘고, 1인 가구가 전체의 60~70% 수준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귀농귀촌이 은퇴 후 노후를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방소멸위험이 높은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등에서는 최근에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6년 전남복지포럼의 주제가 '정해진 미래 지방소멸, 저출산 극복에서 답을 찾다'였고, 2017년은 '정해진 미래 지방소멸, 청년에서 답을 찾다'라는 제목으로 포럼을 진행하였다. 경상북도는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정책으로 내년부터 농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의 창업지원 등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처럼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결국 청년들이 유입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책, 즉 일자리,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조건, 경제적 조건, 교육 인프라 형성 등으로 방향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자체의 정책이 현 정부의 연방제 수준의 분권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과 사무가 지자체로 이양되어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화되면, 지자체 내의 소멸위험 지역에 자원을 투입할 여지가 많아진다. 물론 지방분권 과정에 단체장의 권력만 강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 주민자치가 제대로 실현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방소멸을 극복하고자 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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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청년토크테이블, 의성농활 포스터. ⓒ 청년농업인연합회 / 농촌재생네트워크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청년들이 농촌과 지방도시에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지방소멸의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활동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지방소멸위험도 1위인 의성군에 농활(농촌활력프로젝트)을 갔던 청년들이 있다. 농사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성의 역사를 배우고 귀농귀촌한 사람들로부터 생생한 경험을 듣고, 공무원을 만나서 의성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면 지역 교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는 현실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듣기도 하고, 마을 어르신들을 찍어서 사진전시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귀농귀촌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은 물론이고, 과도한 경쟁사회인 대도시를 벗어나서 지방의 소도시나 군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경남 진주 출신의 세 명의 청년은 농업세계일주를 다녀와서 <파밍보이즈>라는 영화와 책을 출간하였다. 그리고 농촌청년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12월 10일에는 <한국농정신문>과 청년농업인연합회가 공동으로 준비하는 농촌청년 정책에 대한 토크테이블도 있다.

한편, 지방 대도시 중에서 지방소멸위험이 가장 큰 부산의 청년들이 지방소멸극복청년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부산경남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청년거주선호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청년들이 거주하는 데 경제, 재정, 보건, 복지, 교육, 주거 등의 조건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데, 사실상 해당 지역에서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이다. 이는 청년들이 계속 남아 있도록 유도하는 지역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시도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고, 청년들의 이러한 시도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 청년중심의 정치조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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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거주 선호도 조사 ⓒ 지방소멸극복청년네트워크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지자체에 있고, 분권화를 통해서 권한과 재정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의 지방정치구도는 한계가 많다. 단체장에 독점화된 권력의 수평적 분립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주민자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지방소멸을 비롯한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를 가진 정치세력의 등장이 요청된다. 특히 청년들이 주축이 되는 지역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진보정치의 전망도 여기에서 찾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답을 내어본다. 특히 소멸위험 지역에 청년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고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어내면서 지역 속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 지역정당은 정책정당이 되고, 소멸위험지역의 지역정당 네트워크는 전국적인 정책정당, 서민정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로컬파티와 사회적경제의 결합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방소멸 극복은 청년일자리 창출에서 시작되는데,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지방도시에 대규모 인원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유치는 어렵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대안적 지역 일자리 창출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역 정당의 주요한 활동으로 고려해볼 만하겠다.

* 위 글 중에서 지방소멸의 현황과 관련 정책부분은 본인의 발표문(2017년 8월, 거버넌스학회)인 '지역쇠퇴 위험도 및 개선점에 관한 연구 ; 82개 군 지역을 중심으로'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였다.
#지역정당 #로컬파티 #청년정치 #지방소멸 #직접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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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학 박사(지방자치전공)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 통일경제포럼 운영위원장 지방소멸연구소(준) 대표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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